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경기 화성 EV6 생산공장. 기아 제공 |
제조사가 5700만원 이하 전기승용차를 할인 판매하는 경우 올 연말까지 국고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 추가 지원키로 했지만, 대상 중 실제 할인에 들어간 차량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보조금이 사실상 현대차·기아 등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설계되다 보니 유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추가 보조금이 본격 적용된 10~11월 두 달 동안 국내 판매된 5700만원(기본가격 기준) 이하 전기승용차는 9개 브랜드 15종(1만9480대)으로, 이 가운데 제조사가 할인이나 포인트(크레딧)을 제공해 추가 보조금이 지급된 경우는 4개 브랜드 7종(9809대)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차종은 아이오닉 5·아이오닉 6·코나(이상 현대차), EV6·니로(기아), 토레스 EVX(KG모빌리티), ID.4(폭스바겐) 등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할인폭도 크고 판매량도 많았다. 아이오닉 5의 경우 할인폭이 400만원(제조사 할인 320만원+충전 크레딧 80만원)에 이른다.
현대차·기아 차량 판매량은 8156대로, 토레스 EVX(1354대), ID.4(299대)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반면 테슬라 모델 Y 후륜구동, 폴스타2, 푸조 e-2008·e-208, 한국지엠 볼트 EV·EUV, 미니 일렉트릭, 기아 레이 등은 5700만원 이하 차량이어서 할인정책 대상이었지만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전기차 보조금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지난 9월25일 보조금 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추가 보조금으로 연말까지 1만2000대에서 1만8000대의 추가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목표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전기차 할인에 동참하지 않은 자동차 업체들은 추가 보조금 지급 방식이 현대차·기아 등 일부 업체에만 유리하게 짜여 있어 할인을 하더라도 자신들은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추가 보조금을 해당 차량이 받고 있던 기존 ‘보급목표 이행보조금(최대 140만원)’ ‘충전인프라보조금(최대 20만원)’ ‘혁신기술보조금(최대 20만원)’에 연동시켰다. 이들 보조금의 총합(최대 180만원)이 클수록 추가 보조금의 액수가 늘어나는 구조인데, 총합 최대치를 적용받는 업체는 현대차·기아뿐이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보급목표 이행보조금 조건은 2009년 기준 국내 판매량이 4500대 이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년도에 친환경차를 일정 수준 이상 보급하면 주는 보조금이다. 이 때문에 2009년 판매 기록이 없는 테슬라나 폴스타, 푸조 등은 아예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혁신기술보조금은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끌어다 차량 외부에서 사용하는 ‘V2L’ 기능이 있는 전기차에 지급하는데, 이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기술이다. 테슬라는 3년간 100대 이상 고속 충전기를 설치한 업체에만 주는 충전인프라보조금만 받을 수 있다.
차 업계에서는 추가 보조금이 사실상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확대가 정책 목표였다면 추가 보조금을 기존 보조금과 연동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아이오닉 5의 판매가 지지부진한 반면 테슬라 모델 Y 판매량은 늘어나니까 정부가 나서서 현대차·기아를 도와주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를 늘리고, 충전인프라를 확대하고 혁신기술을 더 발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개념으로 추가 보조금을 설계했다”고 해명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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