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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 가장 가려진 선수는 비셋이었다. 어릴 적부터 유명인사였던 게레로 주니어는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최고 유망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비지오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아버지 크렉 비지오의 후광이 있었다.
비셋은 둘에 비해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아버지 단테 비셋은 1995년 홈런왕 출신이지만, 다른 두 아버지들의 커리어가 워낙 대단했다. 이에 비셋은 유망주 시절 비지오보다 평가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데뷔도 가장 늦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2019년 4월 27일, 비지오도 같은 해 5월 25일에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비셋은 4월말 왼손 골절상을 당하면서 전반기가 지난 7월 30일에 데뷔했다. 데뷔 후 46경기 동안 타율 0.311 11홈런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표본이 부족한 탓에 신인왕 투표에서는 배제됐다(비지오 5위, 게레로 주니어 6위).
2020년 메이저리그는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진행됐다. 처음부터 전력질주가 필요했다. 하지만 비셋은 햄스트링과 무릎 부상을 연거푸 당하면서 넘어지고 말았다(29경기 타율 0.301). 그러다 보니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비셋에 대한 평가가 다음으로 미뤄졌다.
2021년 비셋은 드디어 진가를 드러냈다. 159경기에 출장해 리그 최다에 해당하는 191안타를 때려냈다(타율 0.298 29홈런). 이는 23세 이하 시즌 토론토 신기록이었다.
23세 이하 토론토 최다 안타 기록
191 - 보 비셋 (2021)
188 - 로베르토 알로마 (1991)
188 -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2021)
그 해 비셋은 리그 최고의 안타 제조기로 거듭났다. 그런데 게레로 주니어가 MVP를 다투는 선수로 올라서면서 또 한 번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비셋을 보기 전에 언제나 게레로 주니어부터 바라봤다. 평생 모차르트를 넘지 못한 살리에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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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셋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다. 비셋의 타격은 리그 최상위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비셋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타격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고 확신했다. 비셋은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는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면, 작년에 내가 정말 좋은 타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했지만, 내가 어느 정도 선수인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비셋의 자신감은 올해 성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비셋은 어제까지 83안타를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 안타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두 시즌은 내셔널리그 최다 안타 1위인 2021년 트레이 터너(195안타)와 2022년 프레디 프리먼(199안타)에게 밀렸었다. 뿐만 아니라 비셋은 타율도 .335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홈런 페이스도 12개로 대단히 좋다.
비셋은 발전했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강화하면서 한 단계 높은 타자로 도약했다. 올해 비셋은 헛스윙률을 지난해 23%에서 18.8%로 낮췄다. 지난해 헛스윙률이 높았던 스위퍼와 커브를 대처하면서 헛스윙은 줄고 맞히는 공이 늘어났다. 이전까지 무턱대고 방망이를 돌렸다면 현재는 칠 수 있는 공에 방망이를 내고 있다.
스위퍼 & 커브 헛스윙률 변화
2022 [스위퍼] 40.0% [커브] 34.7%
2023 [스위퍼] 25.0% [커브] 15.0%
비셋은 지나친 공격성이 늘 위험해 보였다. 모든 공을 때려낼 듯 달려드는 모습은 타격 슬럼프가 왔을 때 심각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타석에서 신중함이 더해졌다. 초구에 스윙하는 비중이 지난해 47.1%에서 올해 38.2%가 됐다.
사실 비셋은 지난해 초구 상대 타율이 0.379로 대단히 좋았다. 초구 타석이 코리 시거 137타석에 이어 전체 두 번째로 많았는데(125타석) 시거의 초구 타율 0.256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비셋이 초구를 좋아하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투수가 이 성향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던 차에, 비셋이 이 전략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이는 초구를 지나쳐도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긴 덕분이었다. 실제로 비셋은 작년에도 초구를 지나쳤을 때 타율이 0.296로 준수했지만, 올해는 이 성적을 0.338까지 끌어올렸다.
올해도 비셋은 볼넷이 적다. 공을 골라내는 것이 볼넷을 얻기 위한 작업은 아니다. 직접 치고 나가려는 공을 선별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도 타석 당 볼넷률은 5% 수준이지만, 이제 그 누구도 비셋의 적은 볼넷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쁜 공을 거르면서 타석당 삼진율이 지난해 22.2%에서 올해 14.5%로 낮아진 점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초구 스윙을 줄이고도 삼진율이 오히려 낮아진 점은 비셋의 콘택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려준다.
올해 비셋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 레그킥을 하지 않는다. 파워보다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비셋은 지난해 투 스트라이크 타율이 0.168였는데, 올해는 .244로 개선됐다. 이처럼 크고 작은 변화들이 비셋을 한층 완성된 타자로 만들었다.
비셋은 모든 것을 바꾸지는 않았다. 여전히 자신의 타격을 가장 잘 표현하는 세 가지 단어로 '준비된(prepared)' '공격적인(aggressive)' '두려워하지 않는(fearless)'을 꼽았다. 자신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자신의 개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비셋은 비슷한 배경 때문에 시작부터 비교선상에 서야만 했다. 데뷔 초반 특수한 상황을 의식하는 말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부담감에서 벗어났다. 게레로 주니어와 비지오는 넘어야 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동료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이 된 비셋은 앞에서 동료들을 이끌어야 할 리더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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