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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선발 오티스가 위기를 잘 막아내고 있었고, 3회에는 상대 선발 페랄타의 ‘천적’인 레이놀즈가 우월 선제 투런포를 터뜨리며 앞서 나갔다. 이날 모레타, 베드나 등 필승조 투수들이 모두 동원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래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만든 한 방이었다.
그 한 방은 배지환의 출루부터 시작했다. 이날 시즌 5번째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한 배지환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페랄타의 공을 끈질기게 보며 결국 볼넷으로 출루했다. 페랄타가 높은 쪽 패스트볼과 낮은 변화구로 배지환의 방망이를 유인했지만, 첫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며 한 차례 타이밍을 맞춰본 배지환은 여기에 속지 않았다.
그런데 배지환이 페랄타를 괴롭힌 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상에서 페랄타를 더 괴롭혔다. 1루에는 발이 빠른 배지환, 타석에서는 자신에게 어마어마하게 강했던 레이놀즈가 있는 이중고와 싸운 페랄타였다. 결국 이는 2점 홈런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됐다.
배지환은 발이 빠른 선수다. 이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모두가 그 위력을 안다. 페랄타도 배지환을 경계했다. 인터벌이 눈에 띄게 늘어졌다. 이날 페랄타의 투구에서 가장 길게 늘어진 투구 간격이었다.
사실 배지환은 무조건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무사 1루고, 페랄타는 견제 동작이 나쁜 선수가 아니다. 배지환의 리드 폭도 특별히 넓지 않았다. 또한 타석에 페랄타에 강한 레이놀즈가 있기에 피츠버그로서는 일단 타자에게 맡기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페랄타는 계속 배지환을 신경 썼다. 배지환도 주로에서 작은 동작들로 페랄타의 신경을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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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피츠버그 중계진에 합류한 케빈 영은 이 상황에서 레이놀즈의 타격은 물론 배지환의 주루 또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은 1992년 피츠버그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03년까지 한 시즌(1996년)을 제외하고 오직 피츠버그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1999년에는 26홈런-22도루를 기록해 20-20 클럽에 가입했다. 통산 83도루를 기록한 준수한 주력을 가진 선수로 기억된다.
영은 “내가 이것을 증명하거나 확신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의심의 여지없이 페랄타가 배지환의 주력을 의식하고 있었다. 배지환이 투수를 괴롭혔다”고 평가했다. 주자에게 신경을 쓰면서 타자와 승부에 100% 집중할 수 없었고, 하필이면 그 타석에 자신에게 강했던 레이놀즈가 서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피츠버그 벤치가 의도했던 바였을 수도 있다.
배지환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베이스에 나가면 무조건 뛴다는 인식이 있는 선수였다. 실제 도루 시도 자체가 많았다. 빠른 발을 가지고 있으니 성공이 많았지만, 때로는 뛰지 말아야 할 때 뛰어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 적도 있었다. 데릭 쉘턴 피츠버그 감독은 “그런 유형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왔을 때 때로는 자신이 공보다 빠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지환은 피츠버그 코칭스태프와 꾸준한 대화를 통해 더 세련된 주루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도 3회 상황에서 도루는 없었지만, 뛰지 않아도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플레이로 팀 득점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영의 칭찬은 야구 관계자들과 전현직 선수들도 모두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배지환의 야구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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