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빅테크 규제법 속속 시행
그래픽=이철원 |
◇말 안 들으면 거액 과징금에 시장 퇴출
14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X(옛 트위터) 소유주는 본인의 X 계정을 통해 “전쟁 중 광고 매출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X에서 내 조회 수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광고 수익 지급액은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을 올린 이용자에 대한 답변에서다. 머스크는 지난 10일 유럽연합(EU)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후 확산하는 가짜 뉴스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공식 경고를 받았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답하고, 유럽 당국을 구소련에 비유해 비꼬는 글에 동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EU가 경고를 넘어 X에 대한 실제 조사에 착수하게 되자, X도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당국에 우회적으로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유럽의 강력한 빅테크 규제가 X에서 콘텐츠 단속을 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머스크마저 한 수 접게 만든 것이다.
X는 현재 유럽연합의 빅테크 규제 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의 첫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12일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DSA에 따라 X에 정보 요청을 했다”며 “DSA는 위기 상황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강력한 과징금을 무기로 빅테크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 2018년 개인 정보 보호법인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을 통과시킨 것을 시작으로, 올해 8월 DSA를 시행했고, 내년 3월 빅테크의 독점 영업을 막는 ‘디지털 시장법(DMA)’ 시행을 앞두고 있다. GDPR은 위반 시 연매출의 최대 4%, DSA는 6%, DMA는 20%까지 부과할 수 있다. 지난해 1166억달러 매출을 올린 메타의 경우 최대 233억달러(약 32조원) 과징금을 내야 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시장 퇴출까지 가능하다.
테크 업계에서는 “유럽 당국이 특히 시장독점 문제를 규제하는 DMA 처벌 수위를 가장 높게 책정한 것은 시장에서 유럽계 기업들을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은 DMA법에 해당하는 애플·알파벳·메타 등을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게이트키퍼(문지기)’라 정의한다. 유럽 검색 시장의 93%를 차지하는 구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으로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메타, 폐쇄적 아이폰 생태계를 유지하는 애플 등 때문에 유럽의 신생 기업들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대 M&A에도 제동
유럽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무차별적인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는 것도 적극 막아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대형 게임사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IT 업계 역대 최대 거래액인 687억달러 규모의 이 거래는 인수 발표 21개월 만에 겨우 완료됐다. 영국 경쟁시장청이 끝까지 강경하게 인수 승인을 거절한 탓이었다. MS가 향후 15년간의 블리자드 게임 판권을 프랑스 게임 회사 유비소프트에 매각하겠다고 제안하고야 겨우 인수 허가를 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미국 엔비디아에 매각하려 시도했지만, 유럽 각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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