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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넬의 성적 변화
첫 9경기 : 1승6패 ERA 5.40 (BB/9 5.40개)
후 6경기 : 3승0패 ERA 0.50 (BB/9 3.25개)
달라진 스넬은 어제도 실감할 수 있었다. 10연승을 달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앞선 두 경기에서 각각 탈삼진 12개를 기록한 스넬은, 어제도 삼진 11개를 잡아내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샌디에이고 투수가 세 경기 연속 탈삼진 11개 이상 기록한 건 2007년 제이크 피비와 더불어 올해 스넬이 두 번째다. 2007년 피비는 그 해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스넬은 최근 6경기 36이닝 2자책의 짠물 피칭을 통해 시즌 평균자책점을 3.22까지 낮췄다. 5월 25일 이후 평균자책점 전체 1위(0.50)일 뿐만 아니라 탈삼진(56개)과 피안타율(0.139) WHIP(0.83)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이 기간 스넬은 감히 범접할 수 있는 투수조차 없었다.
5/25일 이후 선발 FIP 순위
1.77 - 블레이크 스넬
2.27 - 잭 윌러
2.32 - 브랙스턴 개럿
스넬은 현재 18이닝 연속 무실점도 이어가고 있다. 스넬에게는 두 번째로 긴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이다(20이닝). 하지만 스넬은 어제 인터뷰에서 "점수를 주지 않는 건 부차적인 부분"이라고 전했다.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하게 내 공을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넬이 리그 에이스로 올라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스넬은 "투구 시 나의 몸과 릴리스 포인트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구 동작을 일관성 있게 가져간 것이 제구 안정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스넬의 변화는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스넬은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과 더 강력한 브레이킹 볼(슬라이더 커브)로 대표되는 투수다. 제구가 흔들려도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가 있었다. 특히 슬라이더와 커브는 알고도 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슬라이더 통산 피안타율 0.161, 커브 통산 피안타율 0.144가 이 사실을 입증한다. 이 확실한 두 가지 구종 덕분에 스넬은 일단 투 스트라이크까지만 카운트를 끌고 오면 승부를 쉽게 풀어갔다.
카운트 싸움은 스넬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다. 특히 레퍼토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포심 제구가 무너지면서 브레이킹 볼의 위력도 반감됐다. 포심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다 보니 타자들은 치기 힘든 브레이킹 볼을 굳이 치기 위해 방망이를 낼 필요가 없었다. 시즌 초반 스넬이 잘 풀리지 않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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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스넬의 체인지업 비중은 9.9%였다. 지난 시즌은 이보다 더 적은 5%에 그쳤다. 그런데 올해는 체인지업 비중이 16.8%로 급증했다. 이는 커브(15.1%) 슬라이더(13.9%)보다 더 높은 수치로, 올해 스넬은 세컨드 피치로 체인지업을 꺼내들고 있다.
스넬 포심 / 체인지업 월별 비중
4월 [포심] 58.4% [체인지업] 10.8%
5월 [포심] 56.2% [체인지업] 16.2%
6월 [포심] 46.3% [체인지업] 24.9%
체인지업 의존도는 월별로 나눠보면 더 두드러진다. 최근 스넬은 초반에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던졌던 포심 비중을 줄였다. 그리고 그 공간에 체인지업을 채워 넣었다. 타자들은 머릿 속에 포심을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체인지업이 들어오면서 타이밍을 맞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포심이 한복판에 들어와도 그냥 지켜보는 타석들이 늘어났다. 지난해 스넬은 루킹 삼진 비중이 9.9%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24%까지 높아졌다. 스넬이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심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은 결과, 포심이 반등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스넬은 4월 포심 피안타율이 0.404로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그런데 6월에는 포심 피안타율이 0.212까지 내려왔다.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던 포심이 다시 스넬의 주무기로 돌아온 것이다. 여기에 기존 브레이킹 볼까지 더한 스넬은 네 가지의 플러스 피치를 손에 넣게 됐다. 사이영상을 거머쥔 2018시즌이 떠오른다.
지난해 스넬은 최악의 전반기, 최고의 후반기를 보냈다(전반기 1승5패 ERA 5.22, 후반기 7승5패 ERA 2.19). 올해는 뒤늦은 발동을 막기 위해 고향인 시애틀에서 일찌감치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샌디에이고 스트렝스 컨디셔닝 코치와 협력해서 몸을 잘 만들었고, 정신적으로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다.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 시즌 초반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금 마침내 꽃을 피우고 있다.
스넬은 항상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본인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기복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에이스와 평범한 투수의 차이는 고점보다 저점일 때 극명해진다. 스넬이 에이스로 거듭나려면 좋을 때보다 나쁠 때 버티는 투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스넬은 경기 중 위기를 극복하는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체인지업에서 돌파구를 찾은 스넬은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그동안 강하게 힘으로만 던졌다면, 이제는 유연하게 타자를 돌려세우는 기술을 겸비했다. "타격은 타이밍, 피칭은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라고 했던가. 스넬이 비로소 피칭에 눈을 뜬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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