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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SK ‘사촌경영’ 체제로… 2인자에 최창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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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SK그룹이 1998년 최태원 회장(63) 취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사촌 경영’ 체제에 들어간다.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59)이 오르면서다.

7일 SK는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포함한 ‘2024년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반도체·배터리를 포함해 그룹 주력 사업의 위기를 맞은 최 회장은 그룹 2인자 자리에 최 부회장을 선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해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최 부회장은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다. 1998년 고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별세하고 사촌 형인 최 회장이 그룹 경영을 물려받은 해에 SK케미칼 이사로 취임했다. 2017년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중간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 올랐다.

최태원, 위기속 초강수… 전문경영인 대신 사촌 최창원 사령탑에

‘사촌경영’으로 재정비 나선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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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회장 장녀 최윤정, 본부장 승진… 부회장단 4인 경영 2선서 간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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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인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사업 위기 극복을 위한 진용을 재정비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향후 그룹 후계 구도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재계 고위 임원은 7일 실시된 SK그룹 인사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특히 최 회장이 전문경영인 대신 오너가인 사촌 동생을 그룹 2인자 자리에 앉힌 것이 주목을 끌었다. SK그룹 재계 2위 신화를 쓴 부회장단을 경영 2선으로 배치하고, 그 대신 50대 신진 최고경영자(CEO)들을 새롭게 발탁한 점도 파격이었다.

● 최태원 회장, 위기 속 초강수 ‘사촌 경영’

최창원 신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간 SK그룹 내 별도의 ‘소그룹’으로 여겨졌던 SK케미칼·SK가스·SK바이오사이언스 계열 중간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맡으며 그룹 경영의 중심에서 물러나 있었다. 이번 의장 취임으로 그룹 경영에 첫발을 디딘 셈이다.

고 최종건 SK 창업주는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과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71), 최 부회장 등 3남 4녀를 뒀다. 창업주의 동생이자 2대 회장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은 최 회장과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59), 최재원 SK 수석부회장(60) 등 2남 1녀를 뒀다.

1973년 창업주에게 회장직을 물려받은 선대회장이 1998년 별세한 후 가족회의를 거쳐 최 회장이 3대 회장에 올랐다. 이후 최 부회장은 SK㈜ 계열과는 줄곧 별도의 독립 행보를 이어왔다. 2018년 최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차원에서 동생과 창업주 가족을 비롯한 친족 23명에게 1조 원가량의 SK㈜ 지분을 증여했을 때도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계열 지분 보유를 고려해 제외됐다. 최 회장의 SK디스커버리 보유 지분도 0.11% 정도로 낮아 한때는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러한 과거를 고려할 때 이번 최 회장의 결단은 사촌 동생인 최 부회장이 오랜 기간 보여온 경영 능력과 인품에 대한 신임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34)은 이번 인사에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내 최연소 임원 승진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후계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형제 경영의 역사가 있었던 만큼 최 부회장이 그룹에서도 경영 능력을 입증할 경우 차기 회장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회장 승진자 ‘0’, 50대 사장단 체제로 재편

이날 인사에서 50대 차세대 CEO들이 전진 배치됐다. 총 7개 계열사의 CEO가 바뀌었으며, 이 중 신규 선임된 CEO 3명은 모두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인 ELP를 수료했다.

SK㈜ 대표이사에는 장용호 SK실트론 사장(59)이, SK이노베이션은 박상규 SK엔무브 사장(59)이 전진 배치됐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58)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SK온은 이석희 사장(58)이 선임됐다. 사장 승진자가 6명 나왔고 부회장 승진자는 없다.

7명의 수펙스 위원장 중에서는 지동섭 전 SK온 사장(60)이 SV위원회 위원장을, 정재헌 전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55)이 사장으로 승진해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을 새롭게 맡았다. SK는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63), 장동현 SK㈜ 부회장(60),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62),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60)은 모두 주요 계열사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의장과 김 부회장은 각각 SK㈜, SK이노베이션에서, 박 부회장은 SK㈜와 SK하이닉스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한다. 장 부회장은 SK㈜ 부회장으로 남으면서 SK에코플랜트에서 박경일 사장과 각자 대표를 맡는다. 재계에서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이들이 경륜과 경험을 살려 신임 CEO들의 후방에서 투자 자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 미래 성장동력 확충 등을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부회장단은 계속 그룹에 남아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 등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SK가 신규 선임한 임원은 총 82명이다. 경기 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2023년도 145명 △2022년도 165명 △2021년도 107명 대비 승진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신규 선임 평균 연령은 만 48.5세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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