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30년 동안 준비하고 지은 결과물이다.
낙동강에 둘러싸인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명작' 혹은 '명품'이 들어섰다. '락고재(樂古齋) 하회 호텔 & 리조트'(이하 락고재)다.
'락고재(樂古齋) 하회 호텔 & 리조트' |
락고재는 전통이 숨 쉬는 민가(民家) 양식으로 한국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은 하회마을 바로 옆에 조성한 한옥 호텔이다. 하회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를 한단계 높여 즐길 수 있는 '숨'과 '쉼' 장소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머리와 마음을 아늑하게 한다. 한옥은 물론 길과 담, 마당 등이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에 빠지게 한다.
황톳길과 아담한 담 |
몇몇 건물이 낯익으면서도 눈에 띈다면, 창덕궁 부용정, 애련정, 연경당, 낙선재, 관람정 등을 그대로 본떠 지었기 때문이다. 부용정 앞 연못까지 재현했다.
객실 '부용정'에서 본 연못 |
옛 기와 자취를 따라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변색시킨 기와를 사용했으며, 질 높은 목재 사용을 위해 '목공학교'를 운영하며 제자들을 키워내 제작에 참여하게 했다.
오랜 기간 꾸준히 수집한 문인석이나 무인석, 서예, 고미술, 그림, 자기, 의자 등 문화재 수준의 미술품들이 건물 내·외부에 장식돼 있다.
호텔 객실 앞 문인석 |
30여 년 한옥 호텔에 대한 집념을 일궈온 이는 안영환 대표(66)다.
"저는 한옥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K컬처를 담는 큰 그릇'이다'라고요. 우리 유형 문화재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시각적으로 뒤져 보입니다. 하지만 풍류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그걸 재현하기 위해 긴 시간 노력했습니다"
안영환 대표 |
그는 이 꿈을 위해 1994년 우리나라 처음으로 고택 체험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2003년엔 국내 최초 한옥 호텔인 '락고재 서울 본관'을 열었다.
두 번째 한옥 호텔은 2010년 7월 하회마을에 문을 연 초가 형태 호텔이었으며, 세 번째 실현은 2022년 3월부터 손님을 받기 시작한 서울 북촌 '락고재 북촌 빈관'이다.
락고재 북촌 빈관 |
널리 알려진 대로 하회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안 대표는 유산은 잇고, 전통은 확대하고 싶었다.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쌓은 열정과 노하우로 하회마을에 대규모로 조성한 호텔이 이곳이다.
"한옥은 화장실이나 추위 문제 등 불편함이 분명히 있지요. 이를 이겨내기 위해 아궁이 도입, 실내 대형 욕조 설치 등으로 이겨냈습니다. 한옥 특유의 풍류는 훼손하는 일 없이요"
그럼 안 대표가 말하는 한옥의 풍류란 무엇일까?
객실 내 거실 공간 |
"한옥에서 체험하는 풍류란 우리 선조들이 즐긴 멋입니다. 그건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에 동화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연과 합일되는 거죠. 우리 그림이나 문화재 등 예술 전반과 일상에 숨어 있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하는 바로 그 정서입니다"
객실 내 침실 공간 |
락고재 체험에 나서, 락고재에 반한 이가 있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작가로 선정됐으며, 최근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도 전시한 동양화가, 홍푸르메다.
홍푸르메 작가 |
그는 락고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마음과 정성을 다하면 감동이 되죠. 울림 같은 거요. 논어에서 말한 것처럼, 지자(智者)와 인자(仁者)가 좋아했던 물과 산을 통해 군자가 될 수 있는 것인데, 현대에서 군자란 자기를 다스리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녀는 조금 더 철학적으로 락고재를 해석한다.
"다스리기 위해 필요한 일이 '비움'입니다. 이곳에선 비움과 여백을 향유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차오를 수 있다면, 감동할 수 있다면, 비움과 여백 덕이지요. 건물이 땅에 대한 무늬를 만들었어요"
한 객실 앞 마당에 놓은 홍푸르메 작가 작품 |
조금 높은 곳에 올라 한옥 호텔 전체를 조망하면 고궁에 온 기분을 떨칠 수 없고, 가까이 다가가 구석구석 살피면 목재와 기와부터 연못, 개울, 계단, 황톳길, 주춧돌에 이르기까지 허술한 곳이 없다.
객실 내 소품 |
만일 허술하거나 서툴러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의도적이다. 그것이 한옥의 미학이며, 우리 문화 특징이기 때문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을 연상시킨다. '큰 기교는 서툴러 보인다'
락고재 전경 |
안 대표는 락고재가 '명품 조건'에 부합한 건물과 조경이라며 자신 있게 말한다.
"명품은 디테일에 있죠. 1% 차이로 승부가 납니다. 10배, 100배 더 비싼 이유는 디테일이 승리했기 때문입니다"
대담하는 안영환 대표와 홍푸르메 작가, 유세진 사회자 |
락고재 야경 |
'락고재 하회 호텔 & 리조트'는 2024년 봄에 정식으로 문을 연다.
아직 진행형이다. 오픈하지 않아서 진행형인 것이 아니다. '비움, 여백, 합일'이라는 우리 문화 특징은 영원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게 안 대표의 꿈이며, 우리 문화가 내포한 꿈이다.
안 대표가 한 단어로 포괄한 '풍류'란 곧 사람이며 사람살이다. 그런 점에서 락고재는 건물을 지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장소'다.
락고재 야경 |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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