공천 앞두고 ‘집안싸움’ 불붙어
그래픽=김하경 |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내 공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 절반 가까이가 현역 의원 지역구에 출사표를 냈고, 민주당 기초단체장 출신과 친명 원외 인사들도 현역 지역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대부분 지역구에 민주당 현역이 있어 ‘집안싸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내 경선이 격화하면 계파 갈등과 조직표 이탈이 불거져 본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선 특히 현역 의원 간 경쟁이 두드러진다. 비례 의원 16명 가운데 최소 7명이 ‘친명’을 내걸고 비명계 의원이나 계파색이 옅은 의원 지역구에서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친이낙연계인 양기대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서, 이동주 의원은 비명계이자 친문계 좌장 격인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인천 부평을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김의겸 의원은 비명계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 김병주 의원은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 유정주 의원은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정)의 지역구에서 각각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김홍걸 의원은 강선우 의원 지역구(서울 강서갑)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당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보면 서로 인사도 안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일부 현역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에게 ‘비례 의원들에게 경고를 해달라’는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지방선거 때 낙선한 전직 기초단체장들도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출신 42명은 지난 10월 ‘풀뿌리 정치연대, 혁신과 도전’을 창립, 현역 지역구에 출사표를 냈다.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은 김영주(4선) 국회 부의장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 황명선 전 논산시장은 김종민(재선) 의원 지역구인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활동 중이다. 박영순 의원 지역구(대전 대덕)엔 대덕구청장 출신 박정현 최고위원이, 강병원 의원 지역구(서울 은평을)엔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이 출마를 노리고 있다.
원외 인사들의 현역 압박은 어느 때보다 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명계를 향한 ‘현역 물갈이’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친명 원외 인사들이 모인 ‘퇴진과 혁신’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출마 선언을 했다.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민 현근택 변호사(경기 성남중원·윤영찬 의원), 진석범 당대표 특보(경기 화성을·이원욱 의원), 김준혁 한신대 교수(경기 수원정·박광온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역에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전북 전주병)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전남 해남·완도·진도) 같은 ‘올드 보이’들이 현역 지역구를 노리고 있다. 특히 호남에 출마하는 ‘친명 후보자 명단 12인’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25일 민주당 의원 단체방에선 “친명·반명으로 나누는 게 맞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처럼 공천을 위한 내부 경선부터 과열 경쟁 양상이 벌어진 것은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지역구 대부분이 민주당 차지가 됐기 때문이다. 도전자들이 현역 의원을 당내 경선에서 꺾기 위해 강성 지지층인 ‘개딸’에게 호소하는 친명 노선을 택했는데, 결국 계파 갈등이 커지고 본선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의 비방이 난무하고 상처를 입는다면, 누가 이기더라도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겠나”라며 “이렇게 되면 본선에서 조직표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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