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총련 의장 출신 정의찬 특보
정의찬 특보 |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발표한 내년 총선 후보자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에서 정의찬 이재명 대표 특보가 ‘적격’ 판정을 받았다. 정 특보는 1997년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산하 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으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에 가담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와 가깝다는 이유로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후보가 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가 이날 발표한 2차 적격 판정자 명단 95명에는 정 특보가 포함됐다. 정 특보는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 특보가 가담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은, 1997년 5월 27일 이종권씨가 전남대 학생 행세를 했다며, 남총련 간부들이 이씨를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하고 고문한 사건이다. 이씨는 전남대의 문학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 전남대생 행세를 하긴 했지만, 경찰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당시 가해자들은 소주 12병을 나눠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폭행하며 “경찰 프락치라고 자백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씨는 오후 8시부터 새벽 3시쯤까지 주먹과 발로 구타당하고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한 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처음 이씨가 술에 취해 대학 캠퍼스에 쓰러져 있었고 응급조치를 했지만 사망했다고 입을 맞췄지만, 이후 경찰 수사에서 진상이 모두 드러났다.
이 사건 가해자는 18명에 달했고, 정 특보도 이 중 한 명이었다. 정 특보는 이 일로 1998년 징역 6년에 자격 정지 3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998년 6월 2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특별사면·복권됐다.
1997년 ‘이종권 고문 치사’ 회견하는 전남대 총학생회 - 전남대 총학생회 간부들이 1997년 6월 ‘이종권 고문 치사’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총련 산하 남총련 간부 6명이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때려 숨지게 한 이 사건에 가담한 정의찬 당시 남총련 의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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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특보는 이후 더불어광주연구원 사무처장, 경기도지사 비서관, 광주 광산구청 열린민원실장, 월드컵재단 관리본부장 등 정치권 주변에서 활동했다. 지난 2021년 4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경기도 산하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4개월여 뒤 과거 고문치사 사건에 개입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신상 이유로 사표를 냈다. 정 특보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선거대책위 조직본부팀장을 맡았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8월 정 특보를 비롯한 측근 인사들에게 ‘특보’ 임명장을 수여했다.
정 특보와 함께 특보 임명장을 받은 인물 중엔 또 다른 한총련 주요 인사인 강위원 특보도 있다. 강 특보는 한총련 5기 의장이었다. 1997년 한총련 5기 출범식을 앞두고 행사장이었던 한양대에선 23세 선반기능공 이석씨를 경찰 프락치로 몰아 15시간 감금, 폭행해 숨지게 했던 ‘이석 치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한총련 간부들은 이석씨를 몽둥이로 때리고 물고문했다. 이 사건으로 22명이 입건됐지만, 강 특보는 얼마 뒤 의장에 취임했다.
강 특보는 사건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이후 구속됐다. 강 특보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을 지냈다. 강 특보도 현재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강 특보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주 광산구청장 출마를 준비했지만 성희롱 사건이 불거져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강 특보에 대한 적격 심사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종권 치사 사건과 이석 치사 사건은, 19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악화되던 한총련에 대해 여론을 완전히 부정적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정치권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자기 사람을 챙기기 위해 정의찬, 강위원 같은 사람에게 공천을 주려 한다면 당내 반발은 물론이고 민심에서 완전히 멀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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