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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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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라 공주의 ‘금동 신발’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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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호분서 3년 전 출토된 5세기 후반 10대 소녀의 금 유물들… 당시에 못찾은 신발 조각 찾아내

내달 4일 유물 일체 현장서 공개

조선일보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지난 2020년 출토된 금귀걸이 등 장신구. 5세기 후반 10대 왕족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금동신발이 추가로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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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열 살 남짓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신라 공주의 넋이 저승에 고이 도달하길 바랐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으로 휘감은 소녀의 무덤에서 별도의 상자에 넣어 묻은 금동신발이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발굴조사 중인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조각난 상태의 금동신발을 새로 찾았다고 20일 밝혔다. 이 무덤에선 지난 2020년 금동관, 금귀걸이, 금·은 팔찌와 반지 등 호화 장신구 일체가 망자가 착장한 상태 그대로 출토됐으나 금동신발만 확인되지 않았다. 금동신발은 살아 있을 때 신었던 것이 아니라, 장례 때 망자의 발에 신기는 의례용이다. 죽은 이의 영생을 꿈꾸는 산 자들의 염원이 담겼다. 연구소는 추가 발굴 과정에서 망자의 저승길을 위해 함께 넣은 금동신발을 찾았으며, 뒤꿈치 부분은 남아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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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호분 주인공 착장 장신구 세트.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금은 팔찌와 반지, 은허리띠 장식까지 일괄로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문화재청은 금동신발을 포함해 보존처리가 끝난 호화 유물 일체를 다음 달 4일 현장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금·은 팔찌와 반지, 은허리띠 장식 등 장신구와 함께 신라 최상급 무덤에서만 출토됐던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제작된 금동 장식 수십점과 바둑돌 수백점, 불로장생의 약이라는 운모(雲母) 50여 점, 약재 빻는 돌절구와 공이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 화려한 무덤의 주인공은 누굴까. 조사단은 5세기 후반 10대 왕족 소녀로 추정했다. 허리에 큰 칼을 차는 대신 여성의 상징인 작은 손칼을 지녔고, 금동관을 비롯해 귀걸이, 팔찌, 허리띠 장식 등이 모두 앙증맞게 작다는 게 근거다. 당초 조사단은 망자의 키를 150㎝로 추정했으나, 목관(木棺) 바닥을 완전히 해체 조사한 결과 130㎝ 정도로 훨씬 작고 어리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단은 “열 살 남짓 공주를 위해 귀걸이, 팔찌까지 맞춤형으로 세트 제작했고, 특히 금팔찌가 나왔다는 건 소녀의 신분이 최상위층임을 보여준다”며 “눈금이 정밀하게 새겨진 금팔찌는 왕릉급 무덤인 금관총·서봉총에서만 나왔을 정도로 최고급 유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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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세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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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금령총도 10대에 숨진 왕자의 무덤으로 추정한다. 금령총에서 출토된 금관(지름 15㎝, 높이 27㎝)이 어린아이 머리 크기이기 때문이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금관이 최상위라면 금동관은 차상위 계급이라고 볼 수 있다. 쪽샘 44호분에선 금관은 아니고 금동관이 출토됐지만, 비단벌레 장식 등 최상급 유물이 나왔기 때문에 왕릉 바로 아래 단계인 왕족 신분의 1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경주에서 이렇게 완전히 해체해 발굴한 무덤은 처음”이라며 “황남대총이나 천마총은 완전히 해체하지 않았고, 일제강점기 발굴된 금관총·금령총은 최근 재발굴했지만 남아 있는 유구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고분의 기초부터 축조하는 과정을 알 수 없었다. 쪽샘 44호는 일부 파괴되긴 했지만 남아 있는 고분을 완전 해체 발굴했기 때문에 신라 발굴사에서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10년에 걸친 쪽샘 44호 발굴을 마무리하고 무덤을 복원할 예정이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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