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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첫 방영되는 JTBC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알 유 넥스트?(R U Next?)’ 참가자 명단이 16일 발표됐다. ‘알 유 넥스트?’는 CJ ENM과 하이브가 합작 설립한 기획사 빌리프랩과 JTBC가 공동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참가자 명단이 발표되자 K팝 팬들 사이 충격적이란 반응까지 나올 정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생 팀 멤버가 되기 위해 참가한 빌리프랩 연습생 22명 중 절반인 11명이 한국 국적, 나머지 절반 11명이 외국 국적이며, 외국 국적 11명 중 무려 7명이 일본 국적이었기 때문. 전체로 봐도 3분의 1이다. 그 외 태국 국적 2명, 한국과 미국 복수국적 2명이고, ‘그 흔하던’ 중국 국적은 한 명도 없다.
사실 의외는 아니다. 하이브는 애초 중국 국적 멤버를 선발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각종 ‘차이나 리스크’에 상당히 민감한 듯 보인다. 거기까진 많이 알려진 바이지만, 최소 이번 참가자 선정으로만 보면, 일본시장 지향성이 전에 없이 두드러진단 평가. 지난 1월 하이브 소속 르세라핌이 K팝 걸그룹 사상 가장 성공적인 일본시장 데뷔 성적을 거둔 점에 고무된 듯하단 인상이다.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갈 산업적 지렛대로서 일본시장에 대한 기대와 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건, 이와 유사한 경향성이 다른 대형 기획사에서도 뚜렷이 보인단 점이다. 대표적으로, 하이브가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던 SM엔터테인먼트 사례가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애초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중국몽’ 노선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수만 체제’가 종료되자마자 재빨리 노선 수정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지난 5월24일 SM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SM 3.0: NEW IP 2023’만 해도 그렇다. 장철혁 신임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영상에서 “앞으로 일본을 비롯해 한국 및 전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할 새로운 팀에 대한 많은 기대를 바란다”며 정확히 일본시장을 지목, 또 향후 일본인 멤버 비중을 늘리고 일본 미디어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데뷔 인원 선발 및 팀 론칭 과정을 전 세계 팬들과 공유할 예정이라 밝혔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어떤 의미에선 이미 3~4년 전 내렸어야 할 결정이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지연된 측면도 강하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은 여러모로 해소되기 어려운 흐름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세 차원 미중(美中)갈등이 일정수준 해소되더라도 그렇다. 예컨대, 최근 가수 정용화가 중국 OTT 아이치이 음악오디션 프로그램 ‘분투! 신입생반’ 심사위원으로 내정됐다가 중국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불발된 상황, 또 다른 가수 현아가 중국 우한시에서 열리는 음악페스티벌에 참석키로 예정됐다가 마찬가지로 불발된 상황 등을 들 수 있다.
애초 그런 방송과 행사에 내정됐었단 점 자체가 일단 관련 당국 등 중국 공적개념으로부턴 ‘통과’된 사안이었단 얘기다. 그런데 그 정보에 중국 ‘대중’이 반발해 거센 항의를 쏟아내고, 그 탓에 당국도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단 순서로 읽힌다. 중국정부 차원에선 한한령 해제 의사가 있더라도 이미 중국 대중 사이 반한(反韓) 정서가 깊이 뿌리내린 탓에 공적개념에서 상황을 뒤집기도 어려워졌단 뜻이다. 그만큼 진정한 한한령 해소도 한층 요원해졌다.
한편, 중국시장의 딜레마 부분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중국시장에 대한 전략적 전환은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지연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팬데믹 동안은 한한령에 의한 중국시장 약점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환경이었고, 반대로 중국시장서 여전히 얻어낼 수 있는 수익이 K팝 해외수익 절대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팬데믹 동안은 중국시장의 약점을 그 어느 해외시장이건, 심지어 국내시장조차도 동일하게 안고 있었다. K팝 산업 최대 수익 처인 공연 투어의 불가능 상황 말이다. 반대로, 당시 얻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수익 처 중 하나였던 피지컬 음반 판매 측면에서 중국시장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었다. 지난해에 이르면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의 음반 수출에서 중국은 5132만6000달러를 차지해 일본(8574만9000달러)에 이어 K팝 음반 수입국 2위 자리를 지켰고, 올해 1~4월 기간엔 중국서 1898만1000달러어치 K팝 음반을 사들어 전년 동기대비 무려 195.7% 증가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지난 1년여 걸쳐 전 세계적 코로나19 상황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부터다. 사실 피지컬 음반은 그 자체로 대단한 수익이 돌아오는 상품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음반 가격은 물가 차이가 컸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데 내용물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케이스에 CD만 담겨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선물세트 수준 박스 형태다. 거기다 해외 수출 물량은 각종 물류비용 탓에 더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K팝 산업에서 피지컬 음반 판매를 중시해온 건 그 자체로서 수익 측면보다, 수많은 업계인들이 지적했듯, 그게 하나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었다. 향후 수많은 굿즈와 커뮤니케이션 상품들을 소비하고, 무엇보다 공연까지 와줄 코어 팬덤 규모를 가늠할 지표 말이다. 그런데 이러면 공연 자체가 불가능한 중국에서의 K팝 음반 구매 폭증은 사실상 빚 좋은 개살구가 된다. 최대 수익 처로 연결되지 않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 간 웬만한 정상급 K팝 팀들에서 속속 초동 밀리언셀러 릴레이가 펼쳐졌어도, 거기서 다시 중국 물량 비중에 따라 향후 기대수익과 전략적 셈법도 각기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보면 현재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그밖에 수많은 기획사들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차이나 패싱’과 ‘일본시장 중심으로의 복귀’도 사뭇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다. 다만 이렇듯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성되기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 한한령 시작부터 따지면 6~7년이나 걸렸을 만큼 저 거대한 14억 시장에 대한 미련도 상당했던 셈이다.
어찌 됐건 지금은 이미 중국 문제는 접어두고, ‘알 유 넥스트?’ 참가자 구성으로도 알 수 있듯, 일본시장 지향은 물론 영어가 제1언어인 멤버들의 영어권 어필 가능성으로 화두가 넘어간 단계다. 중국 정부가 뭘 허가해주고 또 뭘 다시 불허하고 따위에 일희일비할 땐 이미 지났단 얘기다. 애초 글로벌 문화산업이란 게 그런 식으로 쥐락펴락 ‘길들일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벌어진 K팝 해외전략의 가장 주요한 변화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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