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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각진의 숲길에서 만난 생각들] 익숙해지지 않는 떠남을 또 경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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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각진의 숲길에서 만난 생각들] 익숙해지지 않는 떠남을 또 경험하며

서울맑음 / -3.9 °
[오각진 산림치유지도사]
올해 근무지인 김포로 출근한지 8개월여. 가장 달라진 것은 라디오랑 친해진 것. 출퇴근에 3시간여가 걸리니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집을 오거나 일하러 가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라디오를 자주 들으니 날씨에 민감해지게 되었습니다. 날씨 뉴스를 직접 듣기도 하지만, 라디오 진행자들이 추위나 더위, 흐림이나 맑음, 비나 눈 소식을 언급하는 것을 통해 날씨를 더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중에도 대부분의 진행자들이 많이 말하는 건 오고 가는 계절 얘기인 것 같습니다. 봄이나 여름이 가는 것. 그중에 낙엽 지는 가을 즈음은 거의 폭풍 수준으로 낙엽과 쓸쓸함에 대한 얘기와 노래가 나옵니다. 진행자의 의도나 기획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도 그쪽으로 쏠리는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떠남은 숙명이라 그럴까요?

여기 김포서 봄, 여름, 가을까지 보내고 이제 곧 떠나게 됩니다. 작년 섬에 근무하고 다시 그 쪽으로 가기가 쉽지 않은 걸 보면, 김포도 역시 그럴 확률이 높을 터. 그래서 그간 도와주었던 손길들과 감사 인사를 나누는 요즘입니다. 숲도 혼자 휘적휘적 걸어보며 많이 지켜보았던 나무를 안아보기도 하며 나름 작별을 고하고, 근처 강화도로 쓱 건너가 거기와도 자체 이별을 하고 말이죠. 그렇게 떠날 준비를 하는 요즘 공교롭게 30여년 살아온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으로 금년 말까지 이사를 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키워 출가시키고 이제 다시 아내랑 둘이 남게 된 한 시절이 담긴 아파트이고, 동네인지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주민들이 벌써 많이 나가선지 공백이 많이 생긴 아파트 주차장에는 낙엽들이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스산한 모습입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어르신이 이사를 갔다는 소식을 경비아저씨가 전하며 그분이 재건축 후 다시 새 집으로 들어올지 모르겠다는 말에 그 떠나는 장면이 생각되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풍성한 추억과 좋은 일이 많았던 여기를 아름답게 기억하자고 얘기하며 이런저런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 다른데 살고 있는 아이들과 공유를 하기도 합니다. 아파트 정원에 우리가 집에서 키우다 너무 커져 아파트 화단으로 옮겨 심은 나무가 보입니다. 재건축하게 되면 저 나무는 어찌될까? 저간 사정을 알리 없는 나무들, 떠남을 앞둔 나무들이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리는데, 이제껏 저 나무들을 보며 받은 위로가 내 마음속을 감싸주는 듯했습니다. 나무 등 많은 것들과의 떠남, 무엇보다 한 시절의 과거가 통째로 떠나는 듯해 심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떠남을 겪고, 떠나기를 했던 햇수나 횟수를 생각하면 오래되고, 많건만 그래도 익숙치 않은 이별과 떠남을 또 경험합니다. 떠남에 기다림이 구원이 될까요? '다시 봄을 맞습니다./겨울을 견디니 봄이 왔습니다./매년 그렇게 왔습니다' 현재 구순인 부친이 팔순을 맞아 펴낸 교단 수상집의 첫 머리글 '80의 고백 전문'이 생각났습니다. 울적한 마음에 등불 삼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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