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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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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유망주에 '노예계약'이라니…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추악한 이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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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영국의 한 탐사보도 기관이 첼시 전 구단주인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추악한 행적을 공개해 화제다. 적어도 21명의 축구 꿈나무들을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으로 구속한 뒤 돈을 챙기고 승부조작 의심 가는 행위까지 저질렀다는 것이 포착됐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비영리기자 단체인 '탐사보도 조합(TBIJ)'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심층 조사끝에 해당 소식을 발굴했고 전해 축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보도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제3자 소유권(서드 파티 오너십·TPO)'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유망주들을 포섭했다. 일반적으로 축구 선수들은 각 구단과 직접 계약을 맺는다. 반면 TPO 방식은 선수의 경제적 권리를 일부, 또는 모두 인수한 인물이나 단체가 선수에게 투자하는 방식이다. 선수에게 투자한 투자자들은 해당 선수가 더 큰 구단으로 이적할 때 수익을 낸다. 정리하자면 선수를 지분으로 쪼개 마치 주식 상품처럼 사고 파는 형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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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TPO 방식의 계약은 지난 2015년 스포츠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투자자들이 선수 개인 커리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불법으로 개정됐다.

'TBIJ'는 "아브라모비치 행각은 2015년 이전에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불법적인 활동은 아니었다"면서도 "TPO 방식으로 영입한 유망주 수가 매우 많다는 점, 축구 유망주들 미래를 앗아갔다는 점을 들어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고 전했다.

아브라모비치가 행한 TPO 방식은 다음과 같다. 그는 2011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위치한 '레스턴 홀딩스'라는 회사를 통해 '슈퍼 에이전트'로 이름값을 높인 이스라엘 출신 피니 자하비가 유망주를 '물어오는' 방식으로 TPO 계약을 체결했다.

자하비가 유망주를 섭외하면 선수는 레스턴 홀딩스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모든 경제적 권리를 회사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레스턴은 선수 한명당 1000만 유로(약 141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해당 선수가 이적하면 그 수익을 자하비와 나눠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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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식은 'TBIJ'의 조사에 임한 슬로베니아의 유망주 출신 에미르 다우토비치에게도 적용됐다. 2012년 계약 당시 만 17세였던 다우토비치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서 가진 입단 테스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몇달 뒤, 자하비가 찾아와 "하룻밤 사이에 첼시로 보내주겠다"며 접근한 뒤 선수를 꾀어내 레스턴과 계약을 맺게 했다.

그러나 다우토비치가 첼시로 가는 일은 없었다. 레스턴은 다우토비치에게 100만 유로(약 14억원)의 헐값으로 그의 모든 경제권을 매입한 뒤 '노예계약'을 맺었다.

보도에 따르면 다우토비치를 비롯한 선수들은 모두 연간 5만 유로(약 7000만원)의 연봉만을 받았으며 이는 같은 나이대 유망주 급여보다 훨씬 낮은 대우였다. 또한 경제권도 빼앗겨 자유로이 이적할 수도 없었다. 결국 다우토비치는 선수 시절 재능을 썩히다가 실패해 현재는 오스트리아 4부리그의 SV 틸미츠에서 뛰고 있고 부업으로는 냉동 식품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아브라모비치와 자하비가 주로 수익을 낸 구조는 바로 특정 구단에 유망한 선수를 보급하는 것이었다. 선수가 이적하면서 발생한 이적료를 비롯한 수익을 모조리 회사가 챙기고 선수들은 정해진 연봉에 따라서만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적 결정권 또한 회사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브라모비치의 계획은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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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IJ'에 따르면 해당 구단은 바로 키프러스에 위치한 아폴론 리마솔이다.

해당 구단은 자하비가 일부 소유하고 있는 구단이다. 이러한 이적 방식에 피해를 본 또다른 유망주는 카메룬 국적의 파브리스 올링가다. 그는 2012년 16세 나이로 라리가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우기도 한 재능 있는 선수였다. 2013년 올링가 또한 유럽 최고의 무대에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자하비 미끼를 물어 레스턴의 노예가 됐다.

2014년 올링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속팀 말라가를 떠나 리마솔에 합류했다. 올링가 등 레스턴 소속 선수 중 여섯이 이러한 방식으로 리마솔에 합류했고 그 중 단 한 명이 리마솔에서 경기를 소화하게 됐다. 올링가는 안타깝게도 리마솔에서 뛰지 못하며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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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IJ'는 "리마솔로의 합류는 국제축구연맹(FIFA)가 제정한 규정과 어긋나는 점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FIFA가 내걸은 선수 이적 규약 18조에 따르면 구단과 구단의 계약에서 제3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레스턴은 구단이 아니므로 말라가와 리마솔 간의 거래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면 레스턴이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 된다.

게다가 지난 2017년엔 왓퍼드-첼시 경기에서 레스턴이 50% 경제권을 매입한 왓퍼드의 유망주 안드레 카릴로가 투입되기도 했다. 당시 경기서 1-2로 뒤지고 있던 첼시는 카릴로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를 밟자 해당 경기를 뒤집어 4-2로 역전승을 거뒀다. 해당 선수는 2011년 레스턴에게 매입돼 2019년까지도 레스턴의 자산 목록에 등재되어있던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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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구단주가 사실상 지분을 소유한 선수가 첼시 상대팀 경기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승부조작 논란까지도 번질 수 있는 게 TPO 방식이지만, 선수 본인들은 정작 자신들이 누구의 소유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

'TBIJ'는 "카릴로는 (상대팀으로 만난) 첼시의 구단주 아브라모비치가 자신을 소유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미르 다우토비치 또한 'TBIJ'의 탐사보도서 아브라모비치와의 연관성을 전하자 "내가 아브라모비치를 위해 뛰었다고? 맹세코 난 모르는 일이다. 정말 당황스럽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구단들 또한 '모르쇠'로 일관했다. 왓퍼드는 "레스턴이 카릴로에게 투자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전했고 리마솔은 'TBIJ'의 응답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첼시 또한 "과거 구단주의 행적이기 때문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소식을 접한 팬들은 "현대판 노예매매"라며 분개하고 있다. 어린 축구 선수들을 달콤한 유럽 무대로의 진출로 유인한 뒤 불공정 계약으로 돈을 벌다가 계약이 끝나면 내치는 것이 마치 노예매매라는 이야기다.

사진=연합뉴스, 더 선, 왓포드 옵저버, 아폴론 리마솔 공식 홈페이지, DW, TBIJ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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