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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동수저 #꼴통 #축구전술 #꿈, K리그의 ‘메기남’ 감독 이정효를 정의하는 키워드①[SS추석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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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광주 감독이 25일 광주 모처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광주 | 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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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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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기자] 지금까지 이런 감독은 없었다. 이정효(48) 광주FC 감독은 K리그에서 보기 어려운 ‘전무후무’ 캐릭터다.

올시즌 프로축구 최대 돌풍의 팀은 광주다. 승격팀으로 1부리그에 복귀한 광주는 31라운드를 마친 현재 3위에 자리하고 있다. 파이널A 잔류가 유력하고, 다음시즌 아시아 무대까지 노릴 만한 페이스를 이어가는 중이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인건비를 쓰는 팀인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도약이다.

그 중심에 이 감독이 있다. 사실 광주나 선수보다 이 감독 개인이 더 크게 주목받는다는 느낌이 강할 정도의 엄청난 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다. 최약체를 가장 현대적이고 높은 수준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변모시켰고, 직설적인, 때로는 독설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2023년 프로축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메기남’이다.

◇ 태극마크 한 번 달아본 적 없는 동수저의 반란

한국에서 프로축구 감독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지도력이나 실력보다 인지도나 선수 시절의 경력이 더 인정받는 게 프로축구판이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도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라는 이유로 쉽게 감독이 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이 감독은 그 흔한 태극마크 한 번 달아본 적 없다. 2002 멤버가 다이아수저,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스타가 금수저, 프로축구계의 스타가 은수저라면, 이 감독은 부산 대우, 아이콘스, 아이파크에서 선수 경력이 있는 동수저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감독은 “내가 뛰던 부산에는 스타가 많았다. 안정환부터 마니치, 김주성, 우성용, 이민성 선배 등이 있었다. 나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선수 시절에는 그 흔한 인터뷰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한국 축구계에서 나는 잘 쳐줘야 동수저 정도다. 그땐 정말 1년이라도 더 뛰기 위해 연명하는 데 급급했다”라고 현역 시절을 회상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 감독은 올시즌 K리그의 최대 히트 상품이다. 그는 “사실 지금 이런 상황이 어색하고 놀랍기는 하다”라며 “2011년 아주대 코치를 시작하며 언젠가 프로 감독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이후 프로 코치를 거치면서는 50세가 되기 전 감독이 되지 못한다면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이렇게 프로 감독이 됐다. 유리 천장을 깨고 동수저 출신도 1부리그에서 감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좋다. 나는 누구처럼 3루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내 능력으로 3루 이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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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의 이정효 감독.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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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의 이정효 감독.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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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의 이정효 감독.박진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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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이자 영재였던 이정효

이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는 거침없는 화법이다. 때로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정도로 수위 높은 발언을 한다. 이 감독은 “주변에서도 걱정을 많이 한다.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라면서도 “하지만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 것 같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경기 중 퇴장당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는데 나는 경험이 있다. 상대가 나를 괴롭히면 나도 거침없이 상대에게 거칠게 했다. 하프타임에 상대 골키퍼와 싸움을 한 적도 있다. 프로 1년 차에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감독, 코치님들께 대든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꼴통이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다 보니 그렇게 말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돌아보며 웃었다.

그렇다고 그가 말만 앞서는 유형은 아니다. 이 감독은 지난해 광주의 K리그2 우승을 이끌었고, 올해 1부리그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탁월한 리더십과 다채로운 훈련법을 바탕으로 가장 완성도 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바로 광주다. 그는 자신을 “꼴통”이라 표현했지만, 사실 이 감독은 영재 수준의 아이큐를 보유한 ‘머리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만약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하면 욕먹어도 싸다. 일단 내가 말을 뱉으면 나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 낭떠러지로 가면 강한 동기부여를 얻게 된다. 오직 축구로만 보여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자신감은 있다. 선수로서는 늘 한계를 느꼈지만 지도자로서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감독의 메인은 전술”

축구 지도자의 역량은 전술과 매니지먼트(동기부여),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둘 다 중요하지만 이 감독은 매니지먼트보다 전술이 축구에서 더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그는 “감독의 메인은 전술이다. 매니지먼트는 부수적인 요소라고 본다”라며 “지금 시대의 선수는 결국 감독의 전술, 훈련 방식 등을 보고 평가한다. 이제 선수가 감독을 평가하는 시대다. 자신만의 색깔, 구체적인 방법이 없으면 인정받을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재밌게 하는 것과 신나게 하는 것은 다르다. 재미는 금방 없어질 수 있다. 감독이 선수를 신나게 하려면 동기부여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술적인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도 늘 고민하고 공부하려고 한다. 해외 축구를 많이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유럽 팀들도 완벽하지 않다. 보면서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어려운 게 축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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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시니가 17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서울FC와 광주FC의 경기 후반 교체되다 심판과 언쟁이 붙자 이정효 감독이 달려와 데려가고 있다. 2023.09.17.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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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이정효 감독이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1 FC서울과 경기에앞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023. 5. 8.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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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이정효 감독(오른쪽)이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1 FC서울과 경기에서 서울에 1-3으로 패한 뒤 주장 안영규와 함께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 5. 8.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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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누구와 경쟁하고 있나”

이 감독은 최근 자신의 꿈과 미래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 ‘국내에 적수가 없다’라는 식의 교만은 아니다. 지도자로서 어떤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극히 개인에 집중한 상념이다.

이 감독은 “나는 지금 누구와 경쟁하고 있냐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해외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언어의 한계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전달에 한계가 생기면 제대로 지도할 수 없다”라며 “그래서 최근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또 다른 감독들과 경쟁하는 곳에서 나를 시험해보고 싶다. 광주든 어떤 팀이든 그걸 경험해보면 또 새로운 문 하나가 열릴 것 같다”라는 목표를 이야기했다.

모든 지도자의 목표인 대표팀 사령탑도 이 감독에게는 먼 미래의 꿈이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지금, 혹은 짧은 미래엔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아직 그런 자리에 갈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다만 아주 먼 미래에는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많은 경력, 경험을 쌓은 후에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다. 선수로는 대표팀에 간 적이 없지만, 지도자로 간다면 멋질 것 같다”라는 바람을 꺼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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