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인류는 사실 달에 가본 적 없다? 달에 관한 오해와 진실

경향신문
원문보기

인류는 사실 달에 가본 적 없다? 달에 관한 오해와 진실

서울맑음 / -3.9 °
달.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달.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늑대인간, 보름달이 뜨면 미치는 사람들, 달의 뒤편….

밤하늘에 신비롭게 빛나는 달은 무수한 상상력으로 인류를 끌어당겼다. 달의 위상이 인간의 정신과 신체에 영향을 미쳐 충동적인 성향을 강화한다는 미신에서부터, 달에 토끼가 산다는 귀여운 상상까지 달을 둘러싼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달 탐사가 본격화한 지금까지도 일각에서는 인류가 달에 도달한 적 없다는 음모론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어김없이 보름달이 떠오르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달에 관한 오해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보름달은 죄가 없다


달의 위상과 인간의 행동을 결부시킨 대표적인 속설 중 하나로 ‘보름달이 뜨면 범죄가 증가한다’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속설은 특히 서양에서 역사가 깊어, 범죄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연구가 축적돼 있다.

연구의 결론은 달의 위상과 범죄율 사이에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이 꼽은 연구 성과를 보면, 1985년 발표된 ‘보름달에 대한 많은 고민: 달-광기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은 “달의 위상과 행동 사이의 관계에 대한 주장은 부적절한 분석이다. 우연에서 비롯된 것을 달의 효과에 대한 증거로 받아들이려는 의도”라고 결론내렸다.

2009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 2만3000건 이상을 조사한 결과 달 위상 변화와 아무런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2016년 연구는 2014년 미국 13개주 등에서 발생한 범죄를 실내 범죄와 야외 범죄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달의 위상과 전체 범죄 및 실내 범죄 간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달의 위상 변화.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달의 위상 변화.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여러 국가에서 진행한 연구 또한 같은 결론을 시사했다. 미국 뉴욕대(NYU) 매런 도시관리연구소 연구팀은 2014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발레이오시, 멕시코 이라푸아토시, 캐나다 온타리오 베리시 3개국에서 ‘달 효과’를 조사했다. 이들은 경찰서와 응급구조대 등에 걸려온 전화 및 비상호출 56만668건과 달의 형태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범죄 및 사고 발생과 보름달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었으며, 보름달이 뜬 날과 뜨지 않은 날의 신고 건수 차이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했다. 발레이오시에서는 보름달이 떴던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오히려 범죄율이 낮기도 했다.

앤젤라 호킨 NYU 교수는 “이러한 분석은 재미있지만, 결과는 인력 배분과 같은 경찰 행정에 실용적 함의를 지닌다. 중요한 건 전제를 의심하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연구는 달빛의 강도가 야외 범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조심스레 거론했다. 앞서 언급한 2016년 연구는 “달빛의 강도가 야외 범죄 활동에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달의 형태 그 자체보다는 달빛의 조도를 범죄자가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비춰보자면, 범죄자들은 자신이 범죄 행위를 도울 정도의 빛은 선호하지만 발각돼 체포될 정도의 강한 빛은 좋아하지 않는다.


1979년 미 경찰과학행정학회지에 실린 ‘경찰 활동과 보름달’ 연구는 “보름달과 경찰 활동량 사이의 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단침입과 진입이 보름달 기간 늘어났다는 것은 달빛이 이러한 활동에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밝은 빛은 범죄를 막지만, (달빛과 같은) 약한 빛은 범죄를 증가시킬 수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다?


1969년 7월20일 인류는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1969년 7월20일 인류는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20일 인류는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었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표면에 도착한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이와 같은 말을 역사에 남겼다.


그럼에도 인간이 달에 간 적이 없다고 믿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달 착륙이 조작됐다고 믿는 미국인은 약 5% 내외로 꾸준히 존재한다. 이들은 달 착륙이 날조됐다며 ‘음모론’을 제기한다. 최근 인도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에 착륙했을 때에도 1969년의 성과를 부정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이러한 음모론의 근거로는 크게 ‘달 착륙 사진의 배경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 ‘달은 진공 상태인데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달에 발자국을 찍는 건 불가능하다’ 등이 거론된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간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간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이에 대해선 BBC가 전문가들의 설명을 근거로 반박한 내용을 전한다. 먼저 사진 배경에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로는, 달 표면이 태양광을 반사하면서 매우 밝게 사진이 찍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경이 어두워져 별빛이 가려진 것이다. 또한 달에 착륙했을 때는 지구로 치면 낮 시간대로, 별빛이 원래도 약하다. 약해진 별빛까지 사진에 담으려 했다면 카메라의 노출이 좀 더 길었어야 한다고 BBC는 전했다.

