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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팔다 남은 유니클로 옷 못 태운다…EU서 등장한 '에코디자인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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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된 섬유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재고 처리를 위해 옷과 신발 등을 폐기하는 관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유행에 따라 저가 의류를 짧은 기간에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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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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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와 27개 회원국 각료 이사회, 유럽의회 간 3자 협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제품에 대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 도입을 잠정 합의했다고 3자 협의는 EU가 신규 입법안을 추진할 때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최종안을 도출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잠정 합의에 따라 형식적 절차인 이사회 및 의회 승인만을 남겨뒀다.

ESPR은 전자제품에만 적용되던 기존 에코디자인 지침(Directive)을 기반으로 한다. '지침'의 경우 각 EU 회원국이 별도의 국내법을 제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반면 '규정'(Regulation)은, 정해진 EU 통합규정이 역내 단일시장에 직접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에코디자인 지침을 규정으로 강화하면서 △섬유 △가구 △철강 △알루미늄 △타이어 △에너지 관련 제품 등 거의 모든 제품군으로 확대 적용된다.

새 규정은 '지속가능한 제품'을 EU의 새로운 표준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역내에서 사업하는 업체들이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폐기하는 '유해한 관행'을 종식하기 위한 조처에 나선다. 미판매 혹은 반품된 의류, 신발 등의 일괄 폐기를 직접적으로 금지한다. EU 집행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이 규정을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할 권한을 갖는다.

이는 2년의 전환 기간을 거친 뒤 대기업에 우선 적용된다. 대기업은 매년 판매되지 않은 소비재 제품의 수와 폐기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디텍스(자라),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등 의류 대기업은 2년 후부터 이 규정을 따라야 하지만, 중견 기업은 6년의 계도기간을 갖는다. 소기업은 면제 기한에 제한이 없다. 이들의 위반 시 벌칙 규정은 각 회원국이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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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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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산업계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2000년대 이후 패스트 패션이 확산하면서 유행이 바뀌는 시기에 맞춰 대량 폐기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명품 브랜드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불태우기도 한다. EU 추산에 따르면 매년 버려지는 옷은 1인당 평균 12kg, 전체로는 1260만톤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재사용이나 재활용되는 것은 22%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절단 및 소각돼 쓰레기로 처리되는데, 의류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약 21억톤으로 세계 전체 배출량의 4%를 차지한다. 음식, 주거, 자동차에 이어 네 번째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소비자가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제품 여권'도 도입한다. 제품별로 QR코드 또는 바코드 형식을 부여하고 내구성 및 수리 용이성, 재생 원료 함량 등을 표기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구입한 옷이 찢어지거나 신발 밑창이 닳았을 때 얼마나 쉽게 수선할 수 있는지를 지수화해 상품 설명에 기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EU는 "이는 소비자와 기업이 제품을 구매할 때 정보에 기반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제품 수명 주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투명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개정을 주도한 이탈리아의 알렉산드라 모레티 유럽의회 의원은 AFP통신에 "지구와 우리의 건강, 경제에 너무나 해로운 '(원료를) 취하고, 만들고, 폐기하는' 모델을 끝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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