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지난해 10월 이후 최소 수준
한은 "강달러 자체로도 줄어…늘리는 게 능사 아냐"
국제유가 불안과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으로 국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논의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호 부총리에게 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추 부총리는 "IMF(국제통화기금)나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에 관해 '대외 충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외환보유액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는 대외지급준비자산이다. 유사시 국내 외환시장에 대해 안정적인 외화유동성 공급 기능을 수행한다는 정책 목적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봤을 때 달러 자산은 72%, 비달러 자산은 28% 정도를 차지한다. 매년 달러와 비달러가 7:3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규모 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외환보유액이 최근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41억 2000만달러로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고, 지난 10월(4140억 달러) 이후 1년 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 소식이 나올 때마다 그 원인으로 '시장개입'이 부각되는 게 곤란한 입장이다. 매달 한은에서 발표하는 외환보유액은 국가별 비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미 달러로 표시한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 매도를 통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강달러 영향 탓에 계산만 달러로 하는 과정에서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며 "달러 강세가 되면 달러액은 그대로인 데 반해 비달러는 달러 가치가 높아진 만큼 달러로 환산한 액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올해 1분기(1~3월)의 경우, 외환보유액 자체는 39억달러가 줄어들었지만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거래한 외환 순거래액은 순매도액 기준 21억 달러뿐이다. IMF도 지난 7월 발표한 대외부문평가보고서(ESR)에서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외환시장 변동성을 예방하는 정도로 제한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적정한 외환보유액 수준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많은데, 개인으로 말하면 비상금과 같은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 대비 외국인 투자자금 비율이 높은 편이라 더 확충해 놓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계속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을 축적한다는 건 외환을 산다는 의미인데, 그 과정에서 통화안정증권이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만큼 이자 부담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IMF는 올해부터 신흥국에 적용하는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표(ARA)'를 한국에는 더이상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는 해당 지표를 하회했으나, 올해 IMF는 연례협의를 통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발생가능한 다양한 충격에 대한 적절한 외환 유동성 완충장치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이 신흥국을 벗어나 선진국 수준으로 외환보유액을 관리하고 있어 획일적인 보유액 적정성 기준 대신 선진국에 적용되는 정성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논의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거나 환율이 높아지면 으레 나오는 이야기”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수준에 있을 뿐만이 아니라 통합 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도 있어 유동성 위기가 닥쳤을 때 방어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564억6000만 달러로 전월말보다 41억5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날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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