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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일만 득점포’ 지동원, 두 손 모으고 사죄 “골 넣는 법 잃어버린 줄, 인생서 중요한 골”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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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FC서울 지동원이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 K리그1 34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헤더 역전골을 터뜨린 뒤 두 손을 모으며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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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기자] 정확하게 805일 만의 득점.

그동안 숱한 부상으로 주저앉고 스스로 낙담한 베테랑 공격수 지동원(32.FC서울)에겐 어찌 보면 ‘선수 생명 연장’과 같은 골이었을 게다.

그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4라운드(파이널B 1차전) 강원FC와 홈경기에서 후반 28분 팔로세비치 대신 교체로 투입돼 1-1로 맞선 후반 34분 헤더 결승골을 작렬, 팀의 2-1 신승을 이끌었다.

강성진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공을 박수일이 헤더 슛으로 연결했는데, 공은 골대 맞고 나왔다. 이때 지동원이 리바운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직후 두 손을 모은 그는 고개 숙이며 흐느껴졌다. 동료는 진심으로 그를 축하했다.

지난 라운드에서 4년 연속 파이널B로 추락, 자존심을 구긴 서울은 잔여 5경기를 남겨두고 이미 1부 잔류가 확정된 상태. ‘동기부여’를 두고 우려가 오갔다. 그러나 지동원은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을 품고 운동장을 뛰었다. 보란듯이 투혼의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동기부여란 말에 ‘프로다움’을 강조한 김진규 서울 대행을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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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이 골을 넣은 건 지난 2021년 8월8일 광주FC전 이후 2년 2개월, 805일 만이다. 2010년대 한국 축구의 대표 유럽파 자원 중 한 명이던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서 뛰다가 2년 전 서울을 통해 K리그에 복귀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유럽서 입은 부상 부위가 재발하거나, 복귀한 뒤에도 잔부상에 쓰러졌다. 일각에선 ‘조기 은퇴설’까지 나왔다. 스스로 자존감도 약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마침내 실전 그라운드에서 복귀골을 넣었다.

경기 직후 수훈 선수 기자회견에 들어온 지동원은 “(파이널B 추락으로) 팀이 안 좋은 상황에도 많은 팬이 찾아주셨다. 힘이 됐다. 안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나, 우리에겐, 그리고 개인적으로 매 경기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골 세리머니와 관련해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다. 무언가 포기하지 않은 내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골이다. 훈련할 때 후배들, 친구들과 얘기할 때 스스로 ‘골 넣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말도 했는데 부디 이 골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지난 2년 2개월의 시간을 묻자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많은 기대를 받고 서울에 합류했다. 나 역시 많이 기대했는데…”라며 “부상을 계속 당한 것보다 결과적으로 훈련에서 다른 선수와 경쟁에서 져서 나오지 못했다고 본다. 그런 것에 크게 실망했다. 이번 골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 골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동원은 기성용 등 과거 대표팀서부터 오랜 시간 함께한 선후배에게 “내 몸 상태를 많이 얘기했다”면서 “(그들은) ‘다치지만 말라’더라. 안 다치면 내가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몸 관리에 신경써달라고 했다”면서 믿음을 준 것에 고마워했다.

특히 경기 종료 이후 ‘포지션 경쟁자’로 볼 수 있는 일류첸코가 해준 얘기를 공개했다. 그는 “일류첸코가 내게 ‘오늘 골 넣을 자격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해냈다고 말해주더라. 고마웠다. 그 말이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매일 어떻게 하면 축구를 잘할 것인지 생각한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안 아프게 잘할 수 있을까”라며 “진규 쌤(김진규 대행)은 내게 많은 신뢰를 준다. 훈련장부터 동기부여를 준다. 하루하루 운동장에 나가는 게 즐겁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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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냐’는 질문엔 “얼마나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일단 축구가 너무 즐겁다. 물론 나보다 잘하는 후배도 많고 선배도 많지만 성실하게 재미있게 축구를 하고 싶다. 1년이든 2년이든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즐겁게 축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인터뷰도 민망하고 죄송하다. 경기 못 나갈 때도 팬이 응원 많이 해주셨다. 오늘 운동장에 나가기 전 라커룸에 메모가 붙어있더라. ‘예전부터 팬이었다’는 내용이었는데 감사하더라. 우리가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졌음에도 많은 팬이 와서 응원해주신다. 이런 게 조금 더 힘을 낼 원동력이다. 감사하다”며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할 의지를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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