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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수연 기자] 예능계는 어쩌다 ‘서민’의 모습을 잃었을까.
지난 3일, MBN, 채널S, 라이프타임 공동 제작 예능 프로그램 '니돈내산 독박투어’가 첫 선을 보였다. '니돈내산 독박투어'는 20년지기 절친 김대희, 김준호, 장동민, 유세윤, 홍인규의 20주년 우정 여행을 빌미로 시작된 '찐친들의 복불복 독박투어'를 콘셉트로 한다. 여행의 모든 과정을 '복불복 게임'을 통해 진행해, 출연자 사비로 결제하는 리얼리티 여행 예능이다.
박승호 PD는 제작발표회를 통해 “봇물처럼 나오는 여행 프로그램 기획에 편승했다기 보다는 연예인들이 출연료 받고 제작진 돈으로 좋은 거 먹는 거 참 좋겠다 하는데 저희는 그걸 비틀었다"라며 "항공료를 제외한 모든 돈을 출연자들 자기 돈을 쓰도록 하자고 했다"라며 색다른 여행 예능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최근 방송가에는 ‘여행 예능’이 트렌드로 급부상하며 해외로 진출한 연예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다시갈지도’, ‘걸어서 환장 속으로’, ‘텐트밖은 유럽’, ,'태계일주' ‘귀염뽕짝 원정대’ 등, 현재 방영 중이거나 방영 예정인 여행 예능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안방에서 시청자들의 여행 욕구를 대리만족 시켜준다는 분명한 장점도 있지만, 돈도 받고 여행도 즐기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낀다는 시청자들도 존재한다.
실내로 배경을 바꾼 예능 안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스타들은 넓은 통창 밖으로 한강이 펼쳐진 대궐 같은 저택을 공개하고, 몇 십만원을 호가하는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등 호화로운 일상을 공개한다. 금리 상승,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국민 대다수가 곡소리를 앓고 있는 반면, 마음 편히 호화 생활을 즐기는 스타들의 모습에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느끼는 시청자들도 늘어난다. 어느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서민’의 모습을 담은 예능은 없어 보인다.
이처럼 최근 예능가가 ‘돈’에 빠져있지만, 2000년대 방송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1996년 ‘양심냉장고’를 시작으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눈을 떠요!’ 등 공익 예능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각종 노동 현장에 연예인이 뛰어들어 일급을 전액 기부하는 ‘체험 삶의 현장’, 유명 연예인이 현금 만원을 받고 일주일 간 지출을 해결하는 ‘만원의 행복’ 등, 서민의 삶을 연예인이 직접 체험해 보는 콘텐츠도 오랜 기간 방영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서민’의 삶을 담았던 많은 예능은 왜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까. 답은 단순하다. 더이상 시청자들이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더욱 살기 팍팍해진 인생을 브라운관 안까지 끌고 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늘어났기 때문일까, 실제로 2000년대를 주름 잡았던 공익성 예능 프로는 시청률 저조로 폐지됐다. 사회가 변하면 방송가도 변하기 마련이다. ‘시청률’이 곧 ‘돈’이되는 방송가에서 다시한번 공익성 예능이 방송가를 주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획일화된 예능가에 지친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사회 분위기를 환기 시킬 수 있는 ‘건강한 예능’의 필요성도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
/yusu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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