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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SSG 안방에 놓인 근조 화환' 무엇이 팬들을 화나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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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50여 개의 근조화환이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둘러싸고 있다. 이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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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화환 앞에서 SSG팬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쉬움, 분노, 당혹스러운 감정이 계속 교차한다고 했다.

오후에도 영하 한파가 몰아친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북문 주차장. 길게 줄지은 50여 개의 근조 화환은 을씨년스럽게 칼바람을 맞고 있었다.

화환에는 '삼가 인천 야구의 명복을 빕니다', '팬들은 바보가 아니다', '우리의 영원한 0번은 어디에' 등의 문구가 달려 있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팬들이 구단을 향한 항의 시위를 시작한 건 지난 29일부터. 최근 한 달 동안 팀엔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 사령탑 김원형 감독이 경질되고 이숭용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코치진도 대거 물갈이됐다.

코칭스태프만 바뀐 게 아니다. 선수 4명도 팀을 떠났다. 그중에서도 '23년 원 클럽 맨' 김강민(41)이 SSG 유니폼을 벗게 되면서 팬들의 원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김강민은 최근 KBO 리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이적하게 됐다. 당초 김강민은 올 시즌 뒤 은퇴할 예정이었지만 고심 끝에 한화에서 선수로 다시 뛸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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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경기장역 앞 김강민 판넬을 지켜보고 있는 SSG팬. 이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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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의 촉매제는 단연 레전드 김강민의 이적이다. 김강민은 KBO 리그 역사상 최장 기간 한 팀 소속 선수로 활약한 그야말로 SSG 최고의 레전드다.

김강민의 이적을 믿을 수 없다는 게 SSG 팬들 대다수의 반응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천 1호선 문학경기장역에서 내려 SSG랜더스필드로 걸어가는 도중 세워진 김강민의 패널에는 벌써부터 레전드를 그리워하는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SSG의 전신 SK 시절부터 인천 야구를 응원한다는 A씨(42)는 어제도 현장을 3번이나 찾았다고 한다. 이날도 경기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 A씨는 "안타깝고 화나는 마음 때문"이라고 전했다.

A씨는 "팬으로서 구단이 대처를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김강민 선수는 팬들에게 아빠 같은 존재였다. 항상 버텨주는 버팀목 같은 선수였는데 팀을 떠나게 돼서 무척이나 아쉽다"고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팬 B씨와 C씨 역시 "회사에서도 20년 이상 근무하면 대우를 해주는데 작년에 한국시리즈 MVP를 받는 선수를 이렇게 떠나보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C씨는 "이적 소식을 처음 듣고 너무 많이 울었다. 김강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며 "김강민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털어놨다.

어릴 적부터 인천 야구를 좋아했다는 13년차 팬인 20대 D씨는 "당혹스럽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D씨는 "나갈 선수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김강민이 그 팀을 떠날 줄은 몰랐다"며 "23년 동안 팀의 주축이었던 선수를 은퇴 논의가 덜 돼서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굉장히 슬프다"고 속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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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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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팬들이 구단에 원하는 건 뭘까. 우선 SSG 팬들 입장에선 급진적인 변화가 당황스럽다고 했다. D씨는 "과거 SK 시절의 운영 방식이 현재 단점으로 작용한다면 혁신적인 변화를 주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굳이 배척할 이유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D씨는 "가장 큰 불만은 너무 빠른 변화"라면서 "만약 변화가 있어야 할 팀이었다고 하면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작년에 통합 우승을 했고, 올해도 6월까진 1등 경쟁을 하다 3위로 시즌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연 변화를 지금 추구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을 해봐야 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구단에서 클럽 하우스도 새로 만들고, 많은 투자를 했지만 선수들이 서운해 하지 않게 신경도 써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팬들도 어쨌거나 소비자 입장이다. 저희가 경기 보러 안 오고, 유니폼 안 사면 구단에도 좋을 게 없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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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김강민 판넬에 새겨진 팀 로고를 가려뒀다. 이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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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팬들의 항의 시위는 내달 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현장을 지키는 E씨는 "끊임없이 팬들이 많이 찾아주신다"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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