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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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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가을의 지배자' 휴스턴 요르단 알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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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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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7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챔피언십시리즈 라운드가 생긴 1969년 이후 7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팀은 휴스턴이 두 번째다. 1991-99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8년 연속 올라간 바 있다.

디비전시리즈 상대 미네소타 트윈스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통해 포스트시즌 18연패를 끊은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상대 기세에 가장 휘둘리지 않는 팀이다. 미네소타로선 대진운이 나빴다.

가을에 강한 선수들이 유독 많은 휴스턴은 '가을 야구 전문가'다. 그리고 묵묵하게 팀을 지탱하는 선수가 바로 요르단 알바레스(26)다. 알바레스는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앞세워 미네소타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알바레스 디비전시리즈 4경기

3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
4타수 1안타 2타점 0볼넷
5타수 3안타 1타점 0볼넷
4타수 1안타 0타점 0볼넷


*16타수 7안타(0.438) 4홈런 6장타

1차전부터 홈런 두 방을 친 알바레스는 2차전과 3차전에도 홈런 한 방씩을 날렸다. 단일 포스트시즌 첫 세 경기 4홈런은 1971년 밥 로버트슨, 1996년 후안 곤살레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타이 기록이었다.

특정 구종만 노리고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1차전은 체인지업과 스위퍼, 2차전은 커터, 3차전은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했다. 각기 다른 구종 네 개를 모두 공략한 모습은 알바레스가 얼마나 높은 수준의 타자인지를 알려준다.

알바레스는 홈런만 노리지 않았다. 특유의 선구안을 발휘해 나쁜 공은 골라냈다. 여기에 칠 수 있는 공이 들어오면 밀어치고 당겨치기를 자유자재로 했다. 알바레스를 지켜본 마우리시오 듀본은 "투수들은 무슨 감옥에 들어갈지 선택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알바레스는 4차전에 부진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 하나만 때려냈다. 이번 포스트시즌 알바레스의 첫 '단타'였다. 첫 타석에서는 뜬공으로 물러났는데, 이를 본 미네소타 담당 기자는 '속보'라고 내보냈다. 그만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알바레스는 원래 LA 다저스 팜에 있었다. 2016년 8월 조시 필즈와 트레이드 되면서 휴스턴으로 이적했다.

다저스는 알바레스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당시 트레이드를 진행한 파르한 자이디 단장(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이 휴스턴이 원한 'Y. 알바레스'가 '야디에르 알바레스'인 줄 알았다는 건 잘 알려진 일화다. 그래서 트레이드를 거부하려고 했지만, 이후 '야디에르'가 아닌 '요르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수락했다.

다저스는 유망주의 운동 능력과 다재다능함을 중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알바레스는 다저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저스가 간과했던 점이 알바레스의 타격 재능이었다. 다저스가 놓친 부분을 휴스턴은 눈여겨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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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레스는 다저스가 준 8월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신인왕을 수상했다. 2020년은 무릎 수술로 제대로 된 시즌을 보내지 못했지만, 2021년 144경기 33홈런 104타점, 지난 시즌은 135경기 37홈런 97타점으로 MVP 최종 후보에 들었다. 올해는 오른쪽 옆구리 부상 때문에 48경기를 놓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31홈런 97타점을 만들어냈다. 건강한 알바레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타자였다.

2021-23년 조정득점생산력 순위

179 - 애런 저지
163 - 요르단 알바레스
163 - 마이크 트라웃
157 - 오타니 쇼헤이
155 - 후안 소토


정규시즌 성적이 포스트시즌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정규시즌은 꾸준해야 하고, 포스트시즌은 강렬해야 한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온도 차이가 컸던 선수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에 반해 알바레스는 꾸준하면서도 강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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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알바레스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6경기 23타수 12안타(0.522) 1홈런 6타점을 기록해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는 타율은 0.192에 그쳤지만, 결정적인 홈런 두 방을 때려냈다. 특히 월드시리즈 6차전 역전 스리런 홈런은 휴스턴의 우승을 결정 짓는 중요한 한 방이었다.

알바레스의 포스트시즌 득점권 타율은 0.214다. 그러나 이 성적은 무릎 수술을 받은 2020년 전과 후로 나눠야 한다.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서 알바레스의 득점권 타율은 0.333(24타수 8안타). 통산 득점권 홈런 두 방도 모두 지난해 때려낸 홈런들이었다.

물론 현재 알바레스는 득점권 타율이 1할대라고 해도 절대 쉽게 승부할 수 없다. 대기 타석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투수를 긴장시키는 타자가 알바레스다. 휴스턴 특별 고문으로 있는 레지 잭슨은 "위압감이 있다"고 말하며, "우리 편에 있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잭슨은 포스트시즌의 전설 중 한 명이다. 1973년 월드시리즈와 1977년 월드시리즈 MVP였다. 1977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는 홈런 세 방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가을만 되면 더 뜨거워지는 잭슨을 보고 '미스터 10월'이라고 불렀다.

잭슨의 등번호는 44번이었다. 알바레스도 잭슨과 같이 44번을 달고 가을 무대를 누비고 있다. 과연 알바레스는 잭슨의 뒤를 이어 포스트시즌의 전설로 거듭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위용은 '미스터 10월'과 '미스터 11월'을 넘어서는 '미스터 포스트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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