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이나 마트에서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술을 도매가격보다 싸게 팔 수 있게 된다. 국세청은 최근 소매업자의 주류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고 주류 관련 단체들에 안내 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도매가격 밑으로 주류를 팔 수 없었던 식당과 마트에서 술값 할인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 주류가 진열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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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마트‧식당 등 소매점의 주류 가격 할인 판매의 길을 열었지만, 관련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주류업계는 소비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환영하지만, 마트‧식당은 손해를 감수하고 장사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달 말 국내 주류 관련 5개 단체에 “소매점, 음식점 등 주류 소매업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주류를 구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인해 판매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현행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르면 소매업자는 구매가 이하로 주류를 판매할 수 없지만, 국세청이 최근 정부의 내수 활성화 대책에 부응하기 위해 주류 할인 판매를 허용한 셈이다.
이와 관련 2일 본지가 취재한 결과, 주류업계는 “마트‧식당 등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주류 판매가 늘어나면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란 입장이다.
다만 주류업계에서도 소매점과 요식업의 협조가 필수란 반응이다. 주류업계 A사 관계자는 “주류 소비는 더 활성화될 것”이라며 “다만 안주보다는 술에서 남는 마진이 크다고 생각하는 업주들이 할인에 얼마나 동참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B사 관계자도 “주류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 이용이 늘어나면서 내수 소비가 활성화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소매점에서 프로모션용으로 원가도 안 되는 돈에 팔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류 제조사에서 물건을 받아 판매하는 소매점은 가게 운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가격 인하 허용에 발끈했다. 서울 여의도 고깃집 사장 김모(여·53) 씨는 “정부 방침에도 주류 가격을 내리는 소상공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가게 매출의 3분의 1이 주류 판매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가격을 내리겠나”라며 강경한 태도였다.
그는 특히 “소주 1병을 1690원에 떼 와서 6000원에 판다. 얼핏 보면 많이 남기는 것 같지만 인건비‧식자재값 인상 속도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며 “도매업체가 가격을 내리는 것도 아닌데 자영업자들 혼자 감당하라는 것이냐. 국세청 유권해석은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양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여·65) 씨도 “주류 도매상은 가격을 올리는데 어떻게 우리만 내릴 수 있겠냐”며 “식당 운영하는 사장님 100명 중 100명 모두 술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작 가격 인하를 단행해야 할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생선구이집 사장 김기찬(남·55) 씨는 “정부에서 그런 결정을 할 때는 자영업자들의 의견도 잘 살피고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혜택을 주면서 시행해야 하는데 우리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자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슈퍼·편의점 등 주요 소매점도 주류 가격을 내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형슈퍼마켓 관계자는 “사온 값보다 싸게 팔라는 것인데 그러면 팔수록 손해”라며 “잠깐의 미끼 상품이 될 수는 있지만 누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냐”고 손사래를 쳤다. 대형마트 C사 관계자는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면 이익이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내부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이익인지 주류 판매 방침은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구예지 기자 (sunris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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