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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오징어 게임’, ‘기생충’ 음악 만든 정재일 “전통예술의 강력한 힘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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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음악가이지만 새로운 음악 하면 돼”

“꼬마 때부터 국악과 사랑에 빠졌어요. (판소리, 무속음악, 정악 등 전통음악에) 깊이 들어가 보면 아주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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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콘텐츠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41)은 우리 전통예술의 강력한 힘을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1일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던 얘기를 전했다. 올초 세계적 음반사 데카를 통해 발매한 앨범 ‘리슨(Listen)’ 수록곡과 ‘오징어 게임’, ‘기생충’에 들어간 음악 등을 피아노, 국악, 오케스트라로 연주했는데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판소리와 장구, 꽹과리에 오케스트라, 피아노가 어우러져 공연 대미를 장식한 ‘어 프레이어’에 대한 반응이 대단했다. “오래전부터 유럽에 나가면 한국 전통음악이 열렬한 환호를 받는 걸 목격해 왔어요. 특히 3~4시간의 판소리를 완창하는데 언어를 모르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자주 봤죠. 이번에도 전통 연주자들이 환대받을 거라고 자신했는데, 마지막 곡이 끝나자 모든 분이 (엄청) 환호를 보냈습니다.”

정재일은 런던 무대의 열기를 한국에서 이어가려 한다. 다음 달 15∼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지구와 자연이 들려주는 얘기를 피아노 연주로 담은 앨범 ‘리슨’을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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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사실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세종문화회관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극장을 내주셔서 기대와 동시에 긴장하고 있다”며 “지루하지 않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슨’ 외에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씻김굿’과 ‘비나리’ 등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음악을 잇달아 들려준다. 정재일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오케스트라 더 퍼스트’를 비롯해 런던에 함께 갔던 소리꾼 김율희, 김덕수 명인 제자들로 구성된 사물놀이 ‘느닷’, 이아람(대금), 박순아(가야금), 배호영(아쟁) 등 쟁쟁한 연주자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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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은 어릴 때부터 ‘천재 뮤지션’으로 불렸지만, 정작 자신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근본 없는 음악가”라고 자세를 낮춘다. 그는 중학생이던 1995년 서울재즈아카데미에 들어가 음악 공부를 하다 기타리스트 한상원에게 발탁돼 한상원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고등학교는 가지 않고 1999년 이적, 한상원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밴드 ‘긱스’로 데뷔했다. 정재일은 “지금도 자신이 없을 때가 많은데, 고등교육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고등교육을 받았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여전하다”면서도 “이렇게 근본 없이 음악을 해도 새롭게 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패닉, 박효신, 아이유 등 유명 가수의 음반 작업 등 대중가요부터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공연 등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 작업을 해왔다.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와 오랜 인연으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무적의 삼총사’ 등 편곡 작업도 했던 그는 내년 3월 ‘학전’ 폐관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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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콘텐츠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1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로 관객과 만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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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은 ‘리슨’ 발매를 계기로 꾸준히 개인 앨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은 어떤 테마나 주인공을 위한 곡을 주로 작업하느라 제가 맨땅에 헤딩하며 쓴 곡들이 없었어요. 제 안에 무슨 이야기가 있고 어떤 파편이 있는지 탐험하는 중이에요. 어렸을 때 했던 헤비메탈도 할아버지가 되면 못 하니 빨리해봐야죠.”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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