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최고의 선수라도 현재 상태가 좋지 않다면 과감하게 뺄 수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황선홍호 에이스 이강인 이야기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오후 9시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중국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을 치른다. 중국의 강력한 '홈 텃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최초 3연패를 위해 중국전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지금까지 대표팀 분위기는 '최상'이다.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까지 파죽지세로 달려왔다. 대회 시작에 앞서 많은 우려와 비판이 있었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 쿠웨이트전을 9-0 대승으로 끝마친 후 여론이 반전됐다.
이어 2차전 태국전에서도 4-0이라는 깔끔한 스코어로 승리를 따냈다. 2연승을 기록한 대표팀은 조 1위와 16강 진출을 3차전 결과와 상관 없이 확정지었다. 바레인과의 3차전에서는 전바전까지 무득점에 그치면서 고전하긴 했지만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면서 역시 3-0 승리를 챙겼다. 3경기 16득점 무실점으로 완벽한 성적을 기록했다.
기세는 16강전까지 이어졌다.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5-1로 크게 이겼다. 이번 대회 첫 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무려 5골을 뽑아내면서 단 4경기 만에 21골에 도달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기록한 19골을 넘어서 대회 역사상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대표팀 에이스 이강인의 활약상이 기대 만큼 나와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강인은 어려서부터 축구 신동으로 전국민 기대를 받았다. 국내에서 적수가 없었던 이강인은 스페인 유학길에 올랐고, 명문이었던 발렌시아에 입단해 10년 넘게 성장했다.
2021/22시즌부터 마요르카로 이적한 이강인은 지난 시즌 본격적으로 재능을 폭발시켰다. 강등 위기에 놓였던 팀에서 에에스로 활약하며 중위권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활약을 인정 받아 프랑스 최강팀 파리 생제르맹 유니폼을 입게됐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해 조규성의 골을 돕는 도움을 기록하는 등 장기인 왼발 킥 능력을 뽐냈다. 박지성, 손흥민에 이어 한국 축구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로 기대 받기 시작했다.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황선홍호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생긴 건 당연했다. 비록 대표팀 소집 한 달 전 불의의 허벅지 부상으로 소집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었지만 기적 같은 회복력으로 복귀해 무사히 대표팀에 소집됐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강인이 황선홍호에 합류한 건 지난 21일이다. 조별리그 2차전 태국전이 열린 날이었다. 경기 당일 항저우에 도착한 이강인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태국전에 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강인은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24일 바레인전에서는 깜짝 선발 출전해 약 36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강인 특유의 드리블과 개인기, 정확하고 날카로운 왼발 패스 등 개인 능력은 역시 이강인 다웠다.
하지만 보기에는 화려했을 뿐 이렇다 할 결과는 얻지 못했다. 이강인과 동료들의 합이 조금씩 엇나가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이강인이 넣어주는 패스는 한 발짝 아쉽게 동료들 발에서 벗어났고, 동료들의 리턴 패스는 상대 밀집 수비에 막혔다. 이강인의 왼발 크로스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강인은 첫 경기를 36분 만에 마치고 벤치로 물러났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로 출전해 프리롤 역할을 부여 받았다. 위치에 구애 받지 않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거나, 중원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공 순환을 도와주고 전방까지 침투하는 등 공격적 재능을 최대한 뽐냈다.
마찬가지로 이 경기에서도 이강인은 다소 겉도는 모양새였다. 여전히 동료들과의 호흡이 아쉬웠다. 한 끗 차이로 연결되지 못하거나 슈팅 장면까지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서는 이강인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필요했으나 번번이 수비벽에 가로막혔다. 키르기스스탄전도 후반 13분 만에 경기를 마쳤다.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가 없는 상황이다.
8강 중국전을 앞두고 이강인 출전에 관한 고민에 빠졌을 황선홍 감독이다. 지난 2경기에서 이강인이 빠진 후 3골이 터져나왔다. 이강인이 있을 때 다소 잠잠했던 플레이가 이강인이 나간 후 활발하게 바뀌었다. 아직까지 황선홍호 전술에 이강인이 적응하지 못했거나 이강인 맞춤 전술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강인 경기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게 출전시킬 필요는 없다. 이미 대표팀은 이강인 없이도 수많은 골을 만들어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미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 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LOL 대표팀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슈퍼스타 페이커를 과감히 선발에서 제외하고도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이번 대회 주장으로 참가한 페이커는 감기 몸살로 인한 컨디션 악화로 준결승, 결승에 나서지 못했다. LOL 대표팀은 중국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페이커를 선발에서 제외했다. 그러고도 2-0 완승을 거둬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커는 선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만을 2-0으로 꺾고 초대 챔피언 영예를 안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페이커가 계속 선발로 나왔다면 오히려 금메달까지 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페이커를 제외한 결단력이 금메달까지 이끈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강인 또한 마찬가지다. 실력은 의심할 수 없다. 다만 지금 폼이 부상 등 여러 이유로 저하된 상태라면 과감히 제외할 줄 알아야 한다. 굳이 선발이 아니어도 된다. 교체 투입이면 충분하다. 지금까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 이강인의 선발을 억지로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황선홍 감독도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사진=중국 진화, 김한준 기자,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