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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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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수치심과 싸워야 했던 할리우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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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페이지 보이/엘리엇 페이지/송섬별 옮김/반비


“나 남자가 될 수 있어요?”

할리우드의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는 여섯살 무렵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곧장 “안되지, 얘야. 넌 여자잖아”라고 답했다.

페이지는 엘런 페이지라는 이름으로 영화 ‘주노’, ‘인셉션’ 등에서 활약한 인기 배우다. 그는 2020년 12월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전세계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가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지 6년 만이었다. 이후 페이지는 유방 제거 수술의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난 화보를 찍는 등 과감한 행보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트랜스젠더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20년엔 트랜스남성 최초로 ‘타임’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페이지는 이미 네 살 때부터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직감했다.

화장실에서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한 그는 생식기를 누르고 꼬집고 쥐어짜면서 소변 줄기를 조준하려고 애쓰곤 했다. 변기 칸이 소변으로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그가 열 살이 됐을 땐 1년 간 투쟁한 끝에 머리를 짧게 자르는 데 성공했다. 조금이라도 여성스러운 옷을 강요 당할 땐 온몸을 뒤틀며 난리를 부렸다. 남들에게 평범한 수 있는 어린 시절이 그에겐 수치심이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할리우드 산업에 발을 들인 이후엔 여배우라는 이유로 마주해야 하는 경험들이 그를 더욱 좌절하게 했다. 일방적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요당하면서 페이지는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며 자해를 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 삶에서 하고 있는 연기가 이미 나를 숨 막히게 하고 있는데 스크린에서도 연기를 한다는 것은 너무 큰 압박이었다”며 괴로웠던 당시를 회고했다. 여기에 커밍아웃 이후 부모와 겪은 갈등은 그를 더욱 옥죄었다.

페이지는 회고록 ‘페이지 보이’를 통해 그가 어렸을 때부터 성 정체성을 두고 겪었던 혼란과 할리우드 산업에서 겪어야 했던 수치심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회고록에 따르면, 커밍아웃을 하기까지의 시간은 페이지에게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페이지는 이 과정이 두 발짝 앞서 갔다 다시 한 발짝 뒤로 물러남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커밍아웃 이후에도 그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페이지 보이’가 미국에서 출간될 당시 미국의 일부 주에선 트랜스젠더 차별 법안이 통과된 시기라 성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이 어느 때보다 심했다. 그럼에도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유는 “퀴어와 트랜스로 살아가는 방법은 무한히 많고 내 이야기는 그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페이지는 여전히 그의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그는 1년이 넘도록 매일 40㎎ 테스토스테론을 직접 주사하고 있다. 다소 귀찮고 불편할 수 있지만 페이지는 이제서야 자신의 삶에 설렘과 만족감이 찾아왔다고 말한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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