성조기가 휘날렸던 것은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 깃발을 꽂는 순간 충격이 발생하면서 깃발에 주름이 갔기 때문이라고 미 캘리포니아대학 마이클 리치 연구원은 설명했다. 달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하므로 사진을 찍을 때도 주름이 유지될 수 있었다. NASA가 성조기 윗부분에 막대를 꽂아 펄럭이는 것처럼 보이게끔 연출했다는 설명도 있다.

음모론자들은 습기가 부족한 달에서 발자국을 남기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마크 로빈슨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달 표면 토양은 부슬거리면서 밟으면 쉽게 눌린다고 설명했다. 잘 뭉치는 성질 때문에 발을 떼어내도 신발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달에는 대기도 바람도 없는 덕분에 앞으로 수백년간 발자국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로빈슨 교수는 덧붙였다.

달, 상상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오늘 아침 아폴로에 관한 여러 화두 중에, 큰 토끼와 함께 있는 사랑스러운 소녀를 찾아달라는 의견이 있었다.”

“알았다. 버니걸(토끼 소녀)을 주의 깊게 찾아보겠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직전 미국 휴스턴에 있는 NASA 본부와 교신한 내용이다. 이와 같은 대화는 NASA가 공개한 ‘아폴로 11호 하이라이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달에 토끼를 비롯한 동물이 살고 있다는 설화는 전 세계 곳곳에서 오래도록 이어졌다. 과학적 사실과 무관하게 인류는 달을 보면서 이야기를 써내려 왔다. 주로 보름달 표면의 밝고 어두운 부분을 보면서 형태를 상상해 낸 것이다. NASA가 국가별로 정리한 달과 관련된 설화를 소개한다.

멕시코 아즈텍 신화 속 태양과 달.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멕시코 아즈텍 신화 속 태양과 달.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페루에서는 달에 가려고 했던 여우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여우는 달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로 줄을 꼬아, 새의 도움을 받아 이 줄을 띄워 달에 닿도록 했다. 여우는 줄을 타고 달로 올라갔고 이제 새들은 보름달에서 여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부부의 이야기가 전승됐다. 남편이 불사의 약을 발견했음을 알아챈 아내는 이를 몰래 마시고, 마신 즉시 창문 밖으로 달을 향해 날아간다. 남편은 몹시 화가 나 아내를 다리가 세 개 달린 두꺼비로 변신시켜, 이제 달 표면엔 다리 셋 두꺼비가 살고 있다.

폴리네시아에는 무지개를 건너 달로 간 여인의 이야기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히나’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물을 뜨러 나왔다가 태양 빛이 아닌 달빛이 만들어 낸 무지개를 발견한다. 항상 하늘나라에서 살고 싶었던 히나는 무지개 위를 걸어 달에 도착해, 현재까지도 옷을 짜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아즈텍 신화는 태양이 되려다 달이 되고 만 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 신이 어둠과 추위를 물리치고자 자신을 불살라 하늘로 뛰어올라 태양이 됐다. 그러자 이를 시기한 또 다른 신이 이러한 행동을 따라해 자신도 태양이 돼버렸다. 빛이 너무 많아진 데에 분노한 어느 신은 토끼 한 마리를 두번째 태양의 얼굴에 던져 빛을 줄여버렸다. 이것이 달과 달 토끼가 탄생한 배경이다.

2015년 7월16일 미 항공우주국(NASA) DSCOVR 탐사선이 보내온 달 뒷편에서부터 달과 지구를 촬영한 모습. NASA 제공

2015년 7월16일 미 항공우주국(NASA) DSCOVR 탐사선이 보내온 달 뒷편에서부터 달과 지구를 촬영한 모습. NASA 제공


‘달의 뒷면’은 오래도록 미지의 세계였다.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 지구에서는 달의 한쪽 면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는 직접 관찰할 수 없는 달의 뒤쪽을 상상력으로 채웠다. 달의 뒷면은 항상 어두울 것이란 믿음이 한때 존재했다. 그렇지만 탐사 수준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달 뒷면의 모습이 밝혀졌다. 그곳에는 영구적인 어둠도 외계인도 없다.

이처럼 달에 관한 이야기는 미신과 상상에서 과학으로 나아가고 있다. 달 탐사가 이어질수록 인류와 달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 무슨 옷 입고 일할까? 숨어 있는 ‘작업복을 찾아라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