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키움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양현종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완투와 완봉은 에이스 투수의 상징과도 같은 기록이다.
그런데 현대 야구는 마운드의 분업화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투구 수도 제한되면서 선발 투수가 한 경기를 책임지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수년간 KBO리그에서 기승을 부린 '타고투저' 현상도 일조했다.
그렇다고 해도 올 시즌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종료를 불과 5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단 한 번의 완봉승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완봉승이 기록되지 않은 해는 한 번도 없었다.
지난 11일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투수 양현종은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1-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양현종의 투구 수는 97개여서 완봉 도전이 가능했으나, 팀 사정상 다음 경기를 대비해 마운드를 내려갔다.
윌리엄 쿠에바스 |
9월 23일에는 kt wiz의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KIA를 상대로 9회 1아웃까지 노히트 행진을 벌이다 김도영에게 3루타를 맞은 뒤 볼넷까지 허용하고 교체됐다.
에릭 페디(NC 다이노스) 또한 9월 10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9회 1사 뒤 1실점 하기도 했으나 올 시즌 프로야구는 완봉승에 근접하는 투수조차 많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프로야구는 어떨까.
누구나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메이저리그이지만 올 시즌 완봉승은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프람베르 발데스(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두 차례 달성하는 등 19명의 투수가 21번이나 기록했다.
일본은 놀랍게도 더 많다.
센트럴리그에서만 17명의 투수가 24차례, 퍼시픽리그에서는 13명의 투수가 17차례나 완봉승을 달성했다.
양 리그를 합하면 30명의 투수가 완봉승을 41차례나 작성한 것이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투수들이 미국을 비롯한 중남미 강타자들을 압도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선동열 전 감독은 2005년 올스타전에서도 최고시속 138㎞로 1위를 차지했다. |
KBO리그도 예전에는 완봉승 투수들이 리그를 주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3년에는 28명의 투수가 무려 57완봉승을 기록하며 경기를 책임졌다.
1986부터 1995년까지는 해마다 40완봉승 이상이 나왔다.
이후 조금씩 줄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고영표(kt)와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타일러 애플러(키움) 3명에 그쳤다.
KBO리그 통산 최다 완봉승은 말 그대로 '레전드'인 선동열이 보유한 29완봉승이다.
선동열은 KBO리그에서 11시즌을 뛰었지만, 선발로 나선 시기는 1985년 하반기에 입단해 어깨 건초염으로 이탈한 1992년 4월까지다.
풀타임 7시즌도 안 되는 기간에 29번이나 완봉승을 거뒀다는 사실은 정말 대단하게 다가온다.
선동열은 이 기간에도 마무리를 겸직하며 56세이브를 추가하기도 했다.
통산 100완투를 기록한 롯데의 전설 윤학길 전 2군 감독 |
선동열에 이어 최다 완봉 2위는 윤학길과 정민철이 기록한 20완봉이고, 조계현(19완봉), 이강철(18완봉) 등 1980∼90년대 활약했던 투수들이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현역 투수 중에서는 장원준(두산)이 통산 5완봉승으로 공동 51위, 고영표와 양현종은 4완봉으로 공동 61위, 김광현(SSG)은 3완봉으로 공동 79위에 올라 있다.
올해는 완투도 5번에 불과했다.
그나마 뷰캐넌이 7월 13일 KIA를 상대로 9이닝 1실점으로 완투승했고 마리오 산체스(KIA)는 지난 4일 kt전에서 8이닝 3실점 완투패를 기록했다.
오원석(SSG)과 정찬헌(키움), 심재민(롯데)은 7이닝 이하만 던지고 비로 인해 강우콜드게임 완투승을 기록했다.
현역 최다인 5완봉승을 기록 중인 두산 장원준 |
이처럼 완투마저 귀해지는 상황에서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이 보유한 100완투는 불멸의 기록으로 여겨진다.
'무쇠 팔' 최동원은 81완투로 2위에 올랐고 '개막전의 사나이' 장호연은 79완투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역 투수 중에서는 양현종과 장원준이 나란히 13완투로 공동 77위에 오른 것이 최고 기록이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투수력의 저하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문동주(한화 이글스) 등이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긴 했지만, 선동열과 윤학길처럼 완봉과 완투 능력이 가미된 영건들이 다수 배출되어야만 다시 한번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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