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박7일 제주 여행 3인 가족 "관광 불편 신문고에 올려도 행정은 '나 몰라라'"
제주도·도의회·관광업계 물가 실태조사부터 법률 개정까지 전방위 노력
제주 온 관광객들 |
그동안 내국인 특수를 누렸던 제주관광은 해외 관광 재개와 함께 내국인의 해외유출, 한중 외교갈등으로 인한 중국 단체관광객 방한 규제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일명 '바가지'로 대표되는 고물가 논란, 일부 렌터카 회사의 예약 강제취소 논란 등이 겹치며 제주관광 이미지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해법은 없을까.
◇ 3인 가족의 우여곡절 제주 여행
지난 6월 4∼10일 6박7일간 남편, 아이와 함께 제주를 여행한 충남에 사는 40대 A씨.
그에게 이번 제주여행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3인 가족이 단란하게 제주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기길 원했지만, 여행은 출발 전부터 삐걱거렸다.
3월에 일찌감치 렌터카 예약을 완료했는데 출발을 한 달여 앞두고 갑자기 업체로부터 예약 취소 통보를 받은 것이다.
4월 말 여러 언론을 통해 다뤄졌던 S렌터카의 강제취소 논란이었다.
당시 A씨를 비롯해 강제 취소 통보를 받은 관광객들은 '더 비싸게 예약을 다시 받으려 업체가 의도적으로 취소한 일종의 꼼수'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업체는 '시스템 오류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제주관광 '빨간불' |
언론에 제보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해당 업체는 부랴부랴 A씨에게 처음 예약한 가격에 렌터카를 대여해 주겠다고 하고 이를 수용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른 터라 A씨는 제주에 가기 전부터 여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고 다녀온 뒤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최근 일주일간 제주여행을 한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 정말 예쁘고, 다시 가고 싶을 만큼 좋았다"면서도 제주 관광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우선 렌터카 업체를 관리하는 행정당국의 문제를 지적했다.
A씨는 "(제주 관광 불편 민원을 접수하는) 제주도청 인터넷 신문고에 S렌터카 문제를 지적하니 제주도에서는 '업체 본사가 제주에 없어 제주도 관할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발뺌하고, 서울 양천구에서는 확연하게 잘못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일단 수사기관이 아니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식의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태도가 너무 무책임했다. 결국에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스스로 해결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럴 바엔 내 차 끌고 간다'며 배를 타고 제주로 내려가는 직장동료도 있고, 저희는 렌터카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제주로 차를 보내는 '차량 탁송'까지도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불편 없는 쾌적한 관광을 위해 신문고 제도를 운영하는 제주도 당국의 '적극행정'을 기대했지만, 정작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속 시원하게 해결이 이뤄지지 않음을 꼬집은 것이다.
제주는 이제 여름 |
이어 제주의 비싼 물가와 불친절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싸다"며 "제주도민이 찾는 저렴하고 맛있는 가게를 제대로 찾아가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일단 유명 맛집이고 뭐 좀 먹으려 하면 점심·저녁식사든 상관없이 3인 가족 기준 7∼8만원은 기본으로 나온다. 4인 가족이면 10만원이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페, 블로그, 사회관계망(SNS) 등에 올라온 제주 해수욕장과 주변 가게 등에 대한 각종 불친절·바가지 사례 등을 거론하며 "곧 해수욕장이 개장할 텐데, 아직도 불친절과 바가지 문제가 조금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주의 고물가는 A씨만이 아닌 관광객들이 전반적으로 느끼는 문제다.
제주관광공사의 관광객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제주 방문객 중 불만족 사항으로 '물가가 비싸다'고 응답한 비중은 2014년 29%에서 지난해 53.4%로 8년간 두배 가까이 올랐다.
A씨는 마지막으로 제주공항에 내렸을 때의 아쉬움을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는 "제주에 도착했을 때 공항 도착장 옆 제주관광안내소에 수많은 관광 업체를 홍보하는 책자는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제주 지도 한 장이 없었다"며 "제가 원하는건 지도 한 장이었다. 업체 홍보 책자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제주도와 제주도 관광업체들이 공급자 중심의 홍보에만 열을 올릴 뿐 정작 수요자인 관광객이 원하는 홍보·안내는 미흡하다는 지적이었다.
제주도청 전경 |
◇ 제주 관광 전방위로 개선 노력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관광1번지 제주도에서는 관광 불편 해소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제주도의회는 제주 관광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입법 장치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 한동수 의원이 지난 9일 제주도내 관광 물가안정과 미풍양속을 개선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다.
개정안은 바가지 논란 확산을 막고 예방하기 위해 제주도내 관광지 물가 실태 조사와 물가안정, 미풍양속 개선에 관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관광지 물가 실태를 조사해 제주지역 물가가 실제로 타지역 또는 해외 관광지 물가보다 높은지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바가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업체에 대한 제재방안이나 처벌 규정은 없다.
한동수 의원은 "개인 간 상행위인 만큼 이를 법으로 제재했을 때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등 조례에 처벌조항을 담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면 공정관광위원회가 행정에 개선을 권고하는 등 부당행위가 없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기"고 말했다.
제주 해안도로 나들이 |
이보다 앞서 고선영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지난달 18일 도청에서 열린 경제산업정책회의에서 "제주와 국내, 해외 비교가능한 관광물가지수를 개발해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물가 수준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제주도 차원에서도 경제활력국과 관광교류국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관광물가실태를 조사하고 관광물가지수를 개발한다고 해서 현재의 바가지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고선영 책임연구원은 "우선 '바가지'와 '물가가 높다'라는 걸 별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가지는 정해진 가격 내지는 고지된 가격 이상으로 업주가 터무니 없이 돈을 올려 받았을 때를 일컫는다. 그런데 원래 가격 자체가 높은 것인 고물가를 바가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 책임연구원은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는 항목은 비수기와 성수기 가격 탄력성이 높은 렌터카, 골프 등에서 발생한다"며 "(조사가 이뤄지면) 특정 시기에 형성·유지된 가격의 변화, 정보를 제공해 관광객들을 조금이나마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제주 관광물가 정책의 방향은 '철저한 품질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농인들의 오색 블루스 여행 |
그는 "고지된 가격에 제공되는 서비스와 품질을 관광객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고품질 관광, 차별화에 신경 써야 한다"며 "제주는 가격이 저렴한 상품에서부터 높은 것까지 관광상품의 선택 폭이 넓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변덕승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제주도정에서는 제주에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이 좋은 자연환경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여가를 즐기고 돌아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며 "제값받기 캠페인과 착한여행 상품 개발은 물론 행정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축제인 경우 바가지 문제가 없도록 사전 행정지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제주도렌터카조합에서도 관광객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자정노력과 현행법 개정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렌터카는 주사무소(본사)와 전국 각 시도에서 영업할 경우 영업소(지점)를 두게 돼 있는데, 현행법상 주사무소뿐만 아니라 타지역에 상주하는 영업소에 대한 행정업무와 처분권을 오로지 주사무소 소재지 관청에만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렌터카업체의 무더기 예약 취소와 관련해 피해를 본 많은 관광객이 제주도에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제주도는 해당 업체에 대해 조사하거나 행정처분할 권한이 없다.
이에 따라 이들은 렌터카 영업소에 대한 행정업무와 처분권을 그 소재지 관청에 부여할 수 있도록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주 찾는 관광객들 |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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