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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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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텍사스와 애리조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월드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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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그 누구도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의 마지막을 장식할 두 팀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다. 두 팀의 월드시리즈는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두 팀 모두 시리즈 열세를 뒤집고 올라왔다. 텍사스는 시리즈 2승3패 열세를 극복했다. 홈에서의 세 경기를 다 내주고 6,7차전 원정 두 경기를 승리했다. 애리조나도 먼저 두 경기를 패했던 불리한 출발을 넘어섰다. 3,4차전 경기 후반 역전승으로 시리즈 분위기를 바꿨다. 이는 두 팀의 월드시리즈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텍사스는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2010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1승4패에 그치면서 준우승에 만족했다. 당시 텍사스의 우승을 막은 상대 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이 현재 텍사스를 지휘하고 있는 브루스 보치였다.

월드시리즈 우승 0회 구단

1. 텍사스
2. 시애틀
3. 샌디에이고
4. 탬파베이
5. 밀워키
6. 콜로라도


2011년은 더 아쉬웠다.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결국 무릎을 꿇었다. 텍사스를 울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데이빗 프리스는 챔피언십시리즈에 이어 월드시리즈도 MVP로 뽑혔다. 또한 단일 포스트시즌 21타점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했는데, 올해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챔피언십시리즈 7경기 15타점을 쓸어 담아 20타점 고지를 밟았다. 가르시아가 프리스를 내리면 텍사스도 2011년 악몽을 완전히 지울 것이다.

애리조나는 팀 역사상 두 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이다. 첫 번째였던 2001년은 아직도 명승부로 회자되는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였다. 7차전 마리아노 리베라를 무너뜨린 루이스 곤살레스의 끝내기 안타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2001년 애리조나는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도 토니 워맥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케텔 마르테가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끝내기 승리는 애리조나 우승의 보증 수표처럼 여겨지는데, 공교롭게도 텍사스는 뒷문이 매우 불안한 팀이다. 정규시즌 팀 블론 세이브 33회는 메이저리그 전체 가장 많았다.

2023 끝내기 최다 패배

12 - 샌디에이고
12 - 클리블랜드
11 - 화이트삭스
10 - 텍사스


두 팀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2년 전만 해도 월드시리즈는 고사하고 암흑기가 언제 끝날지 의문이었다. 2021년 애리조나의 110패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성적이었다. 애리조나와 더불어 볼티모어 오리올스 역시 110패였는데, 이 두 팀을 제외한 최다패 팀이 바로 텍사스였다. 텍사스 역시 102패에 허덕이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태였다.

100패 팀이 두 시즌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건 앞서 네 번뿐이었다. 1914년 보스턴 브레이브스와 1967년 보스턴 레드삭스, 1969년 뉴욕 메츠, 2008년 탬파베이 레이스였다. 매우 생소한 경우가 같은 시즌에 동시에 나온 점이 이례적이다.

두 팀은 작년에도 5할 승률을 넘지 못했다(애리조나 0.457, 텍사스 0.420). 도합 승률이 0.438밖에 되지 않았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두 팀의 직전 시즌 도합 승률 중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1990년 애틀랜타 & 미네소타 0.429). 이러한 성적들은 두 팀의 월드시리즈가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알려준다.

올해 월드시리즈에 조금 더 가까웠던 팀은 텍사스다. 지난해 코리 시거와 마커스 시미언 '5억 달러 듀오'를 영입하면서 우승 도전을 천명했고, 공격적인 마운드 보강으로 투타 균형을 맞췄다. 통산 우승 3회에 빛나는 보치 감독을 데려온 것도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반면, 애리조나는 겨울에 쓴 FA 영입 비용이 총 2500만 달러였다. 달튼 바쇼의 대가로 루데스 구리엘 주니어와 가브리엘 모레노를 받아왔지만, 전력을 급격히 끌어 올리는 대형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이에 올해도 애리조나를 향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측 시스템 'PECOTA'를 비롯해 애리조나의 예상 성적은 5할 승률을 넘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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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애리조나는 전력 그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초점을 맞춘 부분이 달라진 규정이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피치 클락 도입과 주자 견제 횟수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등으로 '뛰는 야구'를 예고했다.

