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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닥터 차정숙' 감독 "이 정도 흥행 예상 못 해…배우들 덕분"[TF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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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야구계의 엄정화'…'연진'에서 '정숙'으로 화두 바뀔 때 인기 실감"
"크론병 논란 후속 조처, 다시 얘기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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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카페에서 '닥터 차정숙'을 연출한 김대진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강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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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최고급 자재로 만들어진 배와 베테랑 조타수가 있어도 선장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한순간에 배는 침몰한다. 4주 동안 같은 시간에 항해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미니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글과 배우가 있어도,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 의도한 연출과 편집된 영상만이 시청자를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16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침몰하지 않고 우수한 속도로 결승지점에 골인했다.

지난 4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연출한 김대진 감독은 모든 영광을 배우들의 몫으로 돌렸다. 두말할 필요 없이 믿고 봤던 엄정화, 늘 기대 이상의 준비를 해온 김병철, 잘 해낼 거란 기대를 여실히 보여준 명세빈, 작품을 빛내준 주조연급 배우 등 연기자의 열연이 첫 회 시청률 4.9%에서 최종회 18.5%로 종영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인기의 1등 공신이라고 꼽았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데 성공한 감독도 드라마의 인기를 사전에 예감했을까. 7일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밥상머리 화두가 '연진이'(넷플릭스 '더 글로리' 임지연 분)에서 '정숙이'('닥터 차정숙' 엄정화 분)로 바뀔 때 그제야 인기를 실감했다며 웃었다.

"작품이 방영되기 전까지는 이 정도까지 흥행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방영 전 제작사와 내부적으로 1~2회 시사를 했는데 그때 반응이 애매했거든요. 서로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조금 처지는 분위기여서 사실 저도 그렇고 정화 누나(엄정화)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거예요. 그렇다고 '뭘 어떻게 더 해봐야하나' 생각은 들었지만 사실 그렇게 해서 많이 변한 건 없어요."

"그런데 이게 이렇게 잘 돼버리니까 정화 누나가 '거 봐 우리끼리 이렇게 얘기한 게 맞잖아'라고 하셨어요. (엄정화와) 방송 끝나면 저랑 항상 통화를 했거든요.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게 맞았어' ' 특별히 뭘 하지 않고 정숙이의 일상을 그려가는 게 맞았어' 등 답을 내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 많이 뿌듯했던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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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지난 3일 최고 시청률 18.5%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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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작품이 방영될 때마다 통화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위로한 '닥터 차정숙'의 주인공 차정숙 역의 배우 엄정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드라마 방영 전 부담감도 전했다. '닥터 차정숙' 방영 직전에도 '일타 스캔들' 전도연, '대행사' 이보영, '퀸메이커' 김희애, '더 글로리' 송혜교 등 K드라마에 '우먼 파워'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톱스타 엄정화가 등판하는 데 절대 고꾸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는 그다.

"(엄정화는) 제가 감독을 맡기 전에 캐스팅이 됐던 상태였어요. 그를 (제 작품에 출연하는)배우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 워낙 톱스타였다보니 대하는 게 쉽진 않았어요. 지금은 아이유 씨도 있고 수지 씨도 있지만, 당시 연기나 가수로 최정상에 섰던 사람은 엄정화밖에 없었어요. '연기계의 오타니'(투타 겸업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아니 '야구계의 오타니'가 엄정화였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아우라도 느껴지긴 했지만, 더 놀란 것은 '그런 사람이 이렇게 옆집 누나 같다고?'라는 거였죠. (웃음) 현장에서 보면 사람이 너무 사랑스럽고 맑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감싸세요. 그런 부분들을 대중이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또 그런 모습들이 '닥터 차정숙'의 정숙에게 보이면서 시청자분들도 잘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박 예감은 처음에는 잘 느끼진 못했어요. '닥터 차정숙'은 촬영을 작년 12월 중순에 마치고 편집도 방영되기 한 달 전에 다 마친 사전 제작된 드라마예요. 그래서 한참 막바지 편집을 하고 있을 때가 여기저기서 '연진아' '연진아'('더 글로리' 박연진)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 '연진아' 대신에 '정숙이' '정숙이' 이렇게 돼가는 걸 보면서 '이게 잘 되고 있구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또 아무래도 SBS '김사부3'와 비교가 됐잖아요. '김사부'는 너무 훌륭한 드라마니까 사람들이 이렇게 비교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넘어 버리니까 '이게 맞나' 싶기도 했죠. 또 특정 배우만 이슈가 되기보다는 우리 배우들이 모두 조명도 받고 잘됐으니까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

