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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내용인데…58억 내건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서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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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내용인데…58억 내건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서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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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에서 참가자들이 숙식하는 생활관. 가운데 전광판에 상금 액수가 떠있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에서 참가자들이 숙식하는 생활관. 가운데 전광판에 상금 액수가 떠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현실판,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가 22일 공개된다. 2021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로 구현한 것이다. 456명의 참가자들이 456만달러(약 58억원)의 상금을 두고 경쟁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15~17일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총 10회 중 절반인 초반 5개 에피소드를 선공개했다.

서바이벌 게임의 재미는 불확실성에 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 놓인 참가자들이 연합 전선을 구축한다. 곧 뜻밖의 과제가 주어지고, 참가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배신하고 배신당한다. 그 와중에 자기 중심을 잡고 나름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참가자는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에서는 이런 재미를 찾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을 토대로 쇼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게임은 예상 가능하고, 게임 과정은 당연히 드라마만큼 극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다. 참가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인형이 뒤를 돌아봤을 때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게임의 규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세한 움직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손을 주머니에 넣고 뛴다.

두 번째 게임인 ‘달고나’에서도 그렇다. 원, 삼각형, 별, 우산 중 한 가지 모양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가장 어려운 모양인 우산에 걸리지 않으려 기를 쓴다. 결국 우산을 뽑게 된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자기 달고나에 침을 뱉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게임을 잘할 수 있는지 미리 숙지해 온 것이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참가자들이 두번째 게임을 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위 사진). 한 참가자가 우산 모양의 달고나 뽑기 게임을 하고 있다(아래).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참가자들이 두번째 게임을 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위 사진). 한 참가자가 우산 모양의 달고나 뽑기 게임을 하고 있다(아래). 넷플릭스 제공


물론 변형을 준 부분들도 있다. 선공개된 에피소드를 보면 한 게임은 ‘서구식 고전게임’으로 바뀌어 진행된다. 제작진은 중간중간 참가자들에게 원하는 사람을 탈락시킬 수 있는 권한도 준다. 그런데 이 장치도 다소 밋밋하다. 탈락 권한을 갖게 된 이들은 그것을 승부를 통해 ‘획득’하지 않고 우연히 얻었다. 탈락자들은 ‘눈에 띄어서’ ‘나와 대화를 안 해봐서’ 같은 변변찮은 이유로 탈락된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쇼가 흥미진진해지려면 ‘이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탈락자에게도 생존자에게도 나름의 서사가 필요하다. 최근 종영한 두뇌싸움 서바이벌 예능인 <데블스 플랜>에서 최종 2인이 된 과학 유튜버 궤도와 배우 하석진은 정반대의 게임 플레이를 보여줬다. ‘다 같이 살아남자’며 탈락 위기에 처한 경쟁자를 구해주는 궤도, 승부를 위해 굳이 떨어뜨리지 않아도 됐던 참가자를 냉정하게 탈락시키는 하석진의 모습은 승패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가 됐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적어도 5회까지는 그런 요소를 찾기 어렵다. 참가자 수가 많아서인지 참가자들 간 연합이 끈끈하지 않고, 캐릭터성도 잘 부여되지 않는다. 훨씬 적은 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콘셉트를 ‘뾰족하게’ 가져간 <데블스 플랜> <피지컬 100>의 승부가 훨씬 치열해 보이는 이유다.

쇼 자체의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드라마의 소품과 세트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보는 재미는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 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넷플릭스 제공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 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넷플릭스 제공


참가자들은 <오징어 게임>의 트레이드 마크인 녹색 트레이닝복을, 스태프들은 핫핑크색 제복을 입고 등장한다.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알록달록한 색의 미로 같은 계단도 만들어졌다. 돈이 가득 찬 투명 돼지 저금통도 실제로 만들어졌는데, 무게만 800㎏을 넘었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평소 생활하는 ‘생활관’의 이층 침대 구조물은 아마존사의 창고에 대규모 선반을 설치했던 회사가 20t 이상의 강철을 들여 만들었다.


촬영은 영국 런던의 워프 스튜디오에서 16일 이상 진행됐다. 다른 게임보다 큰 공간이 필요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만 영국 베드포드의 카딩턴 스튜디오에서 찍었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실내 공간인 이 스튜디오는 1920~1930년대 대규모 비행선을 제작하던 곳이다.



드라마와 똑같이 재현된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세트와 소품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와 똑같이 재현된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세트와 소품들. 넷플릭스 제공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미로같은 계단도 드라마랑 똑같이 구현됐다. 넷플릭스 제공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미로같은 계단도 드라마랑 똑같이 구현됐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에서는 게임에 진 참가자들이 그 자리에서 총에 맞아 죽는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까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제작진의 결정은 피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 대신 검은색 물감을 탈락자들 가슴 부근에서 터뜨리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검은색 물감이 터지면 마치 총에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약 8만1000명의 사람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참가자들 중 아시아계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1~5화는 22일, 6~9화는 29일, 최종화는 내달 6일 공개된다.


생활관 천장에 돼지저금통이 달려 있다. 넷플릭스 제공

생활관 천장에 돼지저금통이 달려 있다. 넷플릭스 제공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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