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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부상에 은퇴 걱정했는데, 기적 일어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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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심각했던 허리 부상을 이겨내고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낸 장효준.


지난 6월 걷지 못할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해져 은퇴를 고민했지만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를 통과했다. 6개월간 천당과 지옥을 오간 뒤 LPGA 투어판 기적의 생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장효준의 이야기다.

LPGA 투어 Q 시리즈를 공동 7위로 마무리한 장효준은 "잘 버텨준 허리에 가장 먼저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자신에게 지기 싫어 도전했는데 값진 결실을 맺었다"며 "올해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2부 투어인 엡손투어를 거쳐 LPGA 투어를 누비게 된 장효준은 큰 기대를 받고 올해 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허리 부상으로 정상적인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지난 6월과 7월에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통증에 시달렸다. 장효준은 "6월 숍라이트 LPGA 클래식 첫날 경기를 마친 뒤 걸을 수 없게 돼 기권했다. 이후 허리 상태가 더 악화됐고 2개월 가까이 골프채를 잡지 못했다"며 "골프를 더 이상 못하게 돼 은퇴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다행히 조금씩 몸 상태가 좋아졌고 8월 말 CPKC 우먼스 오픈에서 복귀전을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지만 장효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다시 대회에 출전하는 등 프로 골퍼의 삶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이때 장효준은 골프를 계속 하기 위해 부상 위험도를 최대한 낮추는 스윙으로 변화를 줬다. 또 일주일에 6회 이상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그는 "오랜 습관을 버리는 게 쉽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만큼 스윙을 바꿨다.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한 이유도 같다"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내 스윙처럼 편하다. 허리에 부담이 없는 스윙으로 바꾸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리 부상에 시달렸던 만큼 장효준은 메디컬 익스텐션(병가)을 내고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계속 대회에 출전해 경쟁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장효준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자신에게 지기 싫어 메디컬 익스텐션을 내지 않았다"며 "꿈의 무대인 LPGA 투어에서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알고 싶었던 것도 있다. Q 시리즈 결과가 좋지 않았어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6일간 108홀을 돌며 진행되는 Q 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장효준은 "프로 골퍼로서 성장한 한 주가 됐다. 어떻게 마음을 먹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다"며 "사실 날씨가 좋지 않고 기온이 떨어져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간절한 마음이 모든 것을 넘어섰고 다시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는 결실을 맺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시 LPGA 투어를 누비게 된 장효준이 가장 이루고 싶은 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여기에 그는 LPGA 투어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장효준은 "부상만 없다면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지금처럼 즐겁게 한 시즌을 치르면 좋겠다"며 "LPGA 투어 우승은 16세에 혼자 미국으로 건너왔을 때부터 간직하고 있는 꿈이다. 내년에는 꼭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보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부터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가는 장효준이 최근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하나 있다. 주니어 골퍼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장효준은 "12월 말까지 고등학교 후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골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다"며 "그동안 수많은 분에게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하지만 프로 골퍼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장효준은 LPGA 투어 Q 시리즈를 함께 통과한 한국 선수들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Q 시리즈에서 정규투어 출전권을 따낸 한국 선수는 이소미와 성유진, 임진희다.

장효준은 "6라운드 경기로 진행돼 체력적인 부담감과 함께 정신적으로 힘든 Q 시리즈에서 함께 살아남은 만큼 더 각별한 것 같다"며 "내년에 우승 경쟁을 펼치는 등 높은 곳에서 만나고 싶다. 다음 시즌 개막전까지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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