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공정위 규정에 맞춰 개정…징계 경감 사유 구체화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던 대한축구협회가 대한체육회 규정에 맞춰 '밀실 사면' 논란의 소지가 있던 '회장 사면권'을 없애기로 했다.
축구협회는 2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년 제5차 이사회를 열고 안건으로 올라온 '공정위원회 규정 개정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공정위 규정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축구협회 회장의 고유 권한으로 남아 있던 '사면권'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축구협회 공정위원회 규정 '제3장 징계 제24조 사면'에 따르면 '사면권의 발의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고유권한으로 협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하며 사면의 종류, 대상 등은 사면법상의 징계 사면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명시됐다.
회장의 판단에 따라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사면을 단행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다. 하지만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에는 회장 고유의 사면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KFA) 축구회관 |
이런 가운데 축구협회는 지난 3월 28일 이사회를 통해 승부조작 등의 비위 행위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축구협회는 '제명의 경우 징계효력발생일로부터 7년, 무기한 자격정지 또는 무기한 출전 정지의 경우에는 징계효력발생시행일로부터 5년, 유기한 자격정지 또는 출전정지의 경우에는 징계처분 기간의 2분의 1 이상이 각각 경과해야 징계의 감경 또는 해제를 심의할 수 있다'라는 공정위 규정을 바탕으로 사면 심사를 거쳐 100명에게 '면죄부'를 줬다.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 성과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게 축구협회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치러진 우루과이와의 A매치 킥오프를 1시간 앞두고 사면을 발표한 데다 대한체육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조차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결국 사면은 사흘 뒤 철회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승부 조작 연루 등 축구인 사면 반대 손팻말 |
사면을 놓고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공정위 규정에 맞춰 개정 작업에 나섰고, 문제가 됐던 '회장 사면권'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
더불어 확정된 징계 구제 사유도 기존의 '정상을 참작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감경, 해제 가능하다'라는 다소 모호한 문구를 대한체육회 규정에 맞춰 '수사기관의 불기소결정·법원의 무죄판결, 징계 대상·기준·시효 규정 변경되어 징계사유 구성하지 않는 경우 감경, 해지 가능'으로 바꾸기로 했다.
다만 대한체육회 공정위 규정에도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축구 종목의 특성에 맞는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축구협회는 ▲ 협회·시도협회·연맹단체 임직원 ▲ 협회 등록 단체·선수·지도자 등 소속원 ▲ 심판·중개인(에이전트) 등이 징계 대상이다.
대한체육회 역시 '체육회 관계 단체에 등록된 지도자·선수·심판·선수관리담당자 등 회원과 운동경기부 등 단체'를 징계 대상으로 삼지만 '대한체육회 경기인 등록시스템'에 등록돼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면 K5·6·7 등 하부리그에서 뛰는 동호인이나 중개인, 경기 감독관 등은 징계 대상에서 빠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축구협회는 이들도 징계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 대한체육회 공정위 규정에는 팀에 대해 출전정지 징계만 내릴 수 있는 만큼 축구 종목의 특성에 따른 승점 감점 및 강등 등 팀에 대한 현행 징계 규정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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