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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류현진의 경기에서 체인지업이 화제로 떠오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주무기가 워낙 잘 알려져 있는 이유도 있지만, 체인지업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변화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낙차가 큰 커브다. 캐나다 스포츠 네트워크이자 토론토의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 해설진은 물론, 상대 팀 중계진과 각종 매체까지 류현진의 커브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나섰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감도 있다.
류현진이 커브를 안 던지던 투수는 아니었다. KBO리그 시절부터 간혹 던지곤 했다. 다만 결정구는 아니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는 용도라든지, 보여주기 용도가 강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시즌인 2013년에도 커브 구사 비율은 9.8%로 슬라이더(13.9%)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 류현진의 구종별 구사 비율에서 가장 말단에 있던 구종이 바로 커브였다. 반대로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22.7%였다.
그러나 류현진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어깨 수술을 받고, 나이가 들자 구속이 예전만 못해진 것이다. 마음을 먹으면 95마일(152.9㎞)을 찍던 류현진은 이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자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싱커와 커터를 던지고, 여기에 커브 구사 비율을 높였다. 다양한 구종, 그리고 그 구종 사이의 구속 차이로 타자를 요리하는 방법을 터득해갔다. 괴물은 괴물, 천재는 천재였다.
10% 초반대였던 류현진의 커브 구사 비율은 점차 올라 올해는 17.8%까지 올랐다. 단순히 구종의 구사 비율만 오른 게 아니다. 중요할 때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2021년까지만 해도 2S 이후 커브를 쓰는 비율은 15.3%에 머물렀다. 여전히 체인지업(2S 이후 28.2%)이 결정구였다. 포심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정면으로 붙어야 할 때는 커터(2S 이후 29.5%)를 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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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올해 커브 평균 구속(68.7마일)은 메이저리그 최하위권도 모자라 그냥 꼴찌다. 100구 이상 커브를 쓴 투수 중 가장 낮다. 뒤에서 두 번째가 팀 동료인 크리스 배싯(70.6마일)인데 그래도 평균 70마일은 넘는다. 평균 60마일대 커브를 구사하는 유일한 선수인 셈이다. 대신 낙차가 크고, 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떨어뜨린다. 심지어 70마일대 체인지업을 떨어뜨린 그 곳에 곧바로 더 느린 커브를 꽂아 넣는다. 타자들로서는 미칠 노릇이다.
포심과 구속 차이가 40㎞ 이상 나니 타자들은 커브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커브를 노리고 있는데 다른 구종이 들어오면 아예 치지를 못한다. 그래서 커브를 노리면 다른 구종을 버려야 하는 도박이 필요하다. 이 도박이 먹히는 경우도 있는데 당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커브를 노리고 있다 한가운데 포심에 루킹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여기에 커브의 궤적 자체가 좋아 올해 헛스윙 비율이 35.8%에 이르고, 포심과 더불어 가장 많은 삼진(9개)을 잡아낸 효자 구종으로 등극했다. 노리고 있어도 치기 쉽지 않은 낙폭인 것이다. 그런 류현진의 커브 기대 피안타율(xBA)은 0.169에 불과하다. 실제 피안타율(.219)보다 더 낮다는 건, 오히려 커브 피안타는 운이 없는 상황에서도 좋게 유지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전체 투구의 15% 이상을 커브로 던지면서 총 커브 구사 개수가 300구가 넘는 선수들을 추리면, 류현진보다 xBA가 낮은 선수는 블레이크 스넬(샌디에이고0.100), 타일러 글래스나우(탬파베이0.109), 코빈 번스(밀워키0.123) 등을 포함해 10명 정도 밖에 안 된다. 류현진의 커브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위력을 가진 커브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류현진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언제 어느 시점에 무지개 커브를 떨어뜨려 상대 타자들을 꽁꽁 얼리는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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