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스페인 여자축구계 성추행 파문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며 법적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5일한국시간 "루비알레스는 스페인 축구협회 회장직 사임을 거부했다"라고 보도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여자월드컵 결승전 이후 보여준 행동에도 사임을 거부했다. 그는 협회가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나는 사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으며, '사회적 암살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비알레스는 자신의 행동이 에르모소를 위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자발적인 키스였다. 상호적이고 행복하며 합의된 키스였다. 그것이 핵심이다. 합의된 사실만으로 내가 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며 사과를 번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여자대표팀 사상 첫 우승이기에 선수들은 엄청난 기쁨을 한껏 누렸다. 하지만 이번 우승의 기쁨은 시상식에서의 루비알레스 회장이 저지른 행동으로 논란이 커지며, 우승의 기쁨보다 그의 행동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월드컵 챔피언이 된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곧바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이때 단상 위에 있던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곧바로 입을 맞췄다. 루비알레스의 행동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입을 맞췄다면 엄연한 성추행이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당시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미소를 지었음에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밝히며 그의 행동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당초 루비알레스 회장은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었음에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며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사자인 에르모소도 라이브 당시와 달리 당시 상황을 해명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입장을 내비치며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월드컵 우승으로 엄청난 기쁨이 몰려왔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회장과의 관계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에르모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많은 인사들과 언론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을 비난했으며,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도 "내겐 받아들일 수 없는 거 같다. 우린 평등, 권리, 여성 존중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라며 "우리 모두 태도와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비난과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루비알레스는 결국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그는 사과 영상을 통해 "확실히 내가 실수를 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났다. 당연한 일이라고 봤지만, 밖에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배워야 하고, 중요한 기관의 회장인 만큼 더욱 조심할 것이다"라며 반성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여자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이자 우리 스페인이 두 번째로 우승한 월드컵인데, 이 사건이 축하 행사에 영향을 미쳤기에 슬프다"라며 자신의 실수로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의 성과가 일부 얼룩진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FIFA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로 나서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곧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보도도 잇달았다.
FIFA는 "FIFA 징계위원회는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발생한 사건을 근거로 스페인왕립축구연맹 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에게 사건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해당 사건은 FIFA 징계 규정 13조 1, 2항을 위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라며 "FIFA 징계위원회는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진 후에 징계 절차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루비알레스 조사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FIFA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이 커지가 스페인 '카데나 세르'는 "8월 24일부터 FIFA의 조사가 시작된 후 루비알레스 회장은 25일에 사임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데나 세르의 보도와 달리 루비알레스는 자신에 대한 여러 논란과 주장들이 사회적 암살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임을 거부한 것이다.
현재 스페인 축구계 상황은 혼란 속이다. 라리가 페미니 회장인 베아트리츠 알바레스는 루비알레스를 고소했고 정부에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 알바레스는 루비알레스에 대해 "그의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고 역겹다"라며 날선 비판을 했다.
루비알레스의 비상식적인 사임 거부 소식에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에르모소의 대표팀 동료인 알렉시아 푸테야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끝났다"라며 "에르모소 너와 함께 한다"라고 동료에게 응원을 보냈다.
더불어 스페인 여자 대표팀 선수단은 스페인축구선수협회(FUTPRO)와 함께 공동 성명을 통해 루비알레스가 스페인왕립축구협회에 남아있는 한 국가를 위해 뛰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58명의 다른 선수들도 이에 동참해 보이콧을 선언했다. 나아가 이케르 카시야스, 이스코 등 남자 선수들도 루비알레스의 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세르지 로베르토는 바르셀로나 여자팀 동료인 푸테야스의 성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이날 스페인왕립축구협회 앞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루비알레스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들은 또 호르게 빌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의 퇴진 역시 요구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오히려 성명서를 통해 오히려 대표팀 선수단과 FUTPRO의 성명서를 보고 법적 대응을 요구했다.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법적 대응을 발표한다. 그는 명확하고 단순하게 상황이 발생했는지 설명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협회는 세 개의 사진을 공개하며 피해자인 에르모소가 계속해서 루비알레스 회장을 끌어 안고 들어 올리며 같이 기뻐했다고 주장했다.
에르모소는 성명서에서 "난 루비알레스의 키스에 동의한 적도 없고 그를 들어올리려고 한 적도 없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에 대해 사진을 제시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에르모소의 행동은 분명 루비알레스 회장을 들어 올렸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사건은 이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 향할 전망이다. 스페인왕립축구협회 내 상급스포츠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사건을 CAS로 올릴 것이다. CAS가 내 의견과는 관계 없이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Reuters,AP,EPA,AFP/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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