'닥터 차정숙'은 인물 간 구조상 한국 드라마에서 익숙한 막장극 요소를 어느 정도 담고 있지만 시청자들이 진지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유쾌하게 전달됐기 때문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최악의 불륜남이지만 '하남자의 아이콘' '귀여운 쓰레기'로 불린 서인호 역의 김병철과 대중의 뇌리에 '청순가련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던 배우 명세빈이 '뻔뻔한 불륜녀' 최승희를 완벽히 소화하면서 이들의 재발견이 주목받기도 했다. 김 감독은 '닥터 차정숙'의 두 악역 서인호와 최승희(명세빈 분) 캐릭터의 연출 의도에 대한 이야기도 늘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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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감독은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닥터 차정숙' 촬영 에피소드를 전하며 배우들의 열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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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남이 그런 칭호를 얻는 건) 순수하게 김병철의 플레이가 빛난 것으로 생각해요. 처음부터 작전이라면 작전, 기획이라면 기획으로 의도된 부분이 있긴 하죠. 하지만 어쨌거나 시청자들에게는 불륜이라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지점이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중심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한 여자(차정숙)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여러 장애물이 있고, 그중 가장 큰 '남편'이라는 장애물이 불편하지만 밝고 유쾌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배우들이 정말 좋은 연기를 해준 거죠."

"대본리딩 때 김병철이 준비한 톤을 듣고 나서 '톤을 여기다 맞추면 되겠다'는 판단도 섰어요. '김병철은 정말 좋은 배우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 피아노로 치면 (김병철은)검은 건반이에요. 완전히 하얀 건반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플랫이 될 수도 있고 샵이 될 수도 있죠. 정극도 되고 코믹도 되는 것이에요. 여기에 엄정화라는 메이저코드가 붙어서 '메이저세븐'이 된 것 같아요. 인터뷰를 보면 두 분 다 서로 칭찬하시지 않나요? 서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세빈 씨(명세빈)는 제가 예전에 '킬미 힐미' B팀 때 특별출연을 하셨던 기억이 있었어요. 세빈 씨가 '닥터 차정숙'에 제일 마지막에 합류할 정도로 승희 역 캐스팅이 어려웠거든요. 승희 대사 중에 딸에게 '네가 보고 싶어서 낳았어'라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그걸 보고 눈물이 났어요. (악역이지만) 승희의 박복한 삶이 한순간에 싹 그려지게 된 거죠. 대본에는 없었지만, 승희를 이렇게 그려보는 게 어떨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됐어요. 덕분에 세빈 씨를 설득했고 세빈 씨도 안심을 하고 왔죠. (승희가)그냥 욕 먹는 대상이 아닌, 서사를 가진 인물이 됐고 시청자들이 사랑을 주진 못하더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 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요. (명세빈은)착하고 천사같은 사람으로 유명하시거든요. SNS 들어가 봐도 옷이 전부 파스텔 톤이였죠. 그래서 제가 옷차림부터 (원색이나 강렬한 색으로)바꿔보라고 했어요. 배우로서 다음 스테이지를 가야 하는데 잘하면 이 캐릭터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요. 정말 노력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승희가 세빈 씨가 되고 세빈 씨가 승희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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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차정숙'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겸손함을 보인 김대진 감독은 '크론병 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후속 조처에 대한 부분도 신경쓰고 있었다. /강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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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칭찬을 이어가던 김대진 감독은 엄정화, 김병철, 명세빈뿐만 아니라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민우혁(로이킴 분) 등 비롯한 모든 출연 배우를 칭찬했다. 논란이 됐던 '크론병 묘사 논란' 역시 감독으로써 책임을 통감했으며, 끝으로 인기 비결을 취재진에게 되물으면서 드라마가 주는 재미에 대해 역설했다.

"실제 크론병 환자분들과 가족들이 상처받았다는 점은 감독으로써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촬영 당시 의도 자체는 내 딸자식을 만나는 거니까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지 않을까'였는데, 감독으로써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지 않아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미흡했던 게 사실이었던 것 같아요. 제작진이 후속 조처(장면 삭제나 편집 등)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저도 그 부분은 방송사와 다시 얘기해 볼 생각이에요. 저도 프리랜서다 보니까 제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고, OTT로도 나가서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다 보니 뭐 하나를 바꾸는 일이 계약 조항을 어기는 일도 있고 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사하고 저도 또 한 번 상의를 해보고 시청자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다시 한번 전달할 겁니다."

"(인기 비결은)제작발표회 때도 얘기했지만, 대본을 보고 제일 좋았던 거는 '편하게 읽힌다'였어요. 이걸 어떻게 만들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보다는 편안함을 그대로 전달해야겠다가 1번이었고, 그걸 배우들이 너무 잘 전달을 한 것도 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촬영할 때는 코로나 때라 전부 마스크를 쓰고 일을 했었어요. 코로나가 끝나는 시기에 우리 작품이 방송돼서 시기가 떨어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사람들이 머리를 쓰고 심각하게 드라마를 보기보다는 편안하게 누워서 보시다가 '뭐야?'하고 봤다가, 웃겨서 웃다가 다시 누웠다가 거기에 이제 조금씩 시청자들이 얘기해주시는 '사이다' 부분들을 대신해서 뱉어주면 어렵지 않게 공감하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이를 공감해 준 엄정화 김병철 등 배우들의 몫이 컸죠. 운이 좋았어요. 사실 모든 게 운이 아니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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