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조사, 10명중 3명 "감정노동자 보호법 존재 도 몰라
"보호해야 할 관리자들, 심각성 인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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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1.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장난 전화, 성희롱, 폭언이 매일 매시간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고통스럽습니다. 회사에서는 함부로 통화를 못 끊게 하고 선종료 멘트만 해도 바로 감점 처리를 해버려서 죽겠습니다.
#2. 유치원 교사입니다. 한 아이의 책 한 권을 안 보냈다는 걸 모르고 보냈다고 학부모에게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책이 교실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걸 이유로 학부모가 거칠게 항의했고 죄송하다고 했는데도 유치원에 전화를 했어요. 이 일로 원감은 저에게 엄청난 폭언을 하고, 거짓말쟁이라고 아이들 앞에서 망신을 주기도 했어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직장인 10명중 6명(58.8%)은 회사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중 3명(29.2%)은 '감정노동자 보호법' 존재 여부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8명(83.9%)이 우리 사회에서 민원인 갑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일부터 같은달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3일 밝혔다.
2018년 10월부터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르면 회사는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을 예방하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필요한 경우 업무의 일시적 중단·전환, 휴게시간 연장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또 노동자가 치료나 상담, 고소나 고발 등을 진행할 경우, 필요한 사항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사업주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아울러 노동자가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 또는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직장인 58.8%는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제3자의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잘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잘 보호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실무자급은 61.5%로 상위 관리자급(33.3%)의 2배더 높았다. 민원인들의 갑질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일반사원, 실무자, 중간관리자의 경우 80% 이상으로 나온 반면 상위관리자의 경우 66.7%만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직장갑질 119는 "민원인 갑질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상위 관리자들이 오히려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가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소속 권호현 변호사는 "월급에 '욕값'은 들어 있지 않다"며 회사는 민원인 갑질을 당한 직원에게 휴식부여, 상담 및 소송지원 등 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해줘야 하고 어떻게 보호해줄지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회사의 의무 위반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학부모, 민원인 갑질을 당한 노동자를 적극 보호하라는 현행법상 의무만 다했어도 서이초와 같은 비극적인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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