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협회장 '강제 키스' 이후 입막음까지, 감독도 나서서 설득 논란 일파만파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스페인 축구계가 성추행 파문으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가해자가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언론 '안테나3'와 '렐레보'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왕립축구협회장이 강제 키스 피해 당사자인 제니 에르모소에게 사과 영상에 출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도하에서 스페인으로 이동하는 항공기 안에서 사과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이를 에르모소가 받아주는 그림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과 대신 "내 지위가 위태로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출연해줘"라고 강요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모소는 당연히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여자대표팀 감독은 호르헤 빌다도 에르모소를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회장과 감독 모두 지금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여자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모두가 환희에 잠긴 자리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먹물을 뿌렸다. 우승 시상식 도중 단상에 올라온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서양인들이 인사차 볼을 갖다대는 방식이 아닌 강제로 키스하는 모습이었다. 에르모소와 상의조차 하지 않은 일방적인 성추행이었다.

에르모소는 분명하게 불쾌한 감정을 표했다. 시상식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라이브 영상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했다. 에르모소의 반응을 확인했다면 바로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루비알레스 회장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오히려 문제 삼는 현지 언론을 통해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에 도착한 후에야 성추문으로 폭발한 여론을 확인했다. 그제서야 "내가 확실하게 실수를 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했던 행동이다. 어떠한 악의도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분위기에 당연히 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배웠고 한 기관의 회장인 만큼 더욱 조심하겠다"라고 뒤늦게 반성했다.

그러나 루비알레스 회장은 논란이 된 부분으로 직함을 내려놓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사임 요구를 묵살하자 스페인 정부가 들고 일어났다. 이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장관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여성의 평등, 권리, 존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선수를 축하하는 방식이 키스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스페인축구협회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으면 정부 차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세타 장관은 "상급 스포츠위원회(CSD)에 이 일을 회부할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다. 만약 이곳에서도 조치가 내려지지 않으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도 요청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에르모소도 처벌을 요구했다. 에르모소는 "내가 가입한 노조 풋프로와 에이전트가 이익을 대변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행동에 처벌을 원한다. 용압할 수 없는 행동으로부터 여자 선수를 보호하는 모범적인 조처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는 "스페인은 평등하다. 변명은 의미가 없다. 잘못한 행동에 사퇴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스페인 여자축구 리가F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항의문을 CSD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