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스피드 앞세운 수비·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위력적인 포핸드
16강이 최고인 잔디 코트 대회 윔블던은 '숙제'
이가 시비옹테크 |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가 올해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을 제패하며 한동안 특별한 강자가 없었던 여자 테니스를 평정하고 있다.
시비옹테크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무호바(43위·체코)를 2-1(6-2 5-7 6-4)로 제압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프랑스오픈 정상을 지킨 시비옹테크는 개인 통산 네 번째 메이저 단식 트로피를 수집했다.
2001년생 시비옹테크는 이로써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21년 만에 최연소로 메이저 4승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1981년생인 윌리엄스는 만 21세를 앞둔 2002년 US오픈에서 개인 통산 네 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시비옹테크는 또 지금까지 진출한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서 4전 전승을 거뒀는데 이는 모니카 셀레스(미국), 오사카 나오미(일본)에 이은 세 번째 기록이다.
시비옹테크는 2020년과 2022년, 2023년 프랑스오픈과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했다.
시비옹테크의 경기 모습. |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윌리엄스가 2017년 출산 후 메이저 대회 왕좌에서 물러났고 이후로는 오사카, 애슐리 바티(호주) 등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으나 둘 다 전성기를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1997년생 오사카는 2018년부터 2021년 사이에 메이저 대회에서 네 번 우승했으나 올해 초 임신 사실을 공개했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1996년생 바티 역시 지난해 갑자기 은퇴했다.
키 176㎝인 시비옹테크는 체격이나 파워를 앞세우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서브 에이스를 7경기를 치르는 동안 8개를 기록, 전체 12위에 올랐다.
똑같이 7경기를 치른 무호바가 18개를 터뜨렸고 엘레나 리바키나(4위·카자흐스탄)와 같은 선수는 2경기에 14개를 꽂은 것과 비교하면 시비옹테크의 에이스 수가 비교된다.
시비옹테크의 강점은 역시 체격이나 파워, 강한 서브 등이 아니라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수비 능력과 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 등에 있다.
이날 무호바와 결승에서도 여러 차례 묘기에 가까운 수비 능력을 발휘해 랠리를 이어간 시비옹테크는 이번 대회 상대 서브 게임 시 득점 확률 60%로 1위에 올랐다.
결승에서 어렵게 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시비옹테크 |
만 20세가 되기 전인 2020년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라며 "코트를 기하학으로 이해하면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는 그는 이날 결승에서도 1세트를 마친 뒤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무엇인가가 빼곡히 적힌 노트를 들고 들어오는 모습이 TV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가 유독 클레이코트 대회인 프랑스오픈에 강한 이유도 역시 랠리가 긴 대회 특성상 탄탄한 수비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수비에 치중하며 상대 실수를 기다리는 유형은 아니다. 위력적인 포핸드 등 확실한 공격력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세트를 6-2로 따낸 뒤 2세트도 3-0까지 앞서다가 5-7로 뒤집힌 시비옹테크는 3세트 3-3에서 먼저 브레이크를 당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내리 3게임을 따내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메이저 대회 결승 4전 전승, 일반 투어 대회 포함 결승 전적 14승 4패 등 큰 경기에 더욱 집중력을 발휘한 결과다.
팬들과 사진을 찍는 시비옹테크(오른쪽) |
시비옹테크는 "정말 힘든 경기였고, 너무 기복이 심해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그래도 마지막 집중력을 유지해 우승으로 마무리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세트 초반까지는 싱거운 승리가 예상됐다가, 다시 3세트 중반까지 오히려 코너에 몰리는 상황을 이겨낸 그는 "그때는 점수를 생각하기보다 조금 더 부담을 덜고 하면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경기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2007년 쥐스틴 에냉(벨기에) 이후 16년 만에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시비옹테크는 또 1992년 셀레스 이후 31년 만에 최연소로 이 대회 여자 단식 2연패를 이룬 선수가 됐다.
셀레스는 1973년생으로 1992년에는 만 20세도 되기 전이었다.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 보이다가 뚜껑이 떨어지자 당황해하는 모습. |
현역 선수 가운데 메이저 단식 우승을 4회 이상 달성한 선수가 시비옹테크,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오사카 세 명이 전부인데 1980년생 윌리엄스는 은퇴를 앞뒀고, 출산을 계획 중인 오사카 역시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
시비옹테크는 "올해 클레이코트 시즌을 잘 끝마친 만큼 앞으로 내 힘과 능력에 대해 다시 의심하지 않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날 모자에 조국 폴란드의 이웃 나라 우크라이나의 국기 색깔로 된 리본을 착용하고,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벤치에서 상의를 갈아입는 등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거침없는 모습은 팬들에게 그의 매력을 어필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다만 다가오는 잔디코트 대회 윔블던은 지금까지 시비옹테크가 2021년 16강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풀어야 할 숙제인 대회다.
지금까지 투어 대회 14차례 우승은 하드 코트와 클레이 코트에서 7번씩 달성했고, 잔디코트에서는 결승에 오른 적이 없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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