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를 받은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왕립축구연맹(RFEF) 회장이 스페인 검찰 조사 대상이 되면서 점점 궁지에 몰렸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29일(한국시간) "스페인 검찰은 월드컵 결승전에서 제니퍼 에르모소한테 키스를 한 루비알레스 회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예비조사를 시작했다"라고 보도했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여자대표팀 사상 첫 우승이기에 선수들은 엄청난 기쁨을 한껏 누렸다. 하지만 이번 우승의 기쁨은 시상식에서의 루비알레스 회장이 저지른 행동으로 논란이 커지며, 그가 일으킨 파문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월드컵 챔피언이 된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곧바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이때 단상 위에 있던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곧바로 입을 맞췄다. 루비알레스의 행동은 상대방 동의가 없었다면 엄연한 성추행이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당시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미소를 지었음에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밝히며 그의 행동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당초 루비알레스 회장은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었음에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며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사자인 에르모소도 라이브 당시와 달리 당시 상황을 해명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입장을 내비치며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월드컵 우승으로 엄청난 기쁨이 몰려왔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회장과의 관계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에르모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많은 인사들과 언론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을 비난했으며,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도 "내겐 받아들일 수 없는 거 같다. 우린 평등, 권리, 여성 존중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라며 "우리 모두 태도와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비난과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루비알레스는 결국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그는 사과 영상을 통해 "확실히 내가 실수를 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났다. 당연한 일이라고 봤지만, 밖에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배워야 하고, 중요한 기관의 회장인 만큼 더욱 조심할 것이다"라며 반성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여자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이자 우리 스페인이 두 번째로 우승한 월드컵인데, 이 사건이 축하 행사에 영향을 미쳤기에 슬프다"라며 자신의 실수로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의 성과가 일부 얼룩진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FIFA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로 나서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곧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보도도 잇달았다.
FIFA는 "FIFA 징계위원회는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발생한 사건을 근거로 스페인왕립축구연맹 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에게 사건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해당 사건은 FIFA 징계 규정 13조 1, 2항을 위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라며 "FIFA 징계위원회는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진 후에 징계 절차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루비알레스 조사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FIFA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이 커지가 스페인 '카데나 세르'는 "8월 24일부터 FIFA의 조사가 시작된 후 루비알레스 회장은 25일에 사임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데나 세르의 보도와 달리 루비알레스는 자신에 대한 여러 논란과 주장들이 사회적 암살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임을 거부한 것이다.
BBC는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여자월드컵 결승전 이후 보여준 행동에도 사임을 거부했다. 그는 협회가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나는 사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으며, '사회적 암살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비알레스는 자신의 행동이 에르모소를 위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자발적인 키스였다. 상호적이고 행복하며 합의된 키스였다. 그것이 핵심이다. 합의된 사실만으로 내가 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며 사과를 번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억울함을 표하면서 사임을 거부하자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 사령탑 호르헤 빌다 감독을 제외하고, 대표팀 코칭스태프 11명이 총 사퇴하기로 결정하면서 항의를 표했다. 빌다 감독도 "부적절하고 용납할 수 없다"라며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비판했다.
사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검찰까지 나서서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성추행 혐의가 있는지 예비조사를 시작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스페인 검찰은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성추행 조사를 개시했다"라며 "그들은 6건의 고소장을 접수했으나 수사에 앞서 고소장을 기다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는 에르모소가 최근 '내 동의가 없었고, 충동적이고 성차별적이며 부적절한 행동의 희생자'라고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에 이뤄졌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까지 나서면서 사건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징계 절차를 예고한 FIFA는 지난 26일 "호르헤 이반 팔라시오 징계위원장은 징계 규정 51조에 근거해 이날부터 축구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의 권한을 잠정적으로 정지한다"라고 밝히면서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FIFA는 "이번 조치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국제적 활동에도 적용된다"라며 "오늘부로 발효돼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90일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자국 여자 선수 제니퍼 에르모소에게 당분간 접근하지 못하도록 추가 명령을 내린 것은 물론이고 제3자를 통한 접촉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알렸다.
FIFA가 징계를 내린 데 이어 검찰도 조사에 나서자 루비알레스 회장의 어머니 앙헬레스 베자르는 아들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교회에 들어가 단식 투쟁에 들어가면서 눈길을 끌었다.
사진=EPA, PA Wire,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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