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 유가 4% 급등
항공유, 영업비용 30% 차지…부담감 ↑
실적 전망 ‘부정적’…수요 감소도 걱정
대한항공 보잉787-9 여객기. [대한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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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환율과 기름값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항공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효자 노릇을 했던 화물 운송 부문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영업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항공유 부담이 커지며 3~4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4.43% 오른 배럴당 86.46달러를 기록했다. 12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장보다 4.19% 오른 배럴당 88.12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연장 등의 여파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에는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달 들어 경기 침체 전망이 나오면서 배럴당 80달러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이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자칫 이번 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쟁으로 확산할 경우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지정학적 위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항공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유류 소모량은 약 2600만배럴이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약 2600만달러(약 350억원)의 영업비용이 더 발생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근 4년간 연평균 유류 소모량은 약 863만9000배럴로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86억원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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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으로 유류할증료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석유제품 현물 거래시장의 항공유 평균값이 150센트 이상일 때 단계별로 부과하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 6월 7단계에서 이달 14단계로 두 배가량 올랐다. 국내선 유류할증료 역시 같은 기간 9900원에서 1만3200원으로 3300원(30%) 인상됐다.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비 등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항공사들에 1300원을 상회하는 원/달러 환율도 부담 요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순외화 부채는 약 27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항공사들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액 4조642억원, 영업이익 5855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2%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지만, 영업이익이 26.8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일부 줄일 수 있겠지만, 항공료 인상이 지속할 경우 여객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기간 호조세를 보였던 화물사업의 경우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대란으로 인한 항공 화물 수요 증가, 여객기 화물칸 공급 감소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이미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파생상품 개발 등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항공사들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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