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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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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벌써 4개?' 만루홈런의 사나이, 로이스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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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전설적인 명장 얼 위버는 본인의 야구 철학을 세 가지로 정의했다. 피칭과 수비, 그리고 3점 홈런이었다. 스몰볼을 꺼려했던 위버는 3점 홈런이 승리의 부적이라고 믿었다. 이로 인해 한 점만을 획득하기 위한 작전은 거의 구사하지 않았다.

위버가 3점 홈런 예찬론을 펼친 건 확률적인 부분도 있다. 주자가 두 명이 있는 상황은 빈번하지만, 모든 베이스에 주자가 가득 차있는 만루 상황은 그리 자주 볼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많은 경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3점 홈런을 내세운 것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주자가 있을 때 총 타석은 7만3383타석이다. 여기서 도합 2239홈런이 터졌다. 이 가운데 만루홈런은 115개로 약 5.2%밖에 되지 않았다. 만루홈런은 치는 것도 어렵지만, 조건 자체가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투런 - 1559홈런 (69.6%)
스리런 - 565홈런 (25.2%)
만루 - 115홈런 (5.2%)


메이저리그 홈런 1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맷 올슨이다. 올슨은 52홈런을 때려내면서 애틀랜타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올슨의 홈런 52개 중 만루홈런은 두 개뿐이다. 올슨에 이은 홈런 2위 뉴욕 메츠 피트 알론소도 45홈런 중 만루홈런은 단 하나밖에 없다. 3위 오타니 쇼헤이는 통산 171홈런 중 만루홈런이 두 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네소타 트윈스 로이스 루이스의 만루홈런 페이스는 가히 충격적이다. 루이스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시즌 14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0-0 경기가 단숨에 4-0이 된 만루홈런이었다. 루이스는 시즌 홈런 14개 중 4개가 만루홈런이다. 맥스 먼시와 아돌리스 가르시아, 알렉스 브레그먼을 내리고 올해 만루홈런 단독 1위에 올랐다.

2023 루이스의 만루홈런

8/28 vs 텍사스
8/29 vs 클리블랜드
9/05 vs 클리블랜드
9/16 vs 화이트삭스


루이스의 만루홈런이 체감적으로 더 놀라운 건 '기간'이다. 루이스는 약 3주 동안 만루홈런 4개를 몰아치고 있다. 기록 전문 기관 '엘리아스 스포츠'에 따르면 역사상 만루홈런 4개가 이렇게 적은 경기 안에 나온 건 처음이다.

만루홈런 4개 이상 최소 경기

18 - 로이스 루이스 (2023)
39 - 돈 매팅리 (1987)
44 - 트래비스 해프너 (2006)
45 - 짐 노스럽 (1968)
48 - 랄프 카이너 (19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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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이미 미네소타의 역사가 됐다. 루이스 이전 단일 시즌 만루홈런 4개를 친 미네소타 타자가 없었다. 팀 레전드 로드 커루, 커비 퍼켓, 조 마우어 등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다(커루는 1976년, 퍼켓은 1992년에 각각 3개의 만루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참고로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 만루홈런은 1987년 돈 매팅리와 2006년 트래비스 해프너의 6개다. 미네소타 로코 볼델리 감독은 만루에서 루이스에 대해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루이스에게 만루홈런은 운명이었다. 루이스는 작년 5월 14일 클리블랜드전에서 첫 번째 만루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몸쪽 커터를 받아쳐 좌측 담장 밖으로 보냈다. 루이스의 데뷔 첫 홈런이었다. 이 홈런을 시작으로 루이스는 현재 메이저리그 67경기에서 16개의 홈런을 만들어냈다. 통산 첫 16홈런 중 만루홈런 5개를 친 타자도 루이스가 유일하다.

만루에서 루이스는 모든 구종을 다 공략하고 있다. 만루홈런으로 연결한 구종들이 포심 2개와 커터, 슬라이더, 커브 1개씩이다. 특히 슬라이더, 커브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내준 다음 공들이었다. 불리한 카운트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투수들은 만루에서 루이스를 최대한 다양하게 상대하고 있지만, 확실한 대응법은 찾지 못한 상태다.

루이스는 지금까지 만루에서 13타석 들어섰다. 12타수 7안타(0.583) 5홈런 24타점을 쓸어 담고 있다. 홈런만 친 게 아니고 단타도 있고, 볼넷도 하나 있었다. 만루에서 그저 홈런만 노리는 타자가 아니었다. 루이스 역시 무시무시한 만루 성적에 대해 "동료들이 나에게 좋은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그 기회를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집중할 뿐이다"고 밝혔다.

루이스는 2017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이다. 미네소타가 계약에 성공한 두 번째 전체 1순위다(2001년 조 마우어). 루이스를 향한 미네소타의 기대치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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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래프트 당시 18세였던 루이스는 성장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위레벨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상위싱글A와 더블A에서 고전했다. 두 레벨을 거쳤던 2019년에 127경기 타율 0.236 12홈런, OPS 0.661로 실망스러웠다.

다른 난관들도 있었다.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마이너리그가 전격 취소됐다. 2021년에는 2월 스프링캠프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지난해 복귀하면서 마침내 두각을 드러내는 듯 했지만, 다시 무릎 부상이 재발하면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12경기, 마이너리그 14경기였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춘 최고 유망주라고 해도 내구성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도 왼쪽 사근 부상으로 36경기를 놓친 루이스는 여전히 건강에서 물음표가 따른다. 그러나 건강한 루이스가 얼마나 매력적인 선수인지 직접 보여주고 있다. 잊혔던 존재감을 가장 강력한 만루홈런을 통해 각인시키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만약 루이스가 건강하게 남은 커리어를 보낸다면 만루홈런의 새로운 역사가 탄생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만루홈런 순위

25 - 알렉스 로드리게스
22 - 루 게릭
21 - 매니 라미레스
19 - 에디 머리


그동안 루이스는 부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의 꽃'으로 불리는 홈런, 그리고 꽃 중에 가장 향기가 진한 만루홈런으로 아픈 날들을 치유하고 있다. 부디 만루홈런의 역사가 부상에 잠식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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