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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女테니스, 시비옹테크 전성시대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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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폴란드의 이가 시비옹테크가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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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절대강자없이 춘추전국시대가 길게 이어졌던 여자 테니스계에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시비옹테크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4대 메이저대회 시즌 두 번째 대회인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무호바(43위·체코)를 세트스코어 2-1(6-2 5-7 6-4)로 제압했다.

이로써 시비옹테크는 지난해에 이어 프랑스오픈 2연패를 이뤘다. 2020년 프랑스오픈과 2022년 US오픈 우승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개인 통산 네 번째 메이저 단식 트로피다.

2001년생인 시비옹테크는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21년 만에 최연소로 메이저 4승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윌리엄스는 만 21세를 앞둔 2002년 US오픈에서 개인 통산 네 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테니스 여제’로 불렸던 윌리엄스가 2017년 출산 후 메이저 대회 우승과 멀어진 뒤 절대 강자가 나오지 않았다. 1997년생 오사카 나오미(일본), 1996년생 애슐리 바티(호주) 등이 각각 네 차례와 세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전성기가 길지 않았다.

2019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오사카는 올해 초 임신 사실을 공개한 뒤 공식 대회에 나오지 않고 있다. 2019년 이후 3년 가까이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바티도 지난 3월 “다 쏟아냈고 육체적으로 더 줄 것이 없다”면서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그밖에도 2020년 이후 소피아 케닌(마국),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체코), 엠마 라드카누(영국),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등이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반짝 우승에 그쳤다.

그런 가운데 시비옹테크가 최근 6번 메이저 대회 가운데 세 차례나 우승을 이루면서 명실상부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바티가 은퇴를 선언한 뒤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시비옹테크는 62주 연속 1위 자리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시비옹테크는 체격이나 파워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176cm의 키는 여자 테니스 선수로서 큰 편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서브가 아주 강력한 것도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시비옹테크는 서브에이스를 8개만 기록했다. 이는 전체 선수 가운데 12위에 불과하다. 결승전에서 만난 무호바(18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번 시즌을 통틀어서도 서브 에이스 숫자는 40위권 밖이다.

시비옹테크의 최대 강점은 스피드를 앞세운 수비 능력과 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이다. 이날 결승에서도 무호바의 강력한 공격을 수없이 걷어올리면서 랠리를 이어갔다. 제풀에 지친 무호바는 범실로 무너졌고 결국 마지막에 시비옹테크가 웃을 수 있었다. 시비옹테크는 이번 대회 상대 서브 게임 시 득점 확률 60%(1위)에 이르렀다.

수비력이 탄탄한 시비옹테크의 스타일은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과 잘 맞는다. 자신의 네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 가운데 세 번을 프랑스오픈에서 이룬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만 시비옹테크가 진정한 테니스 여제로 우뚝 서기 위해선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을 극복해야 한다. 시비옹테크가 그동안 윔블던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21년 16강이다. 지금까지 이룬 14차례 투어 대회 우승을 이뤘지만 잔디코트에선 결승조차 오른 적이 없다.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4전 전승, 일반 투어 대회 포함 결승 전적 14승 4패 등 큰 경기에 더 강한 면모를 보이는 시비옹테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말 힘든 경기였고, 너무 기복이 심해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그래도 마지막 집중력을 유지해 우승으로 마무리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내가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다만 나는 기록이나 목표를 욕심내지는 않는다.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내게 최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시비옹테크는 “올해 클레이코트 시즌을 잘 끝마친 만큼 앞으 내 힘과 능력에 대해 다시 의심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가올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에 대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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