애리조나는 이 규정을 십분 활용했다. 빠른 선수들이 공격을 주도했고, 빠른 선수를 잡을 수 있는 포수를 내세웠다. 덕분에 애리조나는 정규시즌 팀 도루 2위에 올랐고(166도루) 도루 허용 역시 두 번째로 적었다(84도루 허용).

단기전에서 런닝 게임은 변수를 창출힌다. 애리조나는 마이크 헤이즌 단장이 말한 것처럼 "루상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팀"이다. 비록 구리엘의 아쉬운 베이스 런닝이 있었지만, 애리조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가장 많은 팀 도루 기록하고 있다(16개). 월드시리즈에서도 뛰는 야구로 텍사스를 압박해야 한다. 특히 불펜을 흔들어야 승산이 있다.

텍사스의 강점은 파워다. 힘의 대결로 가면 텍사스가 유리하다. 이번 포스트시즌 12경기 22홈런, 애리조나는 12경기 18홈런이다. 텍사스는 시미언을 제외하면 주축 선수들이 모두 홈런을 때려냈다. 상하위 구분 없이 언제 어디서나 홈런이 나올 수 있는 타선이다.

단기전에서 홈런은 강력한 무기다. 분위기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홈런만큼 확실한 특효약이 없다. 실제로 이번 포스트시즌은 홈런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홈런으로 뽑은 점수의 비중이 50.7%다(정규시즌 41%). 상대보다 더 많은 홈런을 쳤을 때 성적도 21승4패로 압도적이었다. 텍사스는 홈런 생산에서 월등하게 앞선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두 팀은 접점이 거의 없다. 올해 정규시즌 네 차례 맞대결이 있었지만, 특별한 이야깃거리는 없었다. 정규시즌 전적은 애리조나가 3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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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을 엮는 선수는 맥스 슈어저다. 시즌 중반 텍사스로 이적한 슈어저는 친정팀이 애리조나다. 애리조나가 2006년 드래프트 전체 11순위로 지명했다(2006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에반 롱고리아).

하지만 애리조나는 슈어저를 믿지 못하고 2009년 12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트레이드 했다. 슈어저는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한편, 슈어저는 오른 엄지손가락을 베였지만 월드시리즈 등판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두 팀의 시리즈에서 떠오르는 또 한 명은 매디슨 범가너다. 범가너는 2010년 텍사스 우승을 가로 막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월드시리즈 4차전 선발 투수로 나와 8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3차전을 승리한 텍사스로선 20살 어린 투수에게 꽁꽁 막힌 4차전 패배가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 경기로 사기가 꺾인 텍사스는 5차전에서 시리즈를 내줬다.

범가너는 보치 감독이 전적으로 신뢰한 가을 에이스였다. 현재 텍사스 마운드의 버팀목인 조던 몽고메리가 "보치의 새로운 매드범(범가너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범가너는 2019년 12월 애리조나와 5년 8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올해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자 애리조나가 칼을 빼들었다(4경기 3패 ERA 10.26). 애리조나는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계약이 남은 범가너를 방출시켰다(잔여 연봉 344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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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가너가 나가면서 기회를 얻은 유망주 중 한 명이 브랜든 팟이다. 팟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잭 갤런과 메릴 켈리의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포스트시즌 네 경기 평균자책점이 2.70(16⅔이닝 5실점)이다.

애리조나는 선발진에서 원투펀치 비중이 높다. 실제로 2001년 우승할 때도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의 원투펀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갤런과 켈리는 2001년 원투펀치의 수준은 아니다. 이에 원투펀치가 나온 경기를 놓쳐도 만회할 수 있어야 한다.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에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팟이 나왔던 네 경기를 모두 승리한 덕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두 팀이 최정상을 두고 다툰다. 최고의 전력을 갖춘 두 팀은 아니지만, 포스트시즌은 강한 팀이 살아남는 게 아니다. 살아남는 팀이 강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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