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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아웃] “코소보는 세르비아 심장” 조코비치가 불질러 정치로 얼룩지는 佛오픈

조선일보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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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아웃] “코소보는 세르비아 심장” 조코비치가 불질러 정치로 얼룩지는 佛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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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올 시즌 두 번째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정치가 스포츠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31일 코소보 라호베츠에 위치한 테니스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의 벽화가 낙서로 훼손돼 있다. 조코비치는 앞서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1회전을 마치고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이다. 폭력을 멈춰달라"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적으며 논란이 됐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코소보 라호베츠에 위치한 테니스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의 벽화가 낙서로 훼손돼 있다. 조코비치는 앞서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1회전을 마치고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이다. 폭력을 멈춰달라"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적으며 논란이 됐다. /AFP연합뉴스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세계 3위)는 지난달 29일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미국의 알렉산다르 코바세비치(25·114위)를 세트스코어 3대0(6-3 6-2 7-6<7-1>)으로 눌렀다. 코바세비치와 포옹하며 덕담을 나눈 조코비치는 이후 관례대로 중계 카메라 렌즈에 사인을 했다. 이때 세르비아어로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이다. 폭력을 멈춰달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남기며 논란을 자초했다.

2023년 6월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그랜드슬램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다비드비치 포키나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가 카메라 렌즈에 남긴 사인. /EPA 연합뉴스

2023년 6월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그랜드슬램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다비드비치 포키나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가 카메라 렌즈에 남긴 사인. /EPA 연합뉴스


코소보 북부 지역 즈베칸에서 2일 한 남성 시위자가 "왜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내 아이를 저격총으로 겨누는가"라는 팻말을 든 채 시위대와 함께 항의하고 있다. 지난 4월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알바니아계 시장이 당선된 뒤 이 지역은 정치적 갈등을 겪는 중이다. /EPA연합뉴스

코소보 북부 지역 즈베칸에서 2일 한 남성 시위자가 "왜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내 아이를 저격총으로 겨누는가"라는 팻말을 든 채 시위대와 함께 항의하고 있다. 지난 4월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알바니아계 시장이 당선된 뒤 이 지역은 정치적 갈등을 겪는 중이다. /EPA연합뉴스


이는 지난 4월 코소보 북부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알바니아계 시장이 당선되며 벌어진 갈등 사태를 지목한 것이다. 인구 190여 만명 가운데 알바니아계가 약 92%, 세르비아계가 6%를 차지하는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는 분리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지방선거가 실시되자 이들은 투표를 거부했다. 그 결과 불과 3.47% 투표율로 알바니아계가 시장직을 휩쓸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장 출근 저지에 나서자 진압에 나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평화유지군 병력과 충돌했다.

노바크 조코비치가 지난 1일 프랑스오픈 2회전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가 지난 1일 프랑스오픈 2회전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소보 올림픽위원회는 “조코비치는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의 주장을 스포츠를 통해 홍보했다”며 “이런 행위는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며 반발했다. 1일 열린 2회전에서 헝가리의 마르톤 푸초비치(31·83위)를 3대0으로 꺾은 조코비치는 “그것(1회전 후 메시지)은 내 신념”이라면서도 “오늘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러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에서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오른쪽)가 승리했지만, 우크라이나 출신의 마르타 코스튜크가 경기가 끝나면 관례적으로 하는 악수를 하지 않은 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에서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오른쪽)가 승리했지만, 우크라이나 출신의 마르타 코스튜크가 경기가 끝나면 관례적으로 하는 악수를 하지 않은 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여자 단식 1회전에선 세계 2위 아리나 사발렌카(25·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출신 마르타 코스튜크(21·39위)를 2대0으로 제친 뒤엔 통상적으로 하는 악수가 빠졌다. 코스튜크가 악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관중은 야유를 보냈다. 코스튜크는 작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침공국 러시아 및 동맹국 벨라루스 출신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사발렌카는 “그의 처지를 이해한다”면서도 “어떤 선수도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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