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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한미일 회의 끝나자마자 후쿠시마 간 기시다… 오염수 방류 절차 시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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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 시점엔 “아직 구체적 언급은 어려워”

日 언론 “22일 각의 의결 가능”

조선일보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20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기) 처리 설비를 시찰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전날 밤 귀국, 이튿날 곧바로 후쿠시마를 찾았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오는 22일 각료 회의에서 오염수 방류 결정을 내리고, 이르면 이달 안에 방류를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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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사고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기)의 해양 방류를 준비 중인 후쿠시마 제1 원전을 20일 방문했다. 기시다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19일 밤늦게 귀국하고 나서 다음 날 곧바로 도쿄에서 북쪽으로 260㎞ 떨어진 후쿠시마원전으로 향했다. 기시다 내각이 22일 각료회의(국무회의)를 열어 해양 방류를 의결하고 이달 말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에 저장한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내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NHK·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는 이날 오전 11시쯤 후쿠시마 원전을 찾아 현장을 시찰했다. 오염수를 정화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포함한 방류 설비 전반을 돌면서 도쿄전력으로부터 방류 준비 상황을 보고받았다. 후쿠시마 현지 언론인 후쿠시마주오TV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장치나 처리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는 설비를 시찰해 본인이 직접 방류 대책을 확인했다. 도쿄전력 간부들과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기시다의 오염수 방류 설비 시찰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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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의 후쿠시마 원전 방문에 대해 기시다 내각이 내부적으로 오염수 방류 방침을 확정했고 이달 중 방류의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시다는 미국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부로서 판단해야 할 최종 단계”라며 “폐로(廢爐)를 착실히 추진하고 후쿠시마를 부흥하기 위해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방류 설비 시찰을 마친 다음 날인 21일 기시다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국어협)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과 만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의 명분을 강화하려면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전국어협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 2015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어민 단체에 ‘오염수는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처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전달했다.

기시다와 면담한다고 해도 전국어협의 입장이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기시다 내각이 이런 작업을 통해 “어민을 설득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여론을 얻을 수는 있다. 전국어협의 사카모토 회장은 최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과 만나 “현 시점에선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적인 ‘안전’은 이해하지만 사회적인 ‘안심’은 다르다”고 했다. 과학적으론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어류(魚類) 소비를 줄일 수 있어 걱정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전국어협은 지난 7월까지 4년 연속 ‘방류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면서도 방류 반대 시위와 같은 적극적인 외부 반대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절한 보상만 해준다면 방류를 묵인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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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망가진 후쿠시마 원전이 있는 오쿠마를 20일 찾아 원전 일대를 시찰했다. 일본 정부는 사고 원전에 축적된 오염수 방류를 여름 내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교도·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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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정부와 입장을 같이하면서 해외에서도 방류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보도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이웃 국가들은 방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식이다.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때 윤석열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고 한 원론적인 발언을 두고, 일본 언론들은 ‘이웃 국가의 찬성’과 같은 식으로 해석 보도를 내놓는 중이다. 미국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문제가 의제로 채택되지 않은데 대해서도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배려하는 측면에서 개별 회담에서는 화제로 올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양국 간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치면서 의제에서 빠졌는데도 ‘기시다의 배려’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이다.

기시다는 후쿠시마 원전 시찰 후 오염수 방출일에 대해선 “안전성 확보와 풍평(風評·소문) 대책 대처 상황을 정부가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판단하겠다.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내각이 오는 22일 각료 회의에서 방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기시다 내각은 줄곧 “올여름에 방류할 방침”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통상 일본에서 ‘여름’은 9월 중순까지를 뜻하지만 20일 각료 의결이 내려지면 이달 내 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전력 측은 정부의 방류 결정 이후에 최종 점검과 방류까지 필요한 시간이 대략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라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정부는 8월 하순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후쿠시마현 어민들이 9월에 저인망 어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보다 앞선 이달에 방류를 시작하는 편이 반발을 적게 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일본 내 여론은 다소 갈리고 있지만 ‘방류 찬성’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달 초 NHK의 여론조사 때 방류 찬성이 35%로, 반대(20%)보다 많았다. 가장 많은 응답은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40%)였다. 인터넷 매체인 JNN의 이달 여론 조사에서도 찬성이 45%로, 반대(40%)보다 다소 높았다. 당사자인 일본 국민 입장에서는 오염수를 후쿠시마 부지 내에 그대로 두는 상황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방류가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디지털 주민등록증 도입 오류 등으로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기시다 내각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발이 묶이기보단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외교력이 강한 기시다’라는 반전의 카드를 찾으려는 노림수도 있다. 기시다는 올해 초 20~30%까지 지지율이 추락했다가 도쿄 한·일 정상회담, 우크라이나 방문, 젤렌스키 대통령 회담, 히로시마 G7 정상회담과 같은 외교 성과를 앞세워 한때 50%대 지지율을 회복했었다. 이번에도 ‘미국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9월 아세안 정상회의와 같은 외교 성과를 앞세워 지지율 반등을 노리고 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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