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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사라졌다. 실종일까, 범죄일까.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백지원 실종 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올해 만 스무 살이 된 백지원 씨는 지난해 10월 실종됐다. 행방불명 4~5개월 후부터는 우편물이 날아왔다. 바로 1억의 전세대출 빚이 있다는 것.
그러나 백씨는 지적장애 2급의 중증 장애가 있었다. 유치원생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 혼자 전세 대출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은 범죄자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한 것은 지난해 10월 12일, 하지만 당시 경찰은 탐문 수사를 통해 백씨가 친구 최씨와 서울 모텔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어머니도 실종신고를 취소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11월 25일, 아버지의 실종 신고가 있었고 다시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생활반응도 없어서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10년 전 이혼했다는 백씨의 모친은 1차 실종 신고 후 백씨와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한 남자로부터 강원도 찜질방에서 백씨와 최씨를 붙잡고 있으니 찾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다른 남자가 와서 두 사람을 데려갔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것이 마지막 연락이 됐다.
그렇다면 백씨와 함께 있었던 최씨는 누구일까. 최씨는 과거 백씨와 함께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동갑내기였다. 특이한 것은 최씨의 부모 역시 최씨가 갑자기 사라져 걱정을 하고 있었던 상황. 거기다 최씨의 아버지는 형사로부터 최씨의 전세사기 연루를 듣게 됐다.
최씨는 아버지에게 경찰 조사를 받겠다고 연락했지만, 결국 조사를 받지 않았고 그 후 사라졌다. 전세사기 외에도 보이스피싱 등에 연루되어 있었지만, 백씨와 다르게 일반 성인이었기에 실종 신고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백씨와 최씨를 원주에서 붙잡았다는 남자는 다름 아닌 대출 희망자였다. 지난해 가을 SNS로 급전 대출을 검색하다가 K를 만났고 관련 서류를 넘겼다가 전세대출 사기에 이용된 걸 알았다. 이후 계좌 주인인 최씨와 함께 있던 백씨를 붙잡아 돈 받아내려 했지만 K가 나타나 두 사람을 빼돌렸다는 것.
그렇다면 K씨는 누구일까. 백씨의 고등학교 동창들은 단번에 이도경(가명)을 언급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휴대전화 작업 대출을 해온 동갑내기라고 설명했다. 백씨의 가족도 이씨를 알고 있었다. 과거 이미 이씨가 백씨를 1년 동안 폭행 갈취한 전적이 있었고, 형사 고소만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합의금을 받고 합의했다는 것이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도 썼다고 했다.
하지만 이씨의 부모는 백씨가 지적장애가 있어 부풀려진 일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연결된 전화에서 아들 이씨는 최씨와 전혀 모른다고 잡아뗐다.
그러던 중 백씨의 친구로부터 백씨가 작년 여름 가을쯤 아빠를 따라 원주에 가서 살 것이라고는 제보가 들어왔다. 백씨가 이씨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으며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것.
취재 결과 백씨의 휴대 전화가 과거 이씨의 집 근처에서 주로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또한 경기도 광주의 모텔과 피시방에서 백씨 무리를 본 사람들도 나타났다. PC방 주인은 백씨가 여러 명의 사람과 왔고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고 잠을 자기 바빴다고 설명했다.
또한 PC방 직원은 핸드폰이 없었던 백씨가 자신에게 와서 휴대전화를 빌려 메지시를 주고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남겨진 메세지에는 백씨가 보낸 메시지에 ‘최씨에게 돈을 보내겠다’라는 답장이 담겨 있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이씨였을까? 이씨는 고등학생이던 2021년 이미 작업 대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범 유씨는 “백씨의 휴대전화가 있었다면 비대면 대출을 빼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을 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을 이씨의 아버지에게 알리면서, 제작진은 다음날 이씨와 대면할 수 있었다. 이씨는 “백씨와 3개월간 안 만났다. 하지만 7~8월에 자살한다는 소리 해서 만났다. 날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도 아버지, 어머니도 싫어서 내게 가족이 되자고 그렇게 불렀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백씨의 휴대전화로 소액결제를 한 것이 맞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집을 구하고자 했던 백씨가 왜 자기 명의로 왜 대출이 안 나오냐 하여 300만원 정도 받았다는 것. 1억 전세대출은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씨의 장애가 심하지 않으며 장애 수당 때문에 그렇게 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자력으로 탈출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백씨를 오래 관찰한 정신과 원장은 “언어는 발달이 되어있으나 상황 이해 판단이 어렵다”라며 “17살 때 지능 검사 45점. 최하위인 0.1%이다. 간단한 지시문은 이해되지만 돈을 언제 갚아라 이런 걸 못한다”라고 말했다.
과거 담당 교사 역시 “기억력이 좋아서 차량 번호는 다 외운다. 그러나 일상생활 문제 해결 능력엔 어려움이 있다. 전세 자금 대출받는 건 누가 말해주지 않고선 어렵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최씨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과거 피시방 직원과 나눈 메시지에 최씨를 언급한 것을 보여주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그는 최씨가 백씨의 전세대출에 대해 관련이 있을 거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이 정도로 부인하고자 하는 노력은 최씨의 존재야말로 이씨가 책임지고 숨기고 싶어하는 일에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지난달 백씨의 금융계좌 압수수색영장 발부 받아 11월 27일 자로 22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편성했다. 경찰은 “최종 수익금이 얼마나 갔느냐, 자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진행한다면 또 다른 범죄 피해자인지 확인 가능할 것이다.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방송 전날인 12월 1일, 경찰로부터 백지원과 최재훈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연락이 도착했다. 취재가 시작된 지 4주, 전담팀이 편성된 지 5일 만에 이룬 성과였다.
경찰은 “오산시 궐동에 있는 원룸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포착됐다”라며 “이천에서 모텔을 전전하다가 충주 원룸 얻어 지내고 올해 초 오산에 있는 원룸으로 이사 와서 발견될 때까지 거주했다”라고 전했다.
최씨는 누군가의 지시로 백씨를 감시하고 있었으며, 백씨는 자신의 앞으로 된 대출을 모르고 있었다.
경찰은 “전세사기 대출 실종자와 최씨가 벌인 단순 범행인지 전세대출 사기 조직과 연루된 것인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투데이/한은수 (onlin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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