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제학과 최초 여성 종신 교수…원격 근무, 여성의 고소득 일자리 접근 제고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여성의 노동시장 결과와 관련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로 골딘 교수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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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노동경제학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 대학 교수가 선정됐다. 골딘 교수는 남녀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의 성 불평등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처음 연구한 노동 경제학자다.
10일 외신과 학계에 따르면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전날(현지시간) 골딘 교수를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골딘 교수는 수세기 동안의 여성의 소득과 노동 시장 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골딘 교수는 미시·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거시·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어떻게 변했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여성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연구해왔다. 골딘 교수는 하버드 경제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 교수다.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性)에 따른 임금 격차 등 여성의 일자리와 경력단절 등을 연구하며 오랫동안 노벨상 후보로 지목돼왔다.
남녀 간 임금 격차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도 반세기 넘게 고민해온 문제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추월해도, 전문직 진출이 늘어나도 노동시장의 성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난제로 남아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골딘 교수의 연구에 대해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사이에 상당한 불리함이 축적되면서, 차별을 안 한 것 같아도 궁극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위치도 달라진다는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10월 펴낸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원제: Career and Family: Women's Century-Long Journey toward Equity)에 그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이 책은 무려 100여년간 미국의 대졸 여성들을 다섯 세대로 나누어 성별 소득격차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또 골딘 교수는 미국 사회의 '탐욕적 노동 문화'(Greedy work)도 남녀간 임금 격차를 부채질한다고 봤다. 늦은 밤이나 주말에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는 아이와 가정생활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여성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골딘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본격 도입된 원격 근무가 여성 고용에 미친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기업들이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이 된 화상회의 시스템을 뒤늦게 꺼내 들면서 원격 근무가 가능해졌고, 이는 고소득 일자리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봤다.
골딘 교수는 지난해 영아 자녀를 둔 미국 대졸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팬데믹 이후 오히려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가설에 힘을 실었다. 부부 양쪽이 모두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에 공동 참여한 것이 여성의 고용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제자인 황지수 서울대 교수와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교수는 "여성의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이 저출산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 거 같다"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과 공통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골딘 교수의 2008년 저서인 ‘교육과 기술의 경주(The 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 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경제사회 상황을 기술과 교육의 경주 상황으로 제시하는 책”이라며 “기술의 빠른 변화를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면 낙오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개개인의 후생은 물론 국가경제의 경쟁력 핵심은 결국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 가에 달려있다고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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