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증시를 끌어올린 것은 미국 엔비디아, 테슬라 상승에 영향을 받은 기술주였다. 긴축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기술주가 상승했다. 이번 주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술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인지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미국 물가 안정이 확인되면 기술주의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반대로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그동안 상승한 기술주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번 주 주식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지표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다. 물가 안정이 확인되면 우리나라 시각으로 15일 새벽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긴축 공포가 완화되면 국내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고 6월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된다면 이번 주 증시가 266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2640선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2640을 넘은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이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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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 지표가 발표된다면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실물 경기 둔화 가능성과 미국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면 코스피지수는 2540선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기계 같은 경기 민감주·2차전지 업종 전망 긍정적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를 기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의 상승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는 물론 LG전자 주가도 연중 최고 수준이다. 2차전지·조선·기계·제약·바이오 등 경기 민감주도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투자 시계를 보다 길게 보고 있다면 반도체 업종에 투자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를 끌어 올렸던 이슈가 약해지면서 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데, 장기 관점에서 보면 업황 회복을 비롯해 반도체가 다시 주도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며 “주가 흐름이 둔화되는 구간은 매물 소화 구간으로 보고 긴 관점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주가가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업황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고 해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다면 주가는 단기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상상인증권은 “그동안 상승했던 빅테크 종목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주가가 많이 오른 기술주에 투자하기 부담스럽다면 다른 성장주, 경기 민감주에 관심을 갖는 것도 대안이다. 최 연구원은 “반도체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구간에서는 실적 기반 민감주에 주목해야 한다”며 “조선·기자재,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산업재를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업종의 경우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재건, 오일머니 유입 등 테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조선비즈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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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소 조정을 받은 자동차, 2차전지 업종에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테슬라 모델3 전차종이 미국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힘입어 2차전지 및 자동차 부품 테마 종목들을 중심으로 단기 상승세가 시현될 것”이라고 했다.
◇ 美 소비자물가 발표·FOMC 금리 결정에 주목
이번 주 점검해야 할 핵심 지표는 우리 시각으로 13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와 15일 나오는 소매판매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 물가 상승률이 4% 안팎에서 안정됐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 유가가 안정된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예상대로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면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증시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이달 FOMC에서 정책금리가 현재 수준인 연 5.25%에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빠르게 하락하고, 근원 소비자물가 또한 기준금리 상단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다만 소수 의견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주 호주에 이어 캐나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투자 심리를 다소 악화시켰는데,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미국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여전히 강건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추가 긴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상황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소매판매 지표는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5월 소매판매가 지난해 5월과 같은 수준(0.0% 증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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