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4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출석한 원세훈 국정원장이 개회에 앞서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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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전 원장은 지방 공무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의 최고 실세 자리에 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시 고위직을 지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2~2006년 그는 상수도사업본부장, 경영기획실장, 행정1부시장 등 서울시 요직을 거쳤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서도 심복 역할을 했다. 그는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 후보 특보를 맡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며 MB의 최측근 실세로 자리잡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2008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원 전 원장은 2009년 국가정보원장으로 취임했다. 국정원이 안전기획부에서 이름을 바꾼 이후 지방공무원 행정관료 출신이 국내 정보수장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는 이후 정권 말까지 국정원장으로 4년 동안 재직했는데, 당시 이명박 정부의 장관급 인사 중에는 최장수 기록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최고 실세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원 전 원장은 정권이 바뀐 이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 등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달며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터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는 당시 국정원장이던 원 전 원장을 향했고, 그는 국정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2013년 6월 기소됐다. 이 수사 과정에서 그는 건설업자에게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도 드러나 2016년 9월 징역 1년 2개월을 받았고, 댓글 사건은 2018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최종 확정됐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2008년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 조선일보DB |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에도 원 전 원장은 맡은 일을 어떻게든 해내는 스타일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이 원 전 원장의 ‘불도저’ 같은 모습을 신뢰했고, 그가 결국 추락한 것도 충성심에 무리하게 일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법조인은 “원 전 원장은 당시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나는 잘못한 일이 없다’고 끝까지 버텼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검찰 수사를 받아 추가기소됐다. 2019년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적 유용,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제공, 보수 성향 단체 지원, 박원순 서울시장 사찰 혐의 등 그는 한 때 9개 사건 재판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댓글 사건을 계기로 2013년 시작된 검찰 수사와 재판이 계속 이어지면서, 한 때 정권의 ‘실세’였던 그는 하루에만 3번의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당시 법원 안팎에서 ‘원 전 원장 직업은 피고인인 것 같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을 유용한 혐의 등 사건으로 2021년 9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은 이후 재상고를 포기해 두달 뒤 형이 확정됐다. 이 재판 도중 그는 “제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8년 간의 검찰 수사와 재판 끝에 그가 받은 형량은 총 14년 2개월이었다.
원 전 원장이 수감된 기간은 6년 7개월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 신년 특별사면에서 남은 형기 7년 중 절반을 감형받았던 그는 이번 8.15 광복절 가석방 심사를 통과하며 오는 14일 안양교도소에서 출소하게 됐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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