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장 ‘자폭 음모론’ 비판하자
“부하들 다 죽여놓고 어이가 없다”
최원일, 권칠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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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임명 하루도 안 돼 사의를 밝힌 결정적 원인은 ‘천안함은 자폭이고 조작’ 언급이었다. 이래경 이사장은 지난 2월 10일 페이스북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하여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이라고 썼다. 천안함이 북한에 폭침된 사실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이 이사장 주장이 알려지자 비판이 쏟아졌고,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대표님,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며 “해촉 등 조치나 연락이 없으면 내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천안함 유족, 생존 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했다. 같은 시각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는 공식적 발표고 저는 그 발표를 신뢰한다”고 수습에 나섰다. 이 이사장의 과거 글이 논란이 된 데 대해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이날 오후 한겨레 인터뷰에서 천안함 자폭·조작 언급에 대해 “하나의 가정, 가설의 예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원인 불명이라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했다. 북한 폭침이 아닐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에 최 전 함장은 재차 글을 올려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이 이런 인사를 혁신위원장에 임명하고 뭐가 잘못됐냐는 식으로 일관한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거냐”며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는 게 아니지 않냐”라고도 했다. 최 전 함장에게 천안함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권 수석대변인은 논란이 퍼지자 급히 입장문을 내고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인사들은 과거부터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음모론적 주장과 최 전 함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주장을 거듭해 왔다. 조상호 당 법률위 부위원장은 2021년 6월 방송에서 “(최원일) 함장이 부하를 수장시켜 놓고 자신은 승진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권에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본심’이 또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최 전 함장은 본지 통화에서 “호국보훈의 달에 생존 장병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발언을 제1 야당 수석대변인이 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변호사 조언을 받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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