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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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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메이저리그 역사가 된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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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올해 메이저리그 주인공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5)다. 4월 내셔널리그 이달의 선수로 출발한 아쿠냐는 시즌 내내 주목을 받았다. 진작에 잊혀진 아메리칸리그 4월 이달의 선수와 대비됐다(맷 채프먼).

내셔널리그 이달의 선수

4월 -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5월 - 프레디 프리먼
6월 -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7월 - 코디 벨린저
8월 - 무키 베츠


아쿠냐는 6월에도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 그리고 이달의 선수를 놓친 5월과 7월, 8월에도 성적이 부족하진 않았다. 5월 OPS 0.934, 7월 OPS 0.918, 8월은 1.006이었다. 웬만한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한 달이, 아쿠냐에게는 가장 부진한 한 달이었다. 그 정도로 야쿠나의 이번 시즌은 수준이 대단히 높았다.

아쿠냐는 팀 156경기 중 153경기에 출장했다. 9월 중순 종아리 통증으로 이틀 연속 쉰 것이 이례적이었다. 올해 아쿠냐가 들어선 714타석은 내셔널리그 최다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따져도 두 번째로 많다(마커스 시미언 722타석). '내구성이 의문'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 충분했다.

아쿠냐는 9월 2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리드오프 홈런으로 시즌 40홈런에 도달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1번타자 40홈런이었다(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 & 2019년 조지 스프링어 & 2023년 무키 베츠 39홈런). 한편 아쿠냐보다 먼저 39홈런을 때려냈던 베츠는 11경기 연속 아홉수에 묶이면서 최초의 1번타자 40홈런 타이틀을 내줘야 했다.

아쿠냐는 이미 68도루를 해낸 시점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40홈런 40도루 시즌을 달성한 건 아쿠냐가 5번째다. 1988년 호세 칸세코(42홈런 40도루)와 1996년 배리 본즈(42홈런 40도루)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42홈런 46도루)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46홈런 41도루)가 있었다. 하지만 40홈런 60도루 시즌은 아쿠냐가 유일했다. 이에 아쿠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수많은 선수들 중 이 명단에 이름은 나밖에 없다"며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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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기록은 비단 홈런과 도루만이 아니다. 아쿠냐는 거의 모든 타격 지표가 상위권이다. 1번타자로서 100타점을 정복한 것도 진기한 기록. 1번타자 100타점은 올해 이전 2000년 다린 얼스테드(100타점)와 2017년 찰리 블랙먼(103타점)이 전부였다.

아쿠냐는 기록에 눈이 멀어 무조건 달려들지 않았다. 욕심은 냈지만, 과욕은 지양했다. 리그에서 9번째로 낮은 아웃존 스윙률(22.6%)이 나쁜 공은 골라냈다는 것을 알려준다. 덕분에 야쿠냐는 타석 당 볼넷/삼진 비율에서도 강점을 보일 수 있었다. 볼넷/삼진 비율 0.96은 루이스 아라에스(1.03)와 후안 소토(1.02) 다음으로 좋았다.

아쿠냐 주요 타격 지표 (리그 순위)

홈런 : 40 (4위)
도루 : 68 (1위)
득점 : 143 (1위)
타점 : 101 (8위)
타율 : 0.336 (2위)
출루율 : 0.415 (1위)
장타율 : 0.595 (2위)
OPS : 1.010 (1위)
wRC+ : 169 (1위)
bWAR : 8.0 (2위)
fWAR : 7.8 (2위)


아쿠냐는 시즌에 앞서 올해 MVP에 도전할 것을 시사했다. 41홈런 37도루로 MVP 5위에 올랐던 2019년만큼 몸상태가 좋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MVP와 거리가 멀었던 아쿠냐의 각오는 무작정 믿기 힘들었다(2022년 119경기 타율 0.266 OPS 0.764). 부상 여파 때문이었다.

2021년 아쿠냐는 데뷔 후 가장 큰 시련에 직면했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커리어가 중단됐다. 무릎 십자인대는 복귀까지 최소 8개월이 걸리는 심각한 부상이다. 특히 아쿠냐처럼 운동신경으로 두각을 드러낸 선수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다시 이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쿠냐는 마치 커리어가 끝난 것처럼 매일 펑펑 울었다.

'ESPN'에 따르면 망연자실한 아쿠냐를 달래 준 인물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끊임없이 용기를 실어줬다고 전했다. 역경을 딛고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을 계속 상기시켰다. 지금의 힘든 날을 인내하고, 이 고난을 극복하려면 스스로를 믿고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머니의 지극정성이 있었기에 아쿠냐는 더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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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도약하려면 '2M'이 필요하다. 정신적인 영역(Mental)과 기술적인 영역(Mechanic)이다. 아쿠냐는 어머니의 간호에 힘입어 정신적으로 재무장을 했다. 여기에 아쿠냐를 기술적으로 도운 인물이 있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아버지, 타티스 시니어였다.

지난 겨울, 아쿠냐는 타티스 시니어의 조언으로 타격 준비 동작을 교정했다. 두 손의 위치를 살짝 내려 가슴 쪽에 맞췄다. 그러면서 이전보다 상체와 방망이가 평행을 이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더 강하게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아쿠냐는 직전 시즌 아쉬웠던 포심 패스트볼 상대 성적을 올해 크게 끌어올렸다.

2022-23년 포심 패스트볼 상대 성적

22 [타율] 0.229 [장타율] 0.400 - 6홈런
23 [타율] 0.306 [장타율] 0.606 - 13홈런


이 과정에서 아쿠냐는 무릎 통증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완전히 떨쳤다. 쉽지 않았지만,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관문이었다. 몸상태가 올라오면서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초반 스타트가 좋았던 점도 아쿠냐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건강을 되찾은 아쿠냐는 단숨에 메이저리그의 새 역사를 작성했다. "건강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일상에 감사하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닿았다. 한층 더 성숙해진 아쿠냐는, 어쩌면 올해보다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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