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시즌까지 46년간 덴버는 18번만 플레이오프에 탈락할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내긴 했지만,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엔 오르지 못했다. 덴버는 ‘마일하이 시티’라는 별칭이 있다. 로키산맥 160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홈구장 볼 아레나의 특성을 이용해 정규리그에선 강점을 보여왔지만,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선 고산지대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의 니콜라 요키치(가운데)가 13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NBA 챔프전 5차전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아담 실버(왼쪽) NBA 커미셔너로부터 챔프전 MVP 트로피를 건네받고 있다. 덴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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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적한 덴버의 도시 특성상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들이 자유계약선수(FA)로 오기를 꺼리는 팀이기에 덴버는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 이 역시 슈퍼스타 1명이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플레이오프에선 약점이 됐다.
이러한 약점은 옛말이 됐다. 덴버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41순위로 뽑은, 농구에선 변방인 유럽 세르비아에서 건너온 한 선수가 세계에서 가장 농구를 잘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니콜라 요키치(28). 이미 선수 개인으로는 모든 것을 이룬 슈퍼스타 요키치가 NBA 데뷔 8년 만에 기어코 덴버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덴버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NBA 챔프전(7전 4승제) 5차전에서 막판 접전 끝에 마이애미를 94-89로 눌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거둔 덴버는 1967년 창단 이후 56년 만에 NBA 챔피언에 올랐다. NBA 참가로만 치면 47년 만의 첫 NBA 챔프전 진출에서 단숨에 ‘래리 오브라이언챔피언십 트로피’까지 들어 올린 것이다.
이날 동료들의 슛 감각이 좋지 않아 직접 득점 작업에 치중한 요키치는 75%의 야투율(12/16)로 마이애미 수비진을 초토화시키며 28득점 1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챔프전 5경기 평균 30.2득점 14리바운드 7.2어시스트를 기록한 요키치는 만장일치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빌 러셀 챔프전 MVP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동유럽 세르비아의 작은 도시 솜보르 출신인 니콜라 요키치(오른쪽)가 5살 때 덴버 너기츠의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이 요키치가 덴버를 이끌고 NBA 챔프전 우승을 일궈내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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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파괴하는 창의적인 패스를 앞세워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패스하는 빅맨’이란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로 요키치는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 두 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평균 24.5득점 11.8리바운드 9.8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쳤지만, 한 선수에게 세 시즌 연속 MVP를 주지 않으려는 여론 때문에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에게 밀려 정규리그 MVP 3연패에 실패했다. 그러나 요키치는 더욱 값진 챔프전 MVP를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그 아쉬움을 몇 배의 기쁨으로 바꿨다. 정규리그 MVP 수상 때도 역사상 가장 낮은 신인 드래프트 순위 지명자 출신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던 요키치는 이번 챔프전 MVP 역시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 출신의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종전 기록은 1979년 챔프전 MVP를 차지한 데니스 존슨(시애틀 슈퍼소닉스)으로, 그는 29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한편, 동부콘퍼런스 8번 시드로 플레이오프를 시작해 상위 시드 팀들들 줄줄이 잡으며 1999년 뉴욕 닉스 이후 24년 만에 8번 시드로 챔프전에 진출하며 ‘낭만 농구’라는 별칭을 얻은 마이애미는 2019~2020시즌에 이어 또 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24년 전 뉴욕 역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밀려 우승엔 실패한 바 있다.
보스턴 셀틱스와의 동부콘퍼런스 결승에서 먼저 3승을 얻고도 이후 내리 세 번을 패해 7차전 혈투 끝에 챔프전에 오른 탓에 정작 챔프전에서는 체력 저하가 현격한 모습이었다. 특히 팀 전술의 핵심인 ‘낭만의 에이스’ 지미 버틀러가 격전을 치르며 입은 부상과 플레이오프 내내 상대의 거친 수비로 인해 지친 게 컸다. 버틀러는 이날 5차전 내내 부진하다 4쿼터 막판 연속 13점을 넣으며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지만, 종료 직전 시도한 턴어라운드 동점 3점슛이 빗나가면서 마이애미의 기적도 막을 